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쁜 남편이라며, "양심 있으면 이런 책 출간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못난 남편 만나 고생 심한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나쁜 남편'이란다. '못난 남편'이란다. 그런 남편 만난 아내는 늘 '고생 심한 아내'란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그런 남편과 아내는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글쎄, 괜한 걱정을 한 듯하다. '선배 유부남이 후배에게 주는 52가지 결혼생활의 지혜'라는 부제마저 당당히 달고 나온 <대한민국 유뷰남 헌장>은 지은이가 결코 '나쁜 남편' 자리에 머물러있지 않고 아내를 위해 '용 쓰는 남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 제목은 여러가지 단계를 거쳐 나왔다. 그 과정을 소개하기 위해, '못난 남편'인 지은이와 확연히 비교되는 어느 김씨에 대한 일화를 구구절절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쁜 남편'인 자신과는 비교되는 무서운 사람(!) 그 김씨에게서 지은이는 이 책을 출간할 수 있는 밑거름을 발견하게 된다.
지은이에게는 그저 '무서운 남자'였던 김씨. 그 김씨는 얼굴도 그저 그런 편이고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대한민국 평균 남자였다. 그런데, 김씨는 자신과 달리 아내를 즐겁게 하는 묘한 비법을 알고 있었다. 아니, 실천하고 있었다.
김씨가 지닌 묘한 매력에 빠진 그는 차츰 그 비법을 마음에 새고 몸으로 익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이 비법을 물려줄 제자(?)를 발견했다. 결혼을 앞둔 후배가 있었던 것이다.
결혼 선배, 인생 선배로서 그는 김씨에게서 물려받은 비법을 '선배 유부남이 후배 신랑에게 주는 26가지 삶의 지혜'라고 이름붙여 후배 결혼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 글이 '장가 가는 후배에게 주는 25가지 삶의 지혜' 등 몇 가지 다른 제목을 달고 인터넷을 떠돌았다고 한다. 게다가, 후배를 위해 지은이가 쓴 글 제목은 원래 당시 장안의 화제였다는 김승호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26가지 삶의 지혜'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이런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씨앗이 되어 나온 책이 바로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이다. 대화, 가사분담, 부부싸움, 성 생활, 육아 등 크게 다섯 가지 종목(?)으로 분류된 '좋은 남편'되는 비법 52가지는 사실 평범한 일상 그 자체다. 그런데 뭐가 다른 걸까? 왜 재미있는 걸까? 책 두께는 손가락 한 개 반정도 될까 말까 해서 볼 것도 없어 보이는데. 김씨와 관련된 이야기 15가지가 양념처럼 들어가서 그런 걸까? 모르긴 몰라도, 그건 '못난 남편' 김상득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고백이 이 책 곳곳에 배어있기 때문일 게다.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
아내가 부를 때에는 스포츠 중계가 제아무리 재미있고 신문 기사가 혼을 빼앗는다 해도 한번에 바로 대답하고 아내 쪽을 바라보라. 상냥한 아내를 만드는 것도 사나운 아내를 만드는 것도 다 그대에게 달려 있다.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다. 헌장1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 대화편, 19)
<허락받지 않은 가정방문>
아내 허락 없이 친구나 후배를 집으로 데리고 가지 마라. 집은 그대의 소유일지 몰라도
가정은 아내의 것이기 때문이다. 헌장 24 (같은 책, 부부싸움편, 79)
<아이를 안아주라>
퇴근하여 집 현관에 들어설 때 아이가 달려 오거든 손에 들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아이를 안아주라. 아이가 품에서 떨어져 나갈 때까지 언제까지나 안아주라. 아이는 마음의 배가 부를 때까지 사랑을 받아 먹고 있는 중이다. 헌장 49 (같은 책, 육아편, 137)
헌장? 그렇다, 헌장이다. 제목에 그렇게 써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제목이 좀 거창하다. 지은이도 원래 이 제목을 선택하진 않았단다. 자신과는 맞지 않는 엄청나게 무서운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여론(?)에 밀려 이 제목을 선택하고 드디어 합리화해버렸단다. 차라리 역설적으로 생각해서 '희망사항'같은 제목 그대로 진짜 그런 남편이 되기로 말이다. 지은이는 그 희망 여행에 뭇 남편들을 초대한 셈이다.
아 참, 몇 가지 알려줄 것이 있다. 글 한 편마다 길이는 짧아도 의미는 깊으니 너무 성급히 한 번 읽고 끝내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도 '못난 남편'인 것만 같아서 이 책 보기가 두렵거든 책 곳곳에 숨은 그림들이라도 보자. 흔히 촌철살인이라는 말처럼 부부가 사는 모습의 특징을 잘 잡아낸 번뜩이는 장면들을 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 한 가지 더. 옆집 남자 김씨를 생각하며 '옆집 여자에게' 전하는 '좋은 아내' 비법들을 잊지말고 챙겨보자. 단, 많지는 않으니 각 글마다 주의를 기울여 찾아보길 바란다. 분명 '대한민국 유부녀 헌장'을 만들어볼 만한 것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여기서 한 마디 더 바라는 분이 계시려나? 그런 분에게 말씀드린다. 겁없이 거창한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을 속속 파헤쳐 여러분이 이 책을 다시 써보면 좋겠다. 지은이 바람처럼 이 대단한 '헌 장'이 헌(낡은) 장이 되면 대한민국 부부의 행복을 위해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 김상득 지음. 북폴리오, 2005.
2008.05.24 11:13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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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유부남 헌장 - 선배 유부남이 후배에게 주는 52가지 결혼생활의 지혜
김상득 지음,
북폴리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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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편'들을 위한 희소식,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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