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적, 우주적 패션
백선희
우습지만, 너도 나도 '빅뱅'이다. 보그걸, 쎄씨, 에스콰이어 등 패션 잡지들은 더 이상 이름표 붙여진 '스타일리스트'들만의 것이 아니다. 명동, 압구정동, 동대문, 홍대. 거리가 패션이다. 굉장한 속도로 다양하게 진보해나가는 패션은 예술의 역사로도 손색이 없다.
보수적이고 고전적이어서 버려진 촌스러운 것들을 창조적으로 재활용하는 빈티지 패션이나, 저항 그 자체의 펑크와 사이키델릭, 양성적인 매력이 묘한 아우라마저 뿜어내는 앤드로지너스 룩, 전위적인 아방가르드까지, 패션은 이렇게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패션은 거리로 나왔다. 얼마 전 M.net에서 'Check it girl'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미니멀리즘의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 시니컬한 사진작가 김현성, 엘르걸 편집장 남윤희는 이 프로젝트의 심사위원 이었다. 엘르걸의 모델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시작하자마자 들이대는 치열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패션이 거리로 나갔으니, 그들도 거리로 패션을 찾아나섰다. 거리에는 싱싱한 에너지가 넘쳤다. 싱싱한 것들 중에 펄떡펄떡 살아숨쉬는 거리의 스타일리스트들을 찾았다. 이소영, 백선희, 이은경, 박현정 등은 젊음과 에너지 자체였고 쟁쟁했다.
걔 중 가장 독특한 매력을 풍기지만, 애매모호하기도 했던 백선희, 페이스는 가장 '이쁜'데 스타일에서 조금 뒤처저 아쉬운 이은경, 무엇보다 '모델스러움'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울렸던 '잇걸' 이소영. 그들은 이렇게 미디어를 거쳐, 패션의 실재로 '시뮬라시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