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일 쇠고기 담화문, 거짓이었네...

등록 2008.05.06 15:45수정 2008.05.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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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팔짱을 낀 채 무심하던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 2일 거창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서두에 정부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그 4항의 내용은 이렇다.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나라가 승인하는 도축장에서 작업된 것만 수입됩니다. 미국의 도축장에서는 미국 연방정부 수의사가 상주하면서 임상검사를 실시하고 도축 과정에서 나이구분, 특정위험물질의 제거 여부를 감독하게 됩니다. 국내 검역과정에서는 우리나라 검역관이 특정위험물질 포함 여부 등을 철저하게 검사합니다. 우리나라 특별점검반을 미국 현지 도축장에 보내서 미국 도축장에서 수입위생조건대로 작업이 되는지 등을 점검하겠습니다.

 

협상안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무시하던 정부는 청문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협상안과 입법예고안을 공개하였다. 그런데 공개된 협상안에는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우리나라 정부가 수입되는 쇠고기의 도축장을 승인하거나 허가할 수 있는 권한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미국의 농업부의 검사 하에 운영되는) 미국의 모든 도축장이 자격을 가지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도축장 혹은 육류 작업장과 관련된 표현은 6항에서 처음 등장한다.

 

Any meat establishment in the United States that operates under USDA inspection is eligible to produce beef or beef products for Korea.  The establishment should be notified to the Korean government in advance.(미국 농업부의 검사 하에 운영되는 미국의 모든 육류작업장은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을 생산할 자격이 있다. 작업장은 한국정부에 사전 통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승인한다"는 규정은 없다. 발표한 사람이 말하는 '우리나라'가 '미합중국'을 말한다면 모를까? '대한민국 정부'에서 승인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입법 예고안의 어디에도 없다.

 

육류작업장(도축장을 포함한다)에 대해 한국 정부가 행할 수 있는 권한은 8항에서 언급되고 있다.

 

한국정부는 한국으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을 수출하는 육류작업장 중 대표성 있는 표본에 대해 현지 점검을 실시할 수 있다. 현지점검 결과, 본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을 발견했을 경우, 한국정부는 그 결과를 미국정부에 통보하고, 미국정부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취한 조치를 한국정부에 알려야 한다.

 

'대표성 있는 표본'은 몇 개를 말하는 것인가?  또한 거기에서 중대한 위반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미국정부'에 알리는 것이 전부다.

 

도축장과 관련하여 쇠고기 및 제품의 요건을 언급한 15항에 다시 언급되고 있다.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은 미국정부가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을 한국으로 수출하는 자격을 승인한 육류작업장(도축장)에서 상주 정부수의사의 감독 하에 미국 농업부 검사관이 실시한 생체 및 해체검사에 합격한 소로부터 유래하였다.

 

또 담화문에서 수입검역과 관련하여 '철저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합의문'에 의하면 철저한 수입검역의 결과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미흡하여 '검역주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합의문 23조와 24조의 내용을 보면 위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 우리정부에서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이 매우 제한적이다.

검역 검사 과정 중 한 로트에서 식품 안전 위해를 발견하였을 경우, 한국정부는 해당 로트를 불합격 조치할 수 있다. 한국정부는 미국정부에 이에 관하여 통보하고 협의하여야 하며 필요하다면 개선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특정위험물질이 발견될 경우, 미국 식품안전검사청은 해당 문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실시할 것이다. 해당 육류작업장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입검역검사는 지속되어야 한다. 다만, 한국정부는 해당 육류작업장에서 이후 수입되는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 대한 검사 비율을 높일 것이다. 동일 제품의 동등 이상 물량 수입분에 대한 5회 검사에서 식품안전 위해가 발견되지 않았을 경우, 한국정부는 정상 검사절차 및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

 

수입 검역을 하면서 한 로트에서 위험성이 발견되었을 때,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당 로트를 불합격 조치(당연한 얘기)하고 미국에 통보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전부다. 다만 검사 비율을 높이고 그 마저 이후 5회의 검사에서 위험요소가 발견되지 않으면 원래의 비율로 검사하는 것이다. 즉, 위험물질이 발견된 육류작업장에 대해 즉시 수입거부를 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동일한 육류작업장에서 생산된 별개의 로트에서 최소 2회의 식품안전위해가 발견된 경우, 해당 육류작업장은 개선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중단될 수 있다. 해당 육류작업장에서 생산되고 중단일 이전에 증명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 대한 수입검역검사는 지속되어야 한다. 작업장은 미국정부가 개선조치가 완료되었음을 한국정부에게 입증할 때까지 중단상태로 남는다. 미국정부는 육류작업장의 개선조치와 중단이 해제된 일자를 통보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미국에 대한 차기 시스템 점검시 해당 작업장에 대한 현지점검을 포함시킬 수 있다.

 

2번 이상 위해가 발견되어 해당 육류작업장에 대해 수입중단을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그 날짜 이전에 그 작업장에서 도축 가공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그냥 들어온다는 이야기다.(몇 대의 컨테이너가 대기중일지 모른다)  또한 해당 작업장에 대한 현지점검을 즉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후 언제일지 모르는 '시스템 점검시'에나 가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담화문에 표현된 '특별점검단'의 실제적인 활동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위험성 있는 물질이 섞여 들어온 것이 '적발' 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정부에서 '즉각'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이야기다.

 

도축장의 승인과 관련하여 한국정부의 제한적 권한을 담고 있는 표현은 부칙 3항의 조항이다.

 

③ 본 수입위생조건 시행일 후 첫 90일 동안 한국은 새로운 작업장의 승인 또는 이전에 취소되었던 작업장의 재승인에 관한 미국의 결정을 점검 그리고/또는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표현도 미국 정부의 결정을 검토하고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 도축장을 골라서 '승인'할 수 있다는 표현은 아니다.  백번을 양보하여 그 주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고 그 권한은 '시행후 첫 90일 동안'의 매우 제한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석달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권한인 것이다. 

 

이번 협상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을 통해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도축장을 '승인'할 수 있는 근거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백주대낮에 전국민을 희롱하고 사기를 친 두 장관은 당연히 '해임'되어야 할 것이다. 

2008.05.06 15:45ⓒ 2008 OhmyNews
#쇠고기수입 #담화문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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