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문화제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지난 2002년과 2003년에 벌어졌던, 효순이·미선이 추모 문화제, 2004년 벌어졌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 문화제…. 그리고 2008년 약 4년 만에 미국 쇠고기 때문에 한국에서 다시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촛불은 이제, 한국에서 국민들의 뜻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국민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매우 자랑스러운 한국의 문화다.
촛불 문화제가 불법 집회라고?
그러나 경찰은 국민들이 스스로 만든 문화인 촛불 문화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4일 부산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여러분들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으니, 해산하라!"는 경고방송이 여러 차례 계속되었다. 부산진 경찰서장이 직접 나와 '마지막 경고'라며 협박까지 하였다. 그리고 5일부터는 불법 집회를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경찰은 서울청계광장에서 2일부터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를 사실상 불법으로 보고 촛불 집회를 주도한 사람을 소환해 사법처리하겠다고 하였다. 2002년부터 시작된 촛불 문화제가 2008년에는 갑자기 불법 집회로 뒤바뀌어 있다.
돌이켜보면, 효순이 미선이 때의 촛불문화제는 반미를 외쳤고, 노무현 탄핵 반대 촛불문화제에서는 '탄핵 반대'라는 매우 정치적인 주장을 펼쳤다. 지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는 비교도 안 되게 높은 수준의 정치적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도대체 지금은 왜 불법이 되었는가?
저녁 시간에 촛불 문화제를 하는 것은 국민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겠다는 것이다. 과격한 폭력 집회를 촛불을 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 평일 낮 시간엔 대부분이 일을 하거나 학교에 가기 때문에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없다. 밤 시간에 이루어지는 촛불 문화제는 일을 마치고, 학교를 마치고 오는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다. 밤 시간에 촛불을 든다는 것 자체가,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평화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촛불 문화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섭다. 이번 촛불 문화제에선 무대 없이 자유 발언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등 내용과 형식은 진보하였지만, 오히려 정권의 대응은 퇴보하였다.
이것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현 정권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운하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물어보지도 않고, 총선 때는 안하는 것처럼 하다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밀어붙이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국민들의 여론을 인터넷 댓글 여론으로 매도하는 것, 교육자율화 조치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단행하는 것, 대통령이 미국 한 번 다녀오더니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수입되는 것 등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러니 국민들의 고충 역시 잘 알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려대학교 강연에서 "등록금이 오르면 장학금을 타면 된다"라고 이야기하였다. 광우병 쇠고기 논란이 일자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안 사먹으면 된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 소 값이 폭락하자 "우리 한우를 1억짜리로 만들어 수출하자"와 같은 발언들을 서슴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국민과 '맞장' 뜰 생각인가
정책이 잘못될 수도 있다. 실수할 수도 있다. 이것은 고치면 된다. 그러나 한 번 퇴보한 민주주의는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민주주의의 진전은 오랜 기간에 걸쳐 국민들의 수많은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민주주의에서 진보의 상징인 촛불 문화제가 하루아침에 불법 집회로 매도되고 있다.
입법은 의회라는 대의제에, 정책 집행은 대통령이라는 대표에게 위임하였지만, 국민이 민주주의의 가치 전부를 넘긴 적은 결코 없었다. 지금 대통령은 국민들이 한 번도 위임한 적이 없는 권한을 국민들을 상대로 휘두르려고 하고 있다.
이 정도면, 국민들과 전면적인 '맞장'을 뜰 생각인 것 같다. 진짜 대한민국 국민 '못 해먹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탄핵을 당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의 월권을 막아내야 하는가? 승부는, 촛불을 든 국민들에 의해 거리에서 결정 날 것이다. 국민들이 승리하기를,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국민 노릇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2008.05.05 17:2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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