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식대사' 베이징 카오야

[꼭 먹어 봐야 할 북경요리① ] 베이징 카오야

등록 2008.05.21 10:37수정 2008.05.2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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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북경오리"라고 말할 것이다. 중국 최고의 연회인 '만한전석'에도 있는 고급 요리인 카오야. 지금은 체인점화되어 중국 어디에서나 돈과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체인점이 있어 한 번쯤은 먹어보거나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요리다.

중국의 미식대사, 베이징 카오야


카오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원나라까지 이르는데 그 당시는 '쯔야'라고 불린 남송 임안의 유명한 요리였다. 당시에는 자연산 오리를 사용하다 청대에 이르러 비로소 지금과 같은 인공 사육한 오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도 최고급 요리와 최고의 선물용품으로 여겨졌다.

명나라 초기 주원장이 남경을 수도로 정했을 때 궁중 요리사가 남경의 살찐 오리를 숯불의 열기로 은근히 굽는 조리법으로 요리를 만들었다. 이후 북경으로 수도를 옮기자 카오야의 조리법도 더불어 북경에서 유행하면서 '취엔쥐더'나 '피엔이팡' 등의 카오야 전문 음식점이 생기게 됐다.

20세기에 이르러 카오야는 북경 요리 미식의 대명사가 돼 취엔쥐더나 피엔이팡 등에서 손님을 초대하는 것은 아주 융숭한 대접으로 여겨진다.

중국 해방(1949년) 후 북경오리는 '미식대사(美食大使)'라는 지위를 얻게 된다. 세계 어디에서나 카오야를 만날 수 있으며 혹시라도 외국 손님이 북경에 온다면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요리가 된 것이다. 이미 200여 명의 각국의 대통령과 귀빈들 또한 취엔쥐더에서 전통 카오야를 먹고 갔다고 한다. 

카오야는 60일 정도 인공 사육해 무게가 3Kg 정도 되는 오리를 사용한다. 예전에는 오리를 굽기 전에 손님에게 붓에 설탕물을 적셔 오리에 이름이나 기호를 적게 했다. 오리를 다 구우면 까맣게 이름이나 기호가 나타나는데 이는 주문한 오리가 혹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손님 앞에서 오리를 자르는 이유

그리고 오리를 다 구운 후에는 손님 앞에서 오리를 직접 자르는데 이를 '탕피엔'이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손님에게 이전에 표시해둔 이름이나 기호를 보여 줌으로써 주문한 오리가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 시켜 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직접 면전에서 모든 오리를 잘라 한 조각도 남겨 놓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 시키는 것이다.


생 오리는 보기에 아주 크지만 구운 후에는 지방이 다 빠져서 고기는 그다지 많지가 않다. 일반적으로 대략 500g정도가 나온다. 만일 주방에서 오리를 잘라서 식탁에 내온다면 아마 손님의 입장에서는 비싼 돈 주고 먹는데 혹시 고기를 빼 돌리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와 같이 손님 앞에서 직접 자르는 것은 카오야의 색다른 볼거리를 주는 것과 동시에 손님과의 쓸데없는 오해와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고난도의 장사수완이라고 볼 수 있다.

북경 오리의 대표적인 전문점인 '취엔쥐더'는 원료 선택에 있어 아주 엄격하다. 오리와 함께 따라 나오는 첨면장은 반드시 북경의 육필쥐(명나라 중엽 산서성 임분현의 조씨 삼형제가 북경에 개업한 장 전문 가게) 제품만을 사용하며 맛과 색상, 점도 등을 따진다.

대파는 산동 양각 대파만을 사용한다. 또 파의 흰 부분이 길고 풋내가 없으며 맵지 않고 단맛이 나고 연하고 즙이 많아 먹으면 가볍게 끊어지고 이빨 사이에 끼지 않는 특징이 있다.

과일나무 장작으로 화로에서 구워야 제맛

카오야에서 가장 중요한 조리 과정은 굽는 과정이다. 취엔쥐더의 경우에 과일나무 장작을 태우면서 직접 오리를 화로에 걸어 굽는 방법을 사용한다. 때문에 오리 껍질의 색상이 선명하고 바삭바삭하며 과일 향기와 장작 태운 냄새가 스며 들은 카오야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점을 제외한 비교적 소규모 가게에서는 원가 절감을 위해 전기 화로나 가스 화로를 사용하는 곳도 적지가 않다.

얼마 전 취엔쥐더는 앞으로 모든 체인점에서 굽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전자 레인지를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중국의 전통요리를 훼손한다는 국민들의 여론에 직격탄을 맞고 무효화 한 적도 있다.

