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보드 교체비용이 60만원이 넘는 바로 그 문제의 노트북입니다.이윤기
▲ 메인보드 교체비용이 60만원이 넘는 바로 그 문제의 노트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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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점검해 본 서비스센터 직원은 메인보드에 이상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만약 지금 수리를 하려면 '부품교체 비용'만 60만원이라고 하였습니다. 서비스센터 직원은 "부품가격은 노트북이 200만 원에 판매되던, 2001년 당시 출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군요.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제가 수리를 맡긴 노트북(윈도98이 깔린 펜티엄3)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노트북도 60만원을 안 주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 컴퓨터나 노트북 같은 디지털 가전제품들은 워낙 기술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성능이 더 좋은 신제품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제가 사용중이던 노트북이 만약 지금도 판매된다면 뒤따라서 출시된 성능 좋은 신제품 때문에 가격이 많이 내려가서 10만~20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7년 전에 그 노트북이 200만원에 판매되던 당시에 정해진 부품가격은 하나도 내려가지 않은 채 그대로라는 겁니다.
만약, 지금도 판매중이라면 10만~20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성능의 노트북을 고치려면, 60만원 넘는 부품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기업들이 7년 전에 만든 부품에 대하여 감가상각을 하지 않고, 처음 제품 생산 당시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는 횡포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회사가 보유한 부품은 감가상각 안해
억울한 일은 이것뿐 아닙니다. 창원 서비스센터에서는 제대로 고쳐주지도 않았으면서, 점검비로 1만1000원을 내놓라고 하더군요.
처음 노트북을 가지고 갔을 때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던 같은 용량의 다른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오면 교체해주겠다고 해서 며칠 후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하드디스크 교체를 해도 컴퓨터가 켜지지 않아 몇 시간을 끙끙대다가 "맡겨놓고 가면 수리해서 연락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일주일쯤 후에 수리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노트북을 찾으러 갔을 때는 하드를 교체하지 않고 수리했다고 하더군요.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꾸는 것이 미심쩍었지만, 수리가 잘된 줄 알고 점검비를 주고 왔는데,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하루 만에 부팅 후 멈추는 증상이 다시 나타나더군요.
지역 서비스센터에서 점검을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서울에 있는 서비스센터에 문의하였습니다. 친절하게 택배기사까지 서비스센터에서 보내주고, 포장을 하지 않아도 택배기사가 다 알아서 서울까지 보내준다더군요. 저는 이 때까지만 해도 "서울 본사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메인보드가 교체비가 60만원이라고 해서 수리를 포기했더니, 사전에 정확히 알려주지도 않고 왕복 2만원이나 하는 택배비를 모두 제가 부담하도록 하였더군요. 만약, 택배비가 이렇게 비싸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제가 직접 포장해서 그냥 3000~4000원 하는 일반택배를 이용했겠지요. 더군다나 어차피 폐기하기로 결정한 고장 난 노트북을 택배비까지 부담하며 돌려받을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서울에 있는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런 사정을 따져 물었습니다.
"고객님께서 택배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안내는 분명히 하였습니다."
"왕복 택배비용이 2만원이나 나오는 줄 알았으면 제가 그냥 포장해서 3000~4000원이면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하네요."
"고객님께서 그렇게 보내면 저희가 접수를 하지 않습니다. 저희 거래 택배사가 아니면 접수를 받지 않습니다."
"뭐라구요. 택배비가 이렇게 비싼데…, 회사가 지정한 택배로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구요? 뭐 그런 경우가 있나요?"
고치지도 못하고 점검비·택배비 3만원 날려
서비스센터에서 상담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들려주는데, 분명히 안내는 했더군요. 그렇지만, 택배비가 2만원이나 나온다는 안내는 해주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으로 거래하고 택배로 제품 교환이나 반품을 받는 경우 회사가 지정한 택배사를 이용하면 비용이 더 저렴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경우는 정반대더군요. 게다가 소비자가 마음대로 택배사를 정해서 보내면 접수도 안 받는다고 합니다.
글쎄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기업 횡포로 느껴집니다. 제가 상담원과 통화할 때, 택배비가 얼마쯤 나오는지 물어보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비상식적으로 비싼 부품값 문제가 본질입니다. 이런 일이 제가 노트북을 구입한 회사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됩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대기업들의 횡포 때문에 결국 많은 소비자들은 제품을 수리해서 쓰는 것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비싼 부품값 때문에, 얼마든지 고쳐서 사용할 수 있는 멀쩡한 제품을 폐기하고 새 제품을 사도록 소비자들을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손해를 보는 일입니다.
소비자들은 저처럼 충분히 고쳐 쓸 수 있는 노트북 그냥 내다버려야 하고, 기업들 역시 보유하고 있던 부품을 결국에는 폐기처분하게 될 것이 뻔한 일입니다. '지구환경'을 생각한다면, 오래된 자동차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처럼, 고쳐 쓰고, 오래 쓰려는 소비자들을 위하여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제품가격에 맞추어 부품가격도 조정되어야
이처럼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지금처럼 빠르지 않은 때 만들어진 소비자보호 관련법을 시대에 맞게 고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도는 기업들은 아무리 오랫동안 부품을 보관해도 소비자들에게 팔 때는 전혀 감가상각이 일어나지 않는 비용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입하고 나면 전혀 사용하지 않고 보관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중고 값밖에는 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제가 포장도 뜯지 않은 노트북 메인보드를 구입해서 보관했다면, 시장가격으로는 10만원도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이 보관하고 있던 부품은 7년이 지났어도 처음 만들었을 때 가격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참으로 불합리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감각상각보다는 부품 보유 비용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부품 가격은 수요 공급과 같은 시장경제의 원칙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소비자보호법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같은 관련 제도를 고쳐서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품을 판매할 때, 생산연도부터 시간이 지난 만큼 반드시 감가상각을 하여 현실에 맞는 부품 값을 정하도록 개선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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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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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10만원짜리 헌 노트북, 부품값은 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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