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경 진압할수록 거리로 나오는 사람 늘어

또다시 '소화기 분사'에 폭행 위협 나선 경찰 병력

등록 2008.06.07 17:35수정 2008.06.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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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현장에서의 '아이러니'

 

아이러니컬한 것 하나는, 시위 현장에 있으면 오히려 상황 정보에 어두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 있으면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늘 루트가 좁아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집에 있으면서 인터넷으로 상황 정보를 폭넓게 취득할 수 있는 동료를 확보해두는 것이다. 나는 그 덕을 보았다.

 

'국민 엠티' 두번째 새벽, 태평로 일대의 상황은 한가로웠다. 마찬가지로 가벼운 음주와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밤을 보내는가 싶었다. 하지만, 상황은 '새문안교회'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인근 PC방으로 옮겨 기사를 쓰고 있던 나에게 지인들이 다급한 문자메시지를 보내줘 상황을 알게 된 것이다.

 

몇백 명 이상의 남자들이 '아고라' 깃발과 함께 새문안교회 뒤쪽 골목으로 향하면서 전경과의 대치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만큼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축제'를 즐기고자 하는 참가자들도 있겠지만, 그 상황을 답답해 하며 '행동'을 개시한 참가자들도 있었다.

 

대치하는 전경도 고려하는 시민, '소화기'로 응사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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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버스를 끌어내는 시위참가자들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전경버스는 목소리를 전하러 청와대로 향하고자 하는 시위참가자들의 발을 가로막는 상징이다. 그래서 '끌어내려' 한 것일듯하다. ⓒ 박형준

▲ 전경버스를 끌어내는 시위참가자들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전경버스는 목소리를 전하러 청와대로 향하고자 하는 시위참가자들의 발을 가로막는 상징이다. 그래서 '끌어내려' 한 것일듯하다. ⓒ 박형준

 

어느 곳에서든 행동이 개시되면 상황의 중심은 그 즉시 그곳으로 쏠린다. '국민 엠티'는 다시 이전과 같은 '전경과의 대치' 양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7일 새벽은 뭔가가 달랐다. 그동안의 시위에서는 몇번이고 흔들어도 결코 움직이지 않던 '닭장차'를 3대나 끌어낸 것이다.

 

끌어낸 것을 기뻐해야 할지 우려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면, 서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나로 뭉쳐 엄청난 집중력을 선보이는 광경이다. 모래알과도 같은 이 사람들을 누가 이토록 뭉치게 만들었을까?

 

 전경버스를 끌어내는 시위참가자들
전경버스를 끌어내는 시위참가자들박형준
전경버스를 끌어내는 시위참가자들 ⓒ 박형준

 

 시위참가자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시위참가자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박형준
시위참가자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 박형준

 

이 '단단한 뭉침'은 어느 정도였을까? "전경을 밀면 서로 위험하다"는 경찰 방송 차량의 방송에 대해 오히려 "전경들이 불쌍하니 전경들을 뒤로 빼라"는 식의 구호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와 경찰이 기어이 뒤로 물러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단치 않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순간적인 감정보다는 한걸음 더 앞선 생각을 일치된 구호로 내걸어 실천시킨 것이다.

 

하지만, 경찰 측의 대처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변함없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만큼 '물대포'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동이 터 아침이 될 때까지 틈만 나면 소화기를 쏴 시민들을 노렸다. 개인적으로 기관지가 좋지 않은 편이라 잘 아는 편이다. 호흡기계통에 나보다 더 큰 질병을 안고 있는 시민이 있었다면 어쩔 뻔하려 한 것일까? 소화기를 가까이에서 분사당한 것이 아님에도 쉴새없는 기침에 시달렸다.

 

경찰, 천만다행인 줄 알아라. 불특정다수의 시민들이 모여있다. 어디다 대고 물대포니 소화기니 쏘아대는 것인가?

