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05.26 20:04수정 2008.05.26 20:04
여행 목적지를 전북 진안의 마이산으로 정하였다. 아침 일찍 준비를 하고서 집을 나섰다. 하늘엔 뿌연 연무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일기예보에 황사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는데, 이상하였다. 연무가 황사인지 연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파란 하늘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달렸다.
마이산에는 탑사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입구에 금당사 일주문이 우뚝 서 있었다. 처음 보는 것이라서 당황스럽기만 하였지만, 찾는 이의 마음을 압도하고 있어서 듬직하였다. 일주문을 지나니 돌로 조각된 여래상이 자비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어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요 근래에 지어진 것이 분명하였다.
조금 걸어가니, 온통 금색으로 색칠을 한 대웅전을 비롯한 산사가 눈 안으로 들어온다. 백제 천년 고찰 금당사라는 안내문도 있다. 나옹 선사가 수도를 하던 곳이란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견문이 넓어진다. 대웅전은 지붕까지 모두 다 금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글자 그대로 금으로 만들어진 집이었다.
안내문을 보니, 문화재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보물 제1266호로 지정되어 있는 금당사 괘불탱을 비롯하여 전북 문화재 자료 제22호로 지정된 금당사 석탑 등 다양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동안 절이 쇠락해져 있어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스님과 신도들이 힘을 모아서 절을 재건해놓고 있었다.
내 잣대로 다른 사람을 측정하지 말라고 하였던가? 마이산 하면 탑사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나의 관념에 금당사의 모습은 무너지고 있었다. 조성되어 있는 연못에는 가지각색의 연꽃들이 환하게 피워내고 있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난 고고한 모습을 통해서 겉만 보고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지장암에는 석가모니 진신 사리를 비롯한 10대 제자들의 사리를 전시하고 있었다. 확대되어 보이는 사리를 바라보면서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알지 못하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천 오 백 년 전의 부처님을 친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동의 물결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믿음의 마음이 커지고 있었다.
금당사를 돌아 작은 언덕에 올라서니, 호수가 보인다. 산 속의 호수여서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 발로 움직이는 오리 배들이 떠 있어 더욱 더 아름다웠다. 느릿느릿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는 기름 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그 또한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의 사랑을 노래한 옛 시인을 기념하는 시비 앞에서 사랑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하였다. 부부의 사랑이란 지치지 않고 줄기차게 사랑하는 것이 참 사랑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벼운 사랑에 익숙해져 있는 세태에 부부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반추해보게 한다. 사랑을 줄 때에는 말이 필요 없고 받을 때에는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 부부의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이 아닐까?
탑사 안으로 들어서니, 새들의 소리가 요란하다. 바로 보니, 사랑에 빠진 새들이었다. 그 많은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당당하게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누구에게라도 감출 이유가 없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작은 미물인 새들도 그런 자신들의 사랑을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간절한 기원. 오직 한마음으로 절실하게 기도를 드린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없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탑사의 천지탑이다. 작은 돌들이 오랜 시간 동안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고도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간절한 기원 때문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천지탑을 바라보면서 행복은 안경과 같다는 말을 떠올린다. 우리가 그렇게 원하는 행복은 먼 곳이 있지 않다는 말이다. 안경이 콧등 위에 올려 있는 것처럼 행복은 바로 내 곁에 있다는 말을 그렇게 실감할 수가 없다. 우리는 쉽게 생각한다. 행복은 내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먼 곳에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밖으로 방황하는 것이다.
파랑새를 찾아 평생 동안을 헤맸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바로 내 곁에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밖에서만 찾느라고 헐떡이고 있는 어리석은 존재가 바로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탑의 돌 하나하나를 바라보면서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탑사의 마당에서 당당하게 사랑을 하고 있는 새들처럼 자신 있게 살아가야 하겠다. 간절한 기원으로 정성을 다 하여 탑을 쌓은 마음으로 인생을 성실하게 쌓아가고 싶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행복은 저절로 내 것이 될 것이다. 버릴 줄 아는 지혜로 열심히 채워간다면 사랑으로 충만할 것이다. 사랑이 넘치는 생활이 바로 행복일 것이다. 마음을 꽉 채우면서 마이산을 뒤로 하였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진안군 마이산에서
2008.05.26 20:0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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