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이 녹고 있다. 얼음 펭귄이 녹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알을 품은 펭귄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펭귄들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데 이토록 오염된 지구에서 펭귄 알은 과연 부화가 가능한 것일까.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정민이(김정민·3)는 녹아내리는 펭귄 앞에 멈춰 서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펭귄의 날개에서 뚝뚝 떨어져 내리는 얼음물을 고사리 손으로 받아내기도 하고, 펭귄 알을 두 손으로 감싸 안기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고 슬픔에 잠긴다. 정민이 아빠도 "녹아내리는 걸 보니 가슴이 아파요"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최병수 작가는? |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서 '쓰레기들'(1000cm×700cm, 걸개그림, 아크릴화)이 <뉴욕타임즈>에 실리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1997년 일본 교토 제3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와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리우+10 지구정상회의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AP, AFP, 로이터, 신화통신, 아사히신문 등에 소개되었다.
최 작가는 현재 여수 백야도에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
31일 오전 행사장(여수시청 광장) 앞을 지나가던 시민 조영순(38)씨도 "인간의 잘못이죠. 환경오염으로 펭귄들이 살 수 없어요"라며 녹아내리는 펭귄을 보며 안타까운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이 행사는는 환경운동가 최병수씨가 얼음펭귄을 이용해 환경재앙을 경고한 퍼포먼스다. 사실 환경문제를 다루는 데 펭귄만한 소재도 없을 듯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하나같이 "부연 설명이 없어도 얼음펭귄이 환경재앙에 대한 느낌을 강렬하게 전달해준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가 최병수. 얼음덩어리가 그의 손을 몇 번 거치자 얼음펭귄으로 재탄생한다. 전기톱으로 펭귄을 자르고 다듬고 있는 그에게 펭귄이 품고 있는 알의 의미를 묻자 툭 한마디 화두를 던진다.
"미래지, 미래…."
여수시청 본관에 내걸린 '나침반이 녹고 있다' '나무마음 우주마음', 시청 광장에 설치된 '잠기는 대륙' '남극이 녹아요' 등의 대형 걸개그림과 설치 미술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쉽고 간결하면서도 아주 강렬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지구온난화로 대륙이 잠기고 있는데 '지구인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환경에 대한 재앙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며 얼음펭귄을 통해 묻고 있다.
최병수 작가와 여수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한 이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 기후 보호 설치미술의 일환으로 퍼포먼스와 함께 진행되었으며 '아름다운여수21실천협의회'와 여수시가 주최했다. 6월 2일(월)까지 3일간 계속된다.
▲작품 감상최병수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조찬현
▲ 작품 감상 최병수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 조찬현 |
|
2008.05.31 20:04 | ⓒ 2008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