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26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 북촌에 사는 시민입니다. 열심히 싸우고 계신 운동단체 '다함께' 여러분들께 작은 충고 한 마디 하려고 이 편지를 드립니다.
촛불이 사방으로 막힌 청계광장을 넘어 서울 도심을 흘러넘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5월 초 중고생들의 시위로 시작된 이번 시민들의 저항은 그야말로 그 누구도 지도부가 아닌,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촛불에 운동권들도 놀라셨지요?아마도 '다함께'를 비롯한 소위 '운동권' 분들은 이런 대중의 반란에 꽤 놀라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찌할 줄 모르고 방관하다가 몇 주가 흘러서야 하나둘씩 개인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결합하는 것 같습니다.
또 시위가 촛불 '문화제'에서 가두 행진으로 '진화'(보수 언론은 '변질'이라고 하지만)할 때 역시도 '권'들은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지도부 없는 대중이 이토록 질서정연하게, 또 마치 하나의 생물체처럼 자율적으로 진로를 정해 빌딩 숲을 누비며 경찰들을 애먹이는 모습은 경찰들뿐만 아니라 '관리'와 '지도'에 익숙한 운동권에게도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국면에서 이러한 모습을 더 극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은 꼭 학습과 지도, 규율을 통해서만 성장하지 않습니다. 자율적 움직임에서 나온 '정서'들이 한 몸 되어 공통성을 형성하는 과정 속에서 저절로 배우고 성장하기도 합니다.
요 며칠 간 대중은 마치 평화·인권단체의 '비폭력직접행동 워크숍'이라도 수강한 사람들처럼 멋지게 권력에 비폭력으로 맞섰습니다. 저도 맨 앞에서 그 대열에 동참하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간디가 없어도, 마틴 루터 킹이 없어도, 그리고 '다함께'의 '지도'가 없어도 대중은 스스로 비폭력과 직접행동의 힘을 깨닫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중은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다함께'는 터져 나오는 대중의 활력의 정서를 다시금 '지도'와 '관리' 속으로 끌고 들어가 힘을 빼려 하시는지요.
앞으로 나아가려는 시민들, 내일을 위해 충전하려는 '다함께'
그날 함께 했던 '다함께' 회원 분들이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26일 밤 시위에서 종각역 YMCA 앞에서 맨 앞에서 대중들더러 '앉자'고 하시던 분께 항의하던 그 사람입니다.
저는 그날 조금 더 뒤에 있다가 뒤에서 사람들이 "앞으로!"를 연호하는데도 갑자기 앞에 선 사람들이 앉아 버리기에, 왜 그러나 해서 나왔더니 다함께 회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앉자고 대중들을 '지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렸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는 앉아서 어찌 할지를 '합의'하자고 그런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미 대중은 그 자리에서 정서를 통해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천천히! 앞으로!" 였습니다. 그리고 "비폭력!"이었고, "폭력경찰 물러가라!"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