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들의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연휴 첫날인 6일 저녁에도 부산 서면에서 2000여 명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열고, 3km가량 떨어져 있는 부산지방경찰청까지 거리 시위를 벌였다.
촛불문화제는 이날 저녁 7시 10분부터 1시간가량 열렸다. 시민들은 서면 태화쥬디스 옆 2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으며, 작은 트럭의 짐칸을 무대로 사용했다. 촛불문화제를 시작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불어나 양초를 들고 도로에 앉았다.
시민들은 "이명박은 물러나라"와 "어청수(경찰청장)는 감옥 가라", "버시바우(주한 미국대사) 집에 가라",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은 보지 말자"고 외쳤다.
사회자는 "오늘 롯데 자이언츠가 야구를 했는데 졌다. 기분도 꿀꿀하다. 이명박 때문이다. 선수들이 쇠고기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들은 사회자의 제안으로 현충일을 맞아 '1분간 묵념'부터 시작했다.
먼저 연단에 오른 신수(부산대 4년)씨는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는데, 교수들도 광우병 위험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경찰 폭력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 기말고사인데 거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넥타이 부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30대는 "이 자리에 넥타이 부대들이 많이 없어 죄송하다. 과거는 선배들이 민주주의를 지켜왔듯이 미래는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이 이끌어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며 8살 아들을 두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자도 연단에 올라 "꼬마들이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슬프다"면서 "사대주의와 굴욕 외교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한실씨는 "미친소가 아닌 미친놈들 때문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멍청한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되고 똑똑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했고 조영호(부경대 2년)씨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물러나기 전 물대포 15발은 맞아봐야 하고 전경 대원한테 집단 폭행을 당해봐야 한다. 한편으로는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둘 수 있도록 해주어서 이명박 대통령이 고맙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도 마이크를 잡았다. 김해에서 왔다고 한 이상훈(12)군은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어느 나라 경찰이 자국의 여성을 짓밟나. 국민의 힘으로 이명박과 한나라당·조중동·뉴라이트를 쫓아내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
부산 영도에서 왔다고 한 김수정(12)양은 "요즘 학교에서 급식하는데 쇠고기가 나오면 5년, 10년 뒤에 우리는 죽는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이명박을 욕한다. 모두 힘을 합쳐 이명박을 몰아내자"고 말했다. 예비군복을 입은 20대는 "지난해 제대했다"면서 "군인들은 AI가 닥치면 닭고기 먹고, 돼지콜레라가 오면 돼지고기 먹고, 감자 농민들이 울상이면 4개월째 감자 음식을 먹었다"고 말했다.
딸 3명을 두었다고 한 40대 주부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다. 엊그제 계모임이 있어 밥 먹으러 갔더니, 분명히 지난 대선 때는 저한테 이명박 찍으라고 했던 사람도 그 자리에서 '누가 이명박 찍었나'고 했더니 '모르겠다'고 하더라"면서 "우리가 찍은 정치인을 존경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도중 한 자영업자가 확성기가 설치된 승합차량 쪽으로 다가와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장사가 안 되는 데 책임지겠느냐"고 따졌고, 이에 촛불을 든 시민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촛불문화제는 이날 저녁 8시 10분경 끝이 났다. 시민들은 곧바로 태화쥬디스 앞 도로로 나와 촛불시위를 시작했다. 시민들은 태화쥬디스 앞 왕복 8차선 도로 가운데 2차선을 차지한 채 행진을 벌였으며, 경찰은 바깥 차선에서 차량을 통제했다.
시민들은 부산지방경찰청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으며, 이곳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행사를 마쳤다. '광우병 위험 부산대책회의'는 7일 오후 6시 서면 태화쥬디스 옆 도로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까지 거리행진을 할 예정이며 10일에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2008.06.06 23:41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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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2살 "어느 나라 경찰이 자국 여성 짓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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