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 교수가 전시장에 설치한 안내문. '창녀'를 찾아보라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김홍주선
"지금 이곳에는 의도적으로 창녀가 초대되었습니다. 그녀는 오늘 있는 미술 전시 개막행사에 3시간 참석하는 조건으로 한화 60만원을 작가로부터 지급받습니다. 이 순간 여러분 사이를 유유히 걸어 다니며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이 창녀가 누구인지 찾아낸 분은 작가로부터 그녀를 찾은 대가로 120만원을 지급받게 됩니다. 창녀를 찾아봅시다." 4월 18일 '창녀 찾으면 120만원 드립니다'는 제목의 신문 기사가 파문을 낳았다. <조선일보> <문화일보> <경향신문>이 보도한 이 사건은 사실 한 미술전시회의 개막 퍼포먼스였다.
김홍석 상명대 공연학부 교수가 기획하고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 갤러리에서 열린 <밖으로 들어가기>. 4월 17일 열린 개막 퍼포먼스에서 김홍석 교수는 실제 성매매 여성을 섭외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관람객 안에 '창녀'가 있음을 고지하고 '창녀'를 찾아내는 사람에게 120만원을 주기로 했다.
결국 갤러리의 인턴이 한 여성에게 "혹시 여기 적힌 창녀분?"이라고 물었고 그 여성은 "내가 창녀처럼 보이냐?"고 반문한 뒤 "맞다"고 답했다. 이후 김 교수가 약속한 60만원을 건넸고 그 여성은 갤러리를 떠났다.
이 퍼포먼스의 제목은 <Post 1945>. 1945년 이후 심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면 다 되는 것을 비꼬는 의도라고 한다. <조선일보>는 성매매 "여성의 움직임이 겉돌았"으며 전시장을 나서는 "여자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고 보도했다.
"성노동 특수성 고려해 접근해야... '창녀' 은유는 폭력" 해당 퍼포먼스에 대한 기사가 나가자 누리꾼들의 비판이 시작됐고 성매매 관련 여성단체는 연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일 뿐"이며 "현대판 노예처럼 여성을 전시하고 이를 찾는 공격적 행태"라는 것이다.
김홍석 작가는 <밖으로 들어가기> 전시에서 동티모르 노동자, 북한 출신 노동자와 병치시켜 성매매 여성을 다루고 있다. 여성계 한켠에서는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명명하려는 시도가 있다. 성매매를 성노동이라 명명한다면, 본 전시는 사회의 뜨거운 우려와 달리 해당 여성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까?
4월 27일 있었던 성노동 토론회에서도 이 퍼포먼스에 대한 논란은 뜨거웠다. 토론에 참석한 사람 중에 직접 퍼포먼스를 본 사람은 없었으며 언론 보도에 대한 간단한 보고를 한 후 토론을 진행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성노동팀의 유랑(별칭)은 "(해당) 여성이 티가 났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문화적인 거리가 있고 쭈뼛쭈뼛했다는 부분, 섭외된 분이 좀 더 자유롭고 낙인이 없었다면 당당해도 좋았을 텐데"라며 복잡한 심경을 표했다.
민주성노동자연대의 한 활동가는 "(그 여성이) 60만원이라는 돈이 필요해 섭외에 응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당사자가 전시의 맥락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었을까 의심이 든다"며 우려를 표했다.
1999년 군산 미군 기지촌의 성매매 지역을 다룬 다큐멘터리 <꽃파는 할머니>를 만든 박성미 감독은 "지적당한 여성이 (기사에 나타난 대로) 눈물을 흘리며 나갔다는 게 사실이라면, 기획자의 본의든 아니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이나 매체에서 '섭외가 되었다'는 약속은 하다 보면 변할 수 있다. '우리 약속했잖아'라며 간단하게 처리할 수 없다. 다르게 맥락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그에 대해서는 작품 하는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고정갑희씨는 "성노동은 성노동의 특수성이 있으며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그런 은유 자체를 실제 성노동자에게 적용시키는 것은 폭력"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김강 미술 작가는 "현실에서 성노동이 어떻게 읽히는가에 대한 퍼포먼스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한다며 "그런데 철학적 맥락을 짚지 않고 가십거리로 다루는 미디어가 문제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메시지 뚜렷... 작가의 작품 맥락 고려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