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철이어선지 가는 데마다 까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몰려와 있다. 예전에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경주로 갔듯이 일본 중고교생들은 교토로 수학여행을 온단다. 사실 일본 만화가 한국 만화로 둔갑해서 나오던 시절 교토는 늘 '경주'로 번역이 돼 나왔다.
안경숙
기요미즈데라는 작년에 세계 7대 불가사의(The New 7 Wonders of the World)를 뽑기 위한 인터넷 투표에서 일본과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후보로 나간 곳이다. 만리장성 급의 장관을 기대하며 가게가 즐비한 비탈길을 10분쯤 걸어 올랐나, 갑자기 시야가 훤해지더니 인왕문과 삼중탑이 보였다. 삼층탑은 한눈에 쏙 들어올 만큼 예뻤는데 뾰족한 상부에 도넛이 꽂힌 듯 동글동글 달린 장식은 윤회를 상징한다고 했다.
삼층탑을 지나자 아찔한 난간과 거대한 축대로 관광객들 입에 오르내리는 무대(舞臺)가 나타난다. 뭐가 어떻게 대단하다는 건가 해서 멀뚱거리고 있으니 가이드가 따라오라며 앞장선다. ㄴ자로 돌아가서 바라보니 무대가 그 전모를 드러낸다. 멋지다. 순전히 목재로만 축대를 쌓고 그 위에 건물을 얹어놓은 형태가 독특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무대위 건물과 건너편 산이 어우러지면서 커다란 정원을 이룬 형국이다. 그래도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들 정도로 멋지고 독특하지는 않았던지 투표에서는 탈락했다. 지금도 아쉬운 건 기요미즈데라, 곧 淸水寺의 폭포라 이름붙인 데가 워낙 인기인지 길게 줄지어 선 사람들 틈에 끼어들 엄두가 안나 입맛만 다시며 돌아왔다는 것.
다음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인 오사카성을 찾았다. 일본은 어딜 가나 성을 중심으로 도시가 이루어진다는데 오사카성이 자리한 곳도 오사카의 중심지라 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한 뒤 3년에 걸쳐 지었다는 오사카성은 히메지 성에 비하면 껍데기뿐이라는 말을 듣고는 있지만 7층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전망만큼은 기가 막혔다.
전망 탓인가, 오사카가 일본 전통문화의 본거지라 일컬어지는 나라나 도시 자체가 문화재라는 교토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인 듯했다. 그 매력의 실체는 아무래도 운하와 바다, 6개의 강을 안고있으면서 공중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수만 600여 개인 도시 자체이지 싶다. 게다가 자연재해로 파괴된 거리를 바둑판처럼 재정비하고 새로 건축물을 올려놓아 세계건축학도들의 발길이 향한다니, 일본인의 의지가 아닌 게 아니라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