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철기시대 '방패'부터 버려라

[주장] 진화하는 시위 문화, 퇴보하는 경찰 대처

등록 2008.06.04 10:10수정 2008.06.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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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저녁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휴대폰 화상통화를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14일 저녁 서울시청앞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휴대폰 화상통화를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권우성


최근 촛불문화행사에서 새로운 광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트북, 와이브로, 캠코더로 실시간 방송을 하는 시민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수백만 명이 실시간 방송을 보며 채팅을 하고 댓글을 달다가 가슴이 찡해 광화문으로 나선다. 가상공간의 참여에서 물리공간으로,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10대의 강력한 무기, 휴대폰 문자

아직까지도 '1인 1미디어'라는 말이 생소하다면, 10대들을 주목하기 바란다. 초기 광우병을 염려한 중·고등학생이 청계천 광장에 모였을 때 그들이 주로 활용한 도구는 휴대폰 문자였다.

휴대폰 문자. 단문 서비스라는 말만큼이나 기술적으로 단수한 도구다. 소리도 영상도 전달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메일처럼 긴 문장을 담을 수도 없다. 전국민이 모두 소유한 휴대폰에 전국민 누구나 보낼 수 있는 문자가 청소년들이 가진 전부였다.

그러나 같은 휴대폰도 디지털화가 생활이 된 청소년과 아날로그 경찰은 달라도 참 많이 달랐다.

학생들은 저렴한 만큼이나 변변치 못한 문자 서비스로 이미 다양한 사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발적으로 문자를 주고 받으며, '현재 어디 어디가 뚫린다. 지원을 요청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고 하고, '경찰이 이런 저런 욕을 한다'고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주소록의 친구들 전원에게 '어디 어디로 나오라'는 문자를 보낸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경찰버스에서 경찰서에서 바지 속에 휴대폰을 넣고 한손으로 문자를 보낸다. 실시간으로 '닭장차 투어', '경찰서에서 시간 보내기 방법' 등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경찰은 철기 시대에 사나


 1일 새벽 서울 효자동 청와대 입구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한 시민이 경찰이 토끼몰이식으로 시민들을 벽으로 밀어붙이며 진압해 들어오면서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있다.
1일 새벽 서울 효자동 청와대 입구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한 시민이 경찰이 토끼몰이식으로 시민들을 벽으로 밀어붙이며 진압해 들어오면서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있다.권우성


이에 반해 경찰은 무엇으로 시위를 제압하는가? 초창기 조폭에게나 어울렸던 모토롤라 휴대폰 같이 크고 무거워보이는 무전기를 귀에 대고, 큰 소리로 현장을 지위한다. "시위대를 V자 모양으로 밀어 붙여!" 이 말을 곁에서 들은 모 방송국 기자는 해산 작전이 시작되었다고  실시간으로 보고한다. 현장에서 작전에 대한 보안마저도 들통나는 경찰과 주머니 속에 휴대폰을 조물락거리며 작전을 지시하는 청소년, 과연 누가 이길까?

같은 디지털장비를 가지고서도 활용하는 깊이와 창의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경찰봉, 방패, 물대포, 철창 쳐진 경찰차, UCC 방송 카메라 앞에서 보란듯이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 경찰은 그간 지능화되기는커녕 철기 시대로 돌아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도부가 디지털을 이해하지 못했고, 디지털 장비가 생활이 된 '스마트'한 시민을 아날로그적으로 대처하려 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대형차량, 물대포차, 보호막이 쳐진 갑옷 같은 옷, 곤봉, 통신장치를 가지고서도 허둥지둥 똑부러진 대응을 못하다가 심술이 나자 무폭력 시위를 벌이는 맨손의 시민을 발로 밟고 방패로 찍었다.

이에 반해 조직도 없고 돈을 지원 받는 것도 아닌 생면부지의 국민들은 서로 연결되어 경찰뺨치는 조직력과 논리력을 가지고 대응한다. 과연 누가 이길까?

경찰청장이 개념 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옷을 벗으라고 하기에 앞서, 더 큰 문제가 우리 경찰에 있다. 경찰청장부터 경찰에서 힘 꽤나 쓴다는 즉, 국민의 세금 많이 받으신 분들이 가진 아날로그 사고로 더는 우리 나라의 치안을 맡길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기술은 단순한 도입과 적용이 아니라, 생활에 스며드는 것이 진정한 디지털화다. 경찰은 사고부터 디지털화되어야 할 것이다.
#경찰 #시위 문화 #청소년 #모토롤라 휴대폰 #닭장차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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