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홈쇼핑 회사가 만든 제품 카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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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는 다양한 채널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사는 전라남도 구례 간전 시골마을에도 어김없이 케이블TV가 들어온다. 공중파 방송의 난시청 지역인 이곳에서 공중파를 보려면 어쩔 수 없이 케이블을 설치해야 한다.
5년 전 시골에 내려오면서 1년 6개월간 TV를 보지 않고 살았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쯤 우리 집에 TV가 생긴 이후로 1년 넘도록 TV를 보지 않은 적이 없었기에 조금 묘한 느낌까지 들었다. 하지만 TV가 없으니 책을 가까이 하게 되고 산책을 하거나 일찍 잠이 들었다. 그런대로 살 만 했다. 혼자 산다면 굳이 TV가 없어도 될 것 같았다.
결혼 후 아내가 혼수로 가져온 TV를 다시 보게 되었다. TV를 사지 말자는 내 말에 아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TV를 사면 절대 보지 말라고 엄포까지 놓았었다. 하지만 사지도 말라고 큰소리 치던 나는 한 달도 안 되어서 자연스럽게 TV화면을 쳐다보게 되었다. 결국 1년 6개월간의 TV 없는 생활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TV라는 존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양쪽 모두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홈쇼핑 물건 구매 '0'... 며칠간 TV홈쇼핑 시청 나서지난 며칠간 TV홈쇼핑 채널을 보게 되었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이른바 홈쇼핑이 물건 구매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홈쇼핑 주시청자와 무시청자 간 역할 바꾸기를 하기로 한 것.
1995년에 홈쇼핑 채널이 생겼다고 하니 홈쇼핑이 시작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나는 이제까지 홈쇼핑을 통해 산 물건은 하나도 없을 뿐더러 홈쇼핑 채널을 10분 이상 본 적도 없다.
가끔 채널을 옮기면서 스치듯 홈쇼핑 채널에서 나오는 "마감임박" "전화연결이 어렵습니다"라는 말을 뱉어내는 쇼 호스트들의 다급한 호소를 듣기는 했지만, 그 말 때문에 채널을 멈추지는 않았다. 더불어 아내가 사온 TV에는 '채널 지움'이라는 기능이 있어 우리 집 TV엔 홈쇼핑 채널이 모두 지워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기획 때문에 다시 채널을 살려 홈쇼핑을 보기 시작했다.
첫 방송은 한 홈쇼핑의 다이어트 식품에 관한 것이었다.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펫**'이라는 제품이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살을 빼주는데 도움을 주는 식품이라고 인정받은 제품이라면서 요즘 꽤 유명해진 모 방송인의 트레이너 일명 '고**'씨가 나와 방송을 했다.
마라톤 한 지 8년이 지나 더 이상 빼야 할 체중도 없고 오히려 체지방이 없다는 핀잔을 들을 정도이니 그 제품에 당연히 관심이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호기심을 느꼈다. 정말 그럴까?
그동안 거의 매일 조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살을 빼기 위해서는 식사량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게 가장 기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제품을 판 지 몇 년이나 되었다고 하니 소비자들에게 나름 인정을 받은 제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비자들이 이미 효과가 없어 사지 않는다면 이제까지 판매가 됐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지는 않았다.
두 번째 본 방송은 보험이었다. 5월 5일에는 아이들을 위한 보험도 판매했는데 아이들에게 보험을 선물하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다치거나 넘어졌을 때는 물론 상처나 화상 식중독까지 보상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보험이라는 것이 미래에 닥쳐올 불안을 키우고 결국 불안에 굴복한 소비자들이 현실 개선이나 행동 양식의 변화가 아닌, 보험이라는 상품이 주는 안전에 만족하는 것이라는 평소 생각 때문인지 이것 역시 전혀 관심 없었다. 물론 그런 상품을 사줄 수 있을 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못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더불어 광고대로라면 보험사는 굉장히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험사가 소비자의 입장해서 열심히 보상을 했다면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보험사 직원들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또 너도 나도 보험사업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많이 버는 일은 좀처럼 많지 않은 법이다.
홈쇼핑에서 상품의 진실한 비교 분석을 기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