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하반기 <주간조선>은 노무현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봉하마을에 노무현 타운이 조성된다’고 보도했다. 그 후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호화사저건축’, ‘국민세금남용’ 등의 논란이 제기 됐다.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성토했고, 나 역시 서민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던 노무현이라는 사람에게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그 후 KBS <미디어 포커스>에서 이전 보도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며, 그 보도들이 왜곡보도였다는 주장을 폈고, 언론들은 그에 대해 침묵했다. 어떠한 해명이나 후속보도도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귀향이 이루어진 후 ‘노무현 타운’ 논란들도 역시 자취를 감추었다.
진실은 무엇일까? 다행히 김해에 소재한 인제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나에게는, 직접 가서 내 눈으로 진실을 확인 할 수 있는 거리적 장점이 있었고, 지난 17일 토요일, 드디어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김해시 봉하마을로 향했다.
봉하마을은 입구부터 과연 ‘노무현 타운’ 스러웠다. ‘대통령님 귀향을 환영합니다’, ‘대통령님 수고하셨습니다’, ‘대통령님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같은 문구가 적힌 노란 현수막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현수막 너머로 노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사저가 보였지만, 우선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았다. 새로 지어지고 있는 듯한 몇몇 건물들과 방문객들의 발자취가 남겨진 보드판 몇 개, 그리고 여기저기 걸린 수십 장의 플래카드를 제외한다면 봉하마을은 시골의 여느 마을과 다르지 않았다. 특별한 구조물도, 관광시설도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 언론들이 ‘노무현 타운’ 조성을 위해 투입되었다고 보도했던 495억원의 흔적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호화사저’는 어디에?
점심때를 넘긴 오후 1시경, 노무현 사저 주위에는 이미 수백 명의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다. 그 관광객들 사이로 노 전 대통령의 ‘호화사저’를 둘러보았다. 청바지에 평범한 사복차림의 경호원들이 진입로를 지키고 있어 사저 앞으로 갈 수는 없었지만, 주위에서 둘러 본 사저는 아직 조경공사가 진행이 중이었는데, 규모가 커 보이긴 했지만, 문제가 될 정도로 화려하다거나 호화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1층 목조주택이었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이 주택의 조성을 위해, 사저 부지매입비 1억9천만원, 설계비 6천500만원, 공사비 9억5천만원등 12억원이 들었으며 노 전 대통령의 사비로 충당됐다고 한다.
전남 여수에서 오셨다는 김상섭(38)씨는 “호화주택 논란을 신문에서 보긴 했는데, 과장
된 거 같다”라며 “언론들이 너무 선정적으로 보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봉하마을 주민 한 분도 “전 대통령이 살 집인데 저게 무슨 호화냐”며 “신문들 때문에 동네 주민들이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고 언론보도에 섭섭함을 표현했다.
퇴임 후 ‘스타’가 된 노무현 전 대통령
시간이 갈수록 사저 쪽으로 모여드는 관광객들 수는 점점 늘어났다. 강원도 홍천에서 오셨다는 한 할머니는 3시간째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며, 2시 40분에 대통령이 나오기로 했다면서 스타를 기다리는 10대 소녀처럼 들떠 있었다. 40여분이 지나고 드디어 노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환호하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노 전 대통령은 마치 락스타 같았다.
장애인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섰던 장향숙 전 의원과 함께 등장한 노 전 대통령은 수수한 차림으로 사람들 앞에 서서 찾아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봉하마을에서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것부터, 현 정부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까지, 약 50분가량 이어진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에 관광객들은 시종일관 큰 호응을 보냈다. 사후에 자신의 집을 김해시에 기증하기로 했다는 대목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직접 살펴 본 봉하마을은 언론들이 앞 다투어 보도했던 그 ‘노무현 타운’, ‘아방궁’은 아니었다. 전 대통령이라는 유명인이 돌아오는 바람에 쏟아진 세간의 갑작스러운 관심에 들떠 있면서도, 그 유명세에 조용하던 마을이 시끄러워질까봐 걱정을 하는 평범한 시골마을이었다.
봉하마을을 다녀 온 후에도 나의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더 커져만 갔다. 봉하마을은 분명 언론들이 보도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그러면 언론들이 열띤 분노를 쏟아내던 호화로운 ‘노무현 타운’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그리고 그 ‘노무현 타운’을 성토하던 수많은 언론들은 왜 지금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처음 ‘노무현 타운’ 보도를 시작한 <주간 조선>의 담당 기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봤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책임 있는 언론의 모습을 기대하는 나의 바람은 너무 무리한 것일까?
2008.05.30 10:2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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