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서울시청앞에서 중고등학생, 대학생,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권우성
14일 밤 8시 40분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시청광장에는 예전과 다르게 교복을 입은 학생들보다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의 모습이 더 눈에 띈다. 이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시청 앞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커플들끼리 촛불을 들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 아무개(33)씨는 이날 처음으로 미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그는 "그동안 뉴스로만 봐왔는데 정부의 주장과 시민단체의 주장이 너무 달라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나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생각을 명확하게 말하고 알아서 광우병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감동스러워 오늘 한 번 즐겨보려고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
"학생들에게 많이 놀랐다, 고마웠다"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는 임선화씨는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소통하며 자신들의 견해를 나누는 지금의 10대는 우리와 분명히 다른, 과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세대"라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나와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고 자신의 삶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분명히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라면서도 고마웠다"고 말했다.
임씨는"이제 그 윗 세대들이 그들과 적극적인 대화를 나눠 학생들이 앞으로도 계속 자신들의 생각과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촛불문화제를 계기로 10대와 그 윗 세대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지리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배대영씨는 "지금 학교에서 축제가 진행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학내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며 이날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이들 말고도 많은 이들이 미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촛불을 올리고 있음을 전했다.
배씨는 "중고등학생들만큼 대학생들은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다"며 "아마도 다들 먹고 살기 힘든 문제에 부딪혀서 비판적인 이야기들을 못 나누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배씨는 "중고등학생들의 발언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 오늘 처음으로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며 "앞으로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촛불을 든 10대 "경찰청장님, 저부터 좀 잡아가세요" "어청수 경찰청장님, 저는 헌법 제21조 1항 '모든 국민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 이에 따라 여기에 온 것입니다. 헌법을 존중하고 '위헌'인 집시법을 어긴 죄가 있으니, 저라도 잡아가세요. 저부터 좀 잡아가세요. 저는 이명박 탄핵서명, 촛불집회 총 3번 참가하고 광우병을 너무 염려하고 정부가 회피하는 사실을 말한 죄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김 아무개(17)군이 든 팻말에 적힌 내용이다. 그는 '자수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행사장 무대 주위에 서 있다.
김 군은 "경찰청의 '21명 사법처리 신원조회 사건'이 정말 통탄스럽다"며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사람의 입을 막는 게 우리가 사회책에서 배운 정부의 역할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군은 이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송이나 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전교조니 좌파니 하며 배후 세력을 운운하면서 국민의 입을 막는 정부야말로 무슨 의도가 있는지 먼저 반성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4일 저녁 서울 시청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3신 : 14일 밤 8시 30분] "국민들 얘기가 괴담? 그런 미친 정부 어디 있나"한국농업대학, 촛불집회 저지 위해 '정문봉쇄' |
이날 행사장의 무대에 올라 즉석 발언을 한 숭실대학교 용리부가 학생은 "한국 농업대학 학생들이 촛불집회에 나오려고 하는데 학교 측에서 정문을 닫고 학생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농업진흥청 산하의 학교여서 학생들의 참여를 막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오마이뉴스>는 곧바로 한국농업대학측에 확인전화를 했다.
한 관계자는 '정문 봉쇄'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하자 "그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농업대학 행정실의 또다른 관계자는 "잠시 그런 조치가 있었다"고 인정한 뒤 "하지만 곧 풀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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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화가 나고 한이 맺혀서 소리지르고 싶어서 나왔다!"
자유발언대에 오른 대화명 '매국노 저격수'는 시청 광장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이날 촛불 문화제는 저녁 7시30분경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시작됐다.
그는 "어제 방송을 보면서 울분을 넘어 광분이 일었다"며 "정부가 말하는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도 그냥 참고사항임이 다 밝혀진 상황에서 국민들의 얘기가 '괴담'이라고 치부하는 미친 정부가 어디 있냐"고 일갈했다.
'X'자가 써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 한 시민은 "경찰의 체포가 무서워서 가린 게 아니라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이러고 왔다"고 말하면서 "다함께 10초간 묵념할 것"을 요청했다.
묵념이 끝난 뒤 그는 "지금의 묵념은 정의가 죽은 대한민국과 정신이 나간 대한민국 정치인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하는 것"이라며 "이 많은 불빛을 보고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이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니고 뭔가"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 한도숙 의장은 "안녕하삼"이라고 인사를 한 뒤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요즘 TV를 보니 중고생들이 많다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인사했다"면서 "젊은 학생들을 보니 새 시대가 열리는 것같다"고 흐뭇해했다.
저녁 8시 20분 현재 시청 앞 광장에는 1만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여있다. 시민들은 계속해서 주변 역에서 나와 행사장을 찾고 있다.
"미국에서 리본달고 촛불문화제 응원합니다" |
"우리도 함께 합니다! 몸은 멀리 조국을 떠나 있으나, 고국을 생각하는 그 마음은 똑같습니다. 하나의 촛불을 더하는 정성으로 우리도 리본을 달고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미국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를 응원하고 있다.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이 14일 동영상 커뮤니티 <유투브>에 'Ribbons against Mad Cow(미친 소를 반대하는 리본들)'이라는 3분 22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는 아리랑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문화제 모습과 미주 한인 주부들이 지난 8일부터 진행 중인 '리본달기 운동'의 모습이 담겨있다.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은 그동안 수많은 교민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거나 직접 보내 준 총 93장의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 한장 한장마다 타국에서 고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자동차 번호판과 대문, 옷, 차, 우편함 등에 달려있는 리본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엮여 있다. 자동차번호판에 등장하는 지역도 워싱턴 D.C·캘리포니아·라스베가스·텍사스·애리조나·캔자스·코네티컷·퀘백 등 다양하다.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은 "리본의 흰색은 ▲협상의 백지화 ▲불공정 거래의 부당성 ▲육골분 사료 등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의 부당성을 의미하며 빨간색은 ▲쇠고기의 색 ▲광우병의 위험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상징한다"며 "리본을 엇갈려 만든 것은 무제한적인 쇠고기 수입 반대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사진에 등장하는 교포들은 모두 손수 만든 피켓, 현수막 등을 들고 촛불문화제에 모인 국민들을 응원하고 있다.
피켓과 현수막에는 "내 조국 대한민국의 아무 제한 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합니다" "우리 사료로도 거부한 소고기 정말 한국에서 수입합니까? 사람은 사람다운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재협상만이 건강한 한국을 지키는 길입니다" "최소한 내 조국의 친구들에게 내가 먹는 것과 같은 쇠고기를 먹게 해주세요" 등등의 메시지가 적혀있다.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은 "집회에 함께 할 수 없는 미주 한인 주부들이 사이버상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마음을 고국의 여러분들과 함께 더하고자 시작됐다"며 "앞으로도 이 사이버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더불어 마지막에는 "우리는 우리의 조국을 사랑합니다"라며 고국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14일 저녁 7시 50분 현재 이 동영상은 총 21143번 조회됐다.
한편,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임은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 7일부터 사흘 간 쇠고기 재협상을 위한 1차 서명운동을 벌여 약 1100여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Ribbons against Mad Cow(미친 소를 반대하는 리본들)'동영상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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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4일 저녁 7시 30분] "고시 연기? 워낙 고집센 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