▲낙동강아파트 단지 앞산에서 바라본 구포대교와 낙동강. 남해고속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오가는 차량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는 일개미를 연상시킵니다.
조종안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직선으로 500m 거리에는 낙동강이 흐릅니다. 낙동강을 끼고 경부선 철도가 놓여 있고요. 문을 열면 기적소리와 무거운 디젤엔진의 굉음이 방에까지 들리는데, 차들의 소음 때문에 들리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경부선 철로 위로는 남해고속도로 입구인 구포대교가 우뚝 서 있습니다. 가시거리가 길어지는 맑은 날에는 김해 비행장에 이·착륙하는 여객기들의 낮은 비행이 보금자리에 사뿐히 내려앉는 비둘기를 연상시킵니다.
뒤로는 금정산 끝자락이고, 앞으로는 강이 흐르는데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밖에 나갈 때마다 몸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시장까지 왕복 4km 정도 되는 거리가 가깝게 느껴질 수밖에요.
하는 일도 없이 마음만 바쁜 장날 오늘도 시장에 다녀왔는데요. 보통 3~4일 주기로 장을 봅니다. 상추 1천원어치만 사더라도 오가며 사진촬영을 하거나 서점에 들를 때도 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장을 보는 날은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또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어제부터 머리에 메모했던 콩자반(2천원)과 쌈장(2천원), 상추(1천원)만 사오면 되니까 5천원이면 충분한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2만원이 손에 잡히더라고요. 혹시 몰라 그냥 가지고 나갔습니다.
덕천 로터리 뒷골목으로 들어서니까, 차가 사람의 통행을 막고 있는지, 사람이 차를 막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복잡하더라고요. 어디로 비집고 빠져나갈까 하고 생각하는데 그때야 오늘이 장날인 것을 알았습니다. 장에 가는 사람이 장에 가서야 장날인 것을 알다니 쓴웃음이 나오더라고요.
평소에는 메모를 해두었다가 액수에 맞춰 돈을 가지고 나옵니다. 그런데 오늘은 5천원어치 장을 보러 나오면서 2만원을 가지고 나와서 그런지 길가에 내놓은 과일과 찬거리들이 모두 내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마음이 든든해서 좋긴 했습니다.
정육점에서의 짧은 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