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05.27 14:53수정 2008.05.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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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자락의 진틀마을에는 김차진(63) 할머니의 들꽃세상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집주변 뜰에 평생을 정성으로 가꾼 꽃들이 소담스럽게 핀 작은 들꽃천국입니다. 어렵사리 구해 키운 꽃도 있고 저절로 피어난 들꽃도 있습니다. 비교적 따뜻한 바닷가에 사는 해당화는 겨울이면 백운산 골짜기 바람을 못 이겨내고 동사해 3년을 이불덮어 집념으로 키워내기도 했답니다.
산중에 핀 해당화
자연석으로 쌓아놓은 담장 사이에는 해당화 꽃이 소담스럽게 피었습니다. 처음 이곳에 심었던 해당화는 안타깝게도 겨울에 동사해서 죽었답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 충남 서산 대산읍에서 구해온 해당화는 3년 겨울을 밤마다 이불을 덮어 씌워 아이 보살피듯 온갖 정성으로 키워냈답니다.
낮에는 벗겨주고 밤이면 덮어주고, 할머니는 그렇게 백운산의 해당화를 밤마다 이불을 덮어서 키웠답니다.
"첨엔 뭣도 모르고 그냥 놔뒀어. 그래서 한 번 실패하고 그 다음부터는 해당화가 겨울에 얼어 죽을까봐 3년을 이불로 싸서 키운 거예요. 손님들이 분양을 많이 해갔어. 해당화보고 다 좋아라고 그래, 산중에 있다고 희한하다고…."
활짝 핀 해당화 꽃향기가 참 좋습니다. 은은함이 찔레꽃 향을 닮았습니다.
깨진 항아리에서 패랭이꽃이...
깨진 항아리에서 패랭이꽃이 앙증맞게 꽃을 피워냈습니다. 순결한 사랑이라는 예쁜 꽃말을 가지고 있는 패랭이는 꽃모양이 옛날 장사꾼들이들이 머리에 썼던 '패랭이'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모양입니다. 갓은 양반들이, 패랭이는 상민이나 천민들의 모자로 가난과 서민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하늘매발톱은 꽃잎 뒤쪽에 있는 꿀주머니가 매의 발톱처럼 생겼습니다. 꽃봉오리는 스님들이 사용하는 목탁처럼 보입니다. 보라색이 감도는 푸른 꽃잎과 끝부분의 흰색이 어우러진 꽃잎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하늘매발톱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볼수록 신비감이 듭니다.
노란 애기똥풀은 까치다리라고도 부르며 시골 마을 근처의 풀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입니다. 위장병과 배가 아플 때 진통제로 사용하며 발목을 살짝 접질렀을 때 잎을 찧어 바르면 잘 낫는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바위에 붙어사는 부채 손은 "비가 오면 펴지고 햇빛이 들면 고사리처럼 옹글옹글 오므라들어"라고 말합니다.
할머니의 텃밭과 들꽃정원에 핀 아름다운 꽃들
바위틈에서 화사하게 핀 작약꽃도 퍽이나 아름답습니다. 그 향은 강렬하고 진합니다.
"완전 약이야. 닭에도 넣어 삶아먹고 한약재로 많이 쓰여."
금낭화는 경북의 어느 절에서 가져왔는데 그곳은 여승들만 사는 2층절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찰 이름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꽃양귀비는 올봄 광양의 꽃축제에서 4천원에 구입한 건데 꽃대가 계속 올라오면서 꽃이 핀다며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백운산에서 자생하는 산마늘 꽃과 노란붓꽃, 딸기 꽃은 할머니가 심은 것이 아닌데 저절로 나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텃밭에는 고들빼기 꽃과 보라색 감자 꽃도 피웠습니다. 할머니의 텃밭과 들꽃정원에는 지금도 지천에 아름다운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27 14:53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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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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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마다 3년 동안 이불 덮어 키운 해당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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