카오야를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뜨거울 때 먹는 것이다. 식으면 맛이 없다. 카오야를 먹을 때는 몇 가지 방법을 염두에 두고 먹는데 첫째, 잘 구워진 오리는 외형이 풍만하고 완전하며, 불기가 간 흔적이 세세하고 균형이 있으며, 색상이 붉고 밝게 반들거리며, 갈라지거나 접히거나 눌거나 익지 않은 부분이 없어야 한다.

두 번째로 오리를 자르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예전에는 오리의 가슴 부분에서 시작해 껍질과 고기를 잘라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왕왕 오리 껍질 아래의 기름도 함께 나와서 먹기에 비교적 느끼했다. 그래서 요즘은 먼저 오리 가슴 부분의 껍질을 잘라낸 다음 기름기를 뺀 후 다시 고기를 잘라낸다. 이렇게 함으로써 느끼한 맛을 없애주고 껍질과 고기를 따로 먹음으로써 두 가지 색다른 맛을 볼 수 있다.

오리를 잘라내는 방법은 오리의 크기나 인원수에 따라 보통 9배수로 잘라내는데 한 마리 오리는 72편에서 108편까지 잘라내다. 예를 들면 문인들은 72편으로 자르는데 이는 공자의 72 현인을 의미하며 무인들은 108편으로 자르는데 이는 수호지 양산박 108호걸을 의미한다. 만주족 연회 시에는 81편으로 자르는데 이는 '팔기군 통일'을 의미하며 회갑에는 99편으로 자르는데 이는 100세까지 장수를 의미한다(100은 다 찼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100편으로는 자르지 않는다). 현재는 일반적으로 80편이나 88편으로 잘라내는데 이는 길하다는 의미의 숫자다.

세 번째, 카오야는 본래 살코기보다는 껍질을 중요시한다. 오리 껍질은 바삭바삭해 입에 아주 딱 맞으며 비계와 살코기는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다. 첨면장은 반드시 조미를 한 후 볶기 때문에 생 첨면장의 흙 냄새가 나지 않는다. 대파는 달싹하고 연한 산동 양각 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살짝 깨물어도 가볍게 끊어지며 이빨 사이에 끼지 않는다.

오이는 물기가 많고 또한 껍질을 깎았기 때문에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물기가 가득하다. 야삥(밀가루로 얇게 구운 전병으로 오리를 싸서 먹는데 쓰인다)은 얇고 부실하지 않으며 쫀득쫀득하고 생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울려져서 카오야의 맛을 낸다.

네 번째는, 카오야는 잘라 놓으면 고기는 그다지 많지 않고 나머지 대부분은 뼈에 붙어 있다. 뼈를 푹 고아 만든 탕은 맛이 순수하고 진하여 박이나 배추를 곁들여 마시면 카오야의 화룡점정이다.

먹은 후 탕이나 튀김으로 만들어도 좋아요

근래에는 카오야 맛이 예전의 단순한 간장 맛에서 발전해 새콤달콤한 맛, 매콤달콤한 맛, 얼얼하고 매운맛, 과일 향 맛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오리를 굽기 전에 각종 맛을 내는 소스를 발라 구운 후에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통 북경오리를 예전에 먹어본 독자라면 새로운 맛도 먹어 볼 만하다.

카오야를 다 먹은 후에는 종업원에게 탕을 만들어 달라고 하던지 혹은 주방에 부탁을 하여 뼈를 살짝 튀겨내면 술 안주에 아주 좋은 색다른 요리가 된다. 북경이나 중국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거나 혹은 여행 길에 외식을 할 때에도 카오야는 훌륭한 요리로 제 몫을 다 한다.

단, 카오야는 1시간 가까이 시간이 걸리는 요리이므로 먼저 예약을 하거나 주문을 일찍 해 놓아야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주말에는 유명한 오리 전문점은 거의 자리가 없다고 봐야 하므로 주말을 피해 평일에 가서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취엔쥐더의 경우에 한 마리에 2만3000~3만원 정도면 먹을 수가 있고 카오야는 느끼해 많이 먹지는 못하므로 몇 가지 요리를 곁들여서 맛만 보는 정도면 족하다고 본다. 그리고 오리는 음기와 위를 보하고 수종을 없애 주는 데 효과적인 음식이다. 또 단백질, 지방, 다종의 영양소를 가지고 있는 아주 좋은 영양 식품이다. 단, 오리는 지방이 비교적 많으므로 연세 드신 분들께서는 많이 드시지 않는 것이 좋다.

덧붙이는 글 | 노태권 기자는 중국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노태권 기자는 중국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국요리 #북경요리 #북경오리 #베이징카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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