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홍 민주당 의원, 천영세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등 야당 전현직 의원 및 18대국회 당선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무기한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유성호
사실 이들 중 예비 국회의원과 일부 의원을 제외한 상당수는 이번 17대 회기를 끝으로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말년 의원'들이다. 며칠 남지도 않은 임기를 청와대 앞 노상에 자리를 깔고 앉아 농성으로 보내려는 이들이 범상치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천영세 대표는 "우리가 여기 와서 앉아있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국민들의 광우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 등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을 초월한 야당 의원들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는 그런 절박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고,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앞 농성은 어찌보면 상식적인 일"청와대가 위치한 종로구 '토박이' 유승희 의원은 어렸을 적 분수대 자리에 있던 '토방'에 올라가 놀았던 기억이 있다고 한다.
지난 총선에서 손학규 대표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는 바람에 이번 회기로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유 의원 역시 국회의원 생활을 농성으로 시작해 농성으로 끝맺게 됐다. 그의 첫 농성 주제는 '국가보안법 폐지'였다. 농성을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유 의원을 알아본 주민들이 음료수를 사들고 다가와 "힘내라"며 악수를 건넸다.
유 의원은 전날(20일) 정부의 추가협상 내용에 대해선 "눈 가리고 아웅하기"라고 꼬집는가 하면, 이 대통령과 손학규 대표의 회동 내용에 대해서는 "경박스럽다"고 성토했다.
그는 "'30개월 이상 소는 수입이 안될 것'이라며 얼렁뚱땅 넘어가는 식의 얘기가 오간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며 "30개월 이상 소를 수입하기로 협상을 해놓고, 이제와서 말 한마디로 그 협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해소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도대체 영수회담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런 내용도 없고 진정성도 없는 경박스럽기 짝이 없는 회담이었다"며 "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가 아니라 국민 앞에 무릎꿇고 엎드려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앉아있던 심상정 의원도 "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어물쩡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라며 "85%의 국민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장관 고시를 강행할 경우 성난 쇠고기 민심과 영영 화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농성은 "국민적 저항을 만들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심 의원은 의미를 부여했다.
'끝물' 의원들, 농성하려다가 경찰과 몸싸움까지이들이 농성판을 벌이는 과정도 수월치는 않았다. 이들은 농성에 앞서 분수대 앞에서 정부의 쇠고기 수입 추가협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이 이들의 진입을 저지했고, 결국 경찰과 국회의원이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당초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기자회견이 열리긴 했지만, 참석자들은 분통을 참지 못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분수대 앞에는 프리온 인자가 많은 사람만 들어오는 모양"이라며 경찰의 행태를 비판했고, 노회찬 의원은 관광차 들른 외국인들을 바라보며 "여기는 외국인은 들어올 수 있고 국회의원은 못 들어오는 곳"이라고 비꼬았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규탄사에서 "규탄을 하도 많이 해서 이제는 지칠 정도"라며 "정부가 귀를 열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강 의원은 이번 협상에 대해 "우리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 주권을 미국이 다 벗겨갔고, 속옷을 벗긴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가죽까지 벗겨 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청와대 앞 농성은, 정부 고시 등의 상황을 고려해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25일경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농성에는 천영세 대표를 비롯한 강기갑·권영길·이영순·최순영·현애자 등 민주노동당 의원과 곽정숙·이정희·홍희덕 18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 김태홍·김재윤·유승희·정청래·홍미영 등 통합민주당 의원,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상임대표, 임종인 무소속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