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여, 농림부의 20억원이 그리 좋던가

정운천 지지서명 배후에 정부 회유 의혹... 괴산 군수 "집요한 회유 있었다"

등록 2008.05.27 18:20수정 2008.05.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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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저지 대전충남 농축수산 부문위원회는 26일 오전 충남도청 앞에서 '정신나간 시장군수'들이 농민과 촛불을 든 여고생을 뿌리치고 20억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농림부의 회유에 넘어가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미FTA저지 대전충남 농축수산 부문위원회는 26일 오전 충남도청 앞에서 '정신나간 시장군수'들이 농민과 촛불을 든 여고생을 뿌리치고 20억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농림부의 회유에 넘어가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장재완

전국 45개 지역 일부 자치단체장들의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지지 서명과 관련 정부로부터 회유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임각수 충북 괴산군수는 26일 지역 기자들에게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놓고 국회공방이 치열했던 지난주 농식품부 핵심 관계자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다"며 "집요한 회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임 군수는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이 세 번이나 전화를 했고 국장들도 여러 번 전화를 했다"며 "재정 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로서 농림수산식품부의 회유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 군수의 이같은 양심고백은 정 장관 지지서명을 한 것과 관련 괴산군 농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임 군수는 양심고백 뒤 괴산지역 농민단체 회원들을 만나 지지서명 문건 2장을 직접 불태웠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는 회유전화를 한 사실이 없다며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괴산군수 "집요한 회유 있었다"... 부여군수 "20억원 지원해 준다고 해서"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에 부쳐지고 있다.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에 부쳐지고 있다. 남소연

하지만 정부의 회유가 있었다는 고백은 임 군수가 처음이 아니다. 충남 김무환 부여군수는 정운천 장관 지지서명과 관련 지난 22일 부여군 농민회 대표단의 항의방문하자 "정운천 장관 해임건의안을 반대하는 데 참여하면 20억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 주겠다고 해서 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논란이 일자 김 군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번 임 군수의 양심고백에 따라 김 부여군수가 예산지원을 조건으로 한 회유를 받았다고 밝혔다는 부여군 농민회 측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게 됐다.

김 부여군수의 정 장관 지지를 조건으로 한 '20억원 회유 발언'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또 있다. 


전남 화순군 전완준 군수는 야3당에 의해 정 장관 해임건의안이 제출되자 주도적으로 나서 부여군수 등 전국 130여 개 농촌지역 지자체에 정 장관 지지를 건의, 제안한 장본인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전 화순군수가 당초 정 장관을 지지한 이유다. 당시 전 화순군수이 밝힌 정 장관 지지의 주된 이유는 "시군단위 유통회사 건립과 농어촌뉴타운건설 등 농촌을 살려보겠다는 정운천 장관의 의지가 실천될 수 있도록…"이다.

화순 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 군수가 정 장관의 해임을 막기위해 주도적으로 나선 때는 지난 17일과 18일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수원에서 열린 '시장·군수 농정 워크숍'에 참석한 이후다.

 화순군농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22일 화순군청 앞 광장에서 화성군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화순군농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22일 화순군청 앞 광장에서 화성군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미경

화순군수가 정 장관 지지 제안한 진짜 이유는? 

이후 전 군수는 그동안 추진해 왔던 농정정책을 포기하고 갑자기 1시군 1 유통회사 설립과 농어촌뉴타운건설 등을 전담할 '농식품지원과'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또 농림수산식품부에 270억원 규모의 국고지원을 요청하고 예산확보에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것. 전국 시장군수들에게 정 장관 지지 건의서를 제안한 때도 지난 19일이다.

이 때문에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가 '시장·군수 농정 워크숍' 자리에서 전 군수에게 전폭적인 예산지원을 조건으로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의 정 장관 지지선언을 조직하도록 회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미FTA저지 대전충남 농축수산 부문위원회는 26일 충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억원에 농민 생존권과 국민건강권을 팔고 정운천 농정을 옹호한 충남 5개 자치단체장들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이 지목한 충남 자치단체장은 서산·논산시장과, 부여·홍성·청양군수 등으로 이들은 지난 주 전남 화순군수가 제안한 정 장관 지지 성명에 전국 40개 자치단체장과 함께 서명했다.

전농 충남도연맹 관계자는 "괴산군수가 정부의 회유사실을 고백하고 공식사과했는데도 충남 5개 지역 시장군수 등 대부분 자치단체장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며 "정부는 시장·군수 회유여부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정 장관을 지지한 영혼없는 단체장들은 공식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괴산군수 #부여군수 #정운천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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