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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11일) 오후, 교회에 간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더니 대뜸 묻는다.
"엄마, 우리는 오늘 울산 광우병 쇠고기 촛불문화제에 안가요? 나 꼭 가고 싶은데…."
"오늘 산에 갔다 와서 너무 피곤해 못갈 것 같다."
"다른 학교는 학교에서 문자를 보냈는데 오늘 촛불문화제가면 안 된다고 했대요."
"신경 안 써도 돼."
전화를 끊고 좀 쉬려고 했지만 좀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되면 국민목숨이 크게 위협받는데 그깟 몸 피곤한 게 대수냐 싶어 촛불문화제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한우농가 농민들 30여명도 참가한다고 해서 버스에 동승했다.
울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한우농가 농민들은 사료 값 폭등과 한우 값 하락 등으로 또 한명의 농민이 자살했다며 불안해했다. 이에 김두경 전국한우협회 울산시지부장은 "여러분 축산업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죽지는 말자"며 신신당부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촛불문화제 장소인 울산 롯데백화점 앞에 도착했다. 그곳엔 이미 여학생들과 가족단위 참가자들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주최 측에서 초를 500개 준비했지만 모두 동이 나서 모자랐다. 다채로운 행사와 함께 자유발언이 시작되자 여학생들이 마이크를 많이 잡았다.
ㅈ여고 부회장은 "정부에서 배후세력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순수한 생각으로 광우병쇠고기를 막고 싶어 참가한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또, ㄷ여중 한 학생은 "의료보험민영화, 대운하건설, 0교시 등 서민 쓸어버리는 이명박 정부 정말 싫다"며 "미국 쇠고기 청와대로 보내자"며 목이 터져라 외쳐 참가자들의 열띤 응원을 받았다.
어느 중학교 선생님이 발언을 하기 위해 모습을 보이자, 몇몇 여고생들이 "어, 우리 중학교 때 선생님이다. 선생님 파이팅!"을 외치며 환호했다.
발언에 나선 선생님은 "학원자율화 통해 교육을 말아먹고 있는데 교육청 뭐하는 것이냐"며 "이 촛불 문화제에 교육청 장학사가 참가했는데 부탁한다. 당신들 더 이상 살인마의 주구가 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바로 이 모습이 인성교육, 살아있는 민주교육"이라며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지켜 달라"고 말하며 교육청을 질타했다.
낮에 빗줄기가 한차례 지나간 뒤라, 한겨울 날씨처럼 바람도 많이 불고 무척 추웠다. 여학생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참가해 부들부들 떨며 광우병 쇠고기 반대를 외쳐, 보는 내내 안쓰러웠다. 한우농가 농민들도 모내기를 끝내고 저녁식사도 못하고 참가해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농민들의 지친 얼굴을 보니 내 아버지, 어머니 같아 마음이 아팠다. 부모와 함께 참가한 어린 학생들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망울을 보니 또다시 마음이 아리다.
안 그래도 먹고살기도 힘든 나날인데 왜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힘들게 만드는지 참으로 답답했다. 밤 10시가 넘어 딸아이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는데 목구멍에 탁 걸릴 것만 같았다. 제발, 국민 마음 좀 편하게 해줬으면 한다.
2008.05.12 11:33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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