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 서울 효자동 청와대 입구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한 시민이 경찰이 토끼몰이식으로 시민들을 벽으로 밀어붙이며 진압해 들어오면서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있다.
권우성
이에 반해 경찰은 무엇으로 시위를 제압하는가? 초창기 조폭에게나 어울렸던 모토롤라 휴대폰 같이 크고 무거워보이는 무전기를 귀에 대고, 큰 소리로 현장을 지위한다. "시위대를 V자 모양으로 밀어 붙여!" 이 말을 곁에서 들은 모 방송국 기자는 해산 작전이 시작되었다고 실시간으로 보고한다. 현장에서 작전에 대한 보안마저도 들통나는 경찰과 주머니 속에 휴대폰을 조물락거리며 작전을 지시하는 청소년, 과연 누가 이길까?
같은 디지털장비를 가지고서도 활용하는 깊이와 창의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경찰봉, 방패, 물대포, 철창 쳐진 경찰차, UCC 방송 카메라 앞에서 보란듯이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 경찰은 그간 지능화되기는커녕 철기 시대로 돌아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도부가 디지털을 이해하지 못했고, 디지털 장비가 생활이 된 '스마트'한 시민을 아날로그적으로 대처하려 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대형차량, 물대포차, 보호막이 쳐진 갑옷 같은 옷, 곤봉, 통신장치를 가지고서도 허둥지둥 똑부러진 대응을 못하다가 심술이 나자 무폭력 시위를 벌이는 맨손의 시민을 발로 밟고 방패로 찍었다.
이에 반해 조직도 없고 돈을 지원 받는 것도 아닌 생면부지의 국민들은 서로 연결되어 경찰뺨치는 조직력과 논리력을 가지고 대응한다. 과연 누가 이길까?
경찰청장이 개념 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옷을 벗으라고 하기에 앞서, 더 큰 문제가 우리 경찰에 있다. 경찰청장부터 경찰에서 힘 꽤나 쓴다는 즉, 국민의 세금 많이 받으신 분들이 가진 아날로그 사고로 더는 우리 나라의 치안을 맡길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기술은 단순한 도입과 적용이 아니라, 생활에 스며드는 것이 진정한 디지털화다. 경찰은 사고부터 디지털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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