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때 일본 관동군 헌병으로 항일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였으며, 그것도 모자라 해방 후에는 이승만의 비호 아래 양민학살에 앞장섰고, 결국 민족지도자이신 김구 선생님의 살해를 사주하는 등, 갖은 반민족 행위를 저지른 김창룡이 아직도 대전국립묘지에 묻혀있다." -국립묘지법 개정 및 김창룡 묘 이장 촉구 성명서 중 일부.
6일 오전 현충일을 맞아 수많은 참배객들이 대전현충원을 가득 메운 가운데 삽 모형과 피켓, 현수막 등을 든 무리들이 장군묘역에 나타났다. 이들은 반민족 친일군인 김창룡 묘 이장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회원들.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와 평화재향군인회 등으로 구성된 '국립묘지법 개정 및 반민족행위자 김창룡 묘 이장추진 시민연대'는 이날 국립대전현충원 장군묘역에 안장되어 있는 김창룡의 묘를 찾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이 들고 온 나무로 만든 삽 모형에는 '애국지사 묘역에 김창룡 묘 웬 말이냐! 이장하라'는 글귀가 쓰여 있고, 김창룡 묘에는 '민족반역자 김창룡 묘를 현충원에서 이장하라'는 현수막이 덮였다. 참석자들은 구호를 외치면서 삽 모형으로 묘를 파내는 퍼포먼스를 진행 했다.
평화재향군인회 표명렬 대표는 "국립묘지에는 박정희 같은 많은 반민족행위자, 민간인 학살자 등이 묻혀있지만 그래도 그들은 정당한 법절차에 의해서 안장됐다"며 "그러나 김창룡은 김영삼 정권 때 몰래 들어왔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창룡을 사랑하고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더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어서 속히 다른 곳으로 이장하라"며 "그것이 산자와 죽은 자 모두를 위한 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규봉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은 "8년째 이 자리에 서 있지만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숭고한 선열들의 뜻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속히 반민족 행위자의 묘를 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되어 있는 김구선생의 모친 곽락원 여사와 부민관 의거 조문기 선생, 유만수 선생 묘역을 찾아 참배하는 것으로 이날 행사를 마쳤다.
"국립묘지법 개정하여 반민족 행위자와 반국가 사범들 이장해야"
이에 앞서 이들은 대전현충원 앞에서 '국립묘지법 개정 및 김창룡 묘 이장 촉구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김창룡 묘가 이곳에 있어야 한다면, 저기 애국지사 묘역에 있는 김구선생의 모친 곽락원 여사와 아들 김인 선생의 묘는 왜 이 곳에 있는 것이냐"며 "누가 애국지사와 그들을 핍박한 자의 묘를 함께 이곳에 있게 했느냐"고 분개했다.
이어 "참으로 비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당장 파내라"며 "이런 자의 묘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국립묘지에 대한 모욕이며, 전 국민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역사를 욕보이고 이곳에 고이 잠들어 계시는 애국지사들을 능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과거사를 올 곧게 정립하여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그러한 자리에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제라도 국립묘지법을 개정하여 안장되어 있는 반민족 행위자들과 반국가 사범들을 모두 파내라"고 촉구했다.
김창룡·유학성에 꽃 바치는 '기무사령관'
한편, 이날 현충일을 맞아 김창룡 묘에는 눈에 띄는 조화가 헌화됐다. 국군기무사령관이 기무사령부의 전신인 특무대부대장을 지냈던 '조직의 선배'를 추모하기 위해 보내온 것.
이 조화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찾았을 때는 없었지만, 퍼포먼스를 마치고 돌아가자 현충원 직원들이 슬그머니 가져다 놓았다. 이 직원은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사진을 찍으려면 조화는 빼고 찍지 그러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창룡 묘와 50여 미터 쯤 떨어진 12·12 쿠데타의 주역 유학성 전 의원의 묘지에도 기무사령관이 보내 온 조화가 놓여 있었다.
반민족 행위자를 국립묘지에서 이장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계속되는 외침과 기무사령관의 이 같은 반민족 행위자 및 쿠데타 주역 추모 행위는 언제쯤 끝나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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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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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자 김창룡 파묘' 외치는데 꽃 바치는 기무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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