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판화에서 본듯한 그림이 새겨진 것을 보고는 아는 체를 합니다.
정진영
부처님 오신 날을 쿠하에게 설명해 주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꼬불꼬불 파마머리한 아기 부처님 생일'이라고 말하자 알겠다는 표정입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근데 '생일 축하합니다'(=생일 케이크)는 어디 있어?"하고 묻습니다. 쿠하는 가족 생일 몇 번과 1월에 있는 제 생일에 노래하고 촛불 끄고 박수 쳤던 경험이 있어 생일날에는 반드시 케이크에 불을 붙여야 하는 줄 압니다.
제 생일날 촛불 끄는 재미를 붙여서 언제 어디서든 케이크만 보면 초 켜고 노래를 불러야 직성이 풀리는 습관이 들어버렸습니다.
사람이 많았지만, 그리 시끄럽지는 않았습니다. 모두들 관광지에서처럼 들뜬 기색으로 대놓고 떠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내는 인파에 비해 조용한 편이었지만, 유독 야단법석인 곳이 눈에 들어옵니다.
연꽃 만들기와 나무 목걸이 만들기, 친환경 샴푸와 세제 만들기, 순면 달거리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나무 목걸이와 연꽃은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볼 수 있게 재료를 미리 준비해 주셨습니다. 초등학생들과 부모님들이 키 낮은 목욕탕용 의자에 앉아 열심히 만들고 있었는데, 쿠하는 아이들이 완성해서 들고 다니는 연꽃과 목걸이를 자기도 만들고 싶다고 졸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