 

 아침에도 '골목 대치'가 이뤄졌다.
아침에도 '골목 대치'가 이뤄졌다.박형준
아침에도 '골목 대치'가 이뤄졌다. ⓒ 박형준

 

 아침에도 대치가 이어졌다.
아침에도 대치가 이어졌다.박형준
아침에도 대치가 이어졌다. ⓒ 박형준

 

불법 채증, 사복 경찰...시위대 자극하는 경찰

 

대치가 일상이 된 전경과 시위대, 누가 먼저 서로를 자극하는 것일까? 저마다 입장이 다르기에 서로가 상대방을 지목할 것이다.

 

나로서는 일단 경찰의 대처를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대치 상황에서 시위참가자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은 다름아닌 '불법 채증'이다.

 

 '불법 체증'에 나선 경찰
'불법 체증'에 나선 경찰박형준
'불법 체증'에 나선 경찰 ⓒ 박형준

 

 '불법 체증'에 나선 경찰
'불법 체증'에 나선 경찰박형준
'불법 체증'에 나선 경찰 ⓒ 박형준

 

그래서 선봉에 서는 예비군은 마스크 착용과 군복에 드러난 이름을 전기테이프로 가리는 일이 일상사가 됐으며, 여성들도 마스크 착용으로써 본인의 신분을 가리려 한다. 굳이 대치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대 시민들의 얼굴을 무차별적으로 촬영함으로써, 시위대의 감정을 건드린다.

 

그동안, 내가 시위 현장에서 채증 장면을 촬영한 사진만 해도 10장이 넘는 것 같다. 7일 새벽과 아침만 해도 의도치 않게 채증 장면을 찍은 사진이 많다. 이러지 말라. 위헌임이 분명한 '집시법' 따위를 들이댈 생각도 하지 말라.

 

거듭 말하지만 시위대야말로 '비폭력'을 가장 의식하면서 열심히 실천하려 노력하는 이들은 '시위대'다. 돌 하나 들지 않은 시위대를 향한 다양한 시위진압 테크닉을 선보이는 이들은 오히려 경찰이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불법 채증'까지 하니 시위대가 자극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불법 채증' 말고도 시위대가 경찰로부터 감정을 자극받는 일이 있다면 '프락치 의혹'이다. '프락치'는 이미 사실로 드러났다. 시위 현장에서 발각된 정보과 형사들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지 않다. 곳곳에서 '사복 경찰'이 발견된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복 경찰'
마스크를 착용한 '사복 경찰'박형준
마스크를 착용한 '사복 경찰' ⓒ 박형준

 

 2명의 사복 경찰이 마주친 사진이다.
2명의 사복 경찰이 마주친 사진이다.박형준
2명의 사복 경찰이 마주친 사진이다. ⓒ 박형준

 

위의 이미지들은 7일 아침의 진압 현장에서 내가 주의깊게 살펴보며 따라다니면서 촬영한 '사복 경찰'이다. 내가 이들을 주의깊게 살펴본 이유는 인상착의가 꽤 낯익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복 경찰' 역시 시위참가자들이 대단히 민감하게 인식하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내가 자신들을 촬영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스크 착용과 '고개 숙이기'로 자신들의 얼굴을 가리려 애썼다. 이를 본 일부 시위참가자들이 분개해 고함을 지르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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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과 시위참가자들의 오전 대치 오전이 되자 시위참가자들을 도로로 몰아내기 위해 전경이 소화기 분사를 포함한 '행동'에 나섰다. ⓒ 박형준

▲ 전경과 시위참가자들의 오전 대치 오전이 되자 시위참가자들을 도로로 몰아내기 위해 전경이 소화기 분사를 포함한 '행동'에 나섰다. ⓒ 박형준

 

경찰 윗분들께 고한다. 당신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불법 채증'과 '사복경찰 잠입',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전경들의 방패가 날카로워 진압 도중 폭력적으로 활용된다는 이야기가 많다. 7일 아침만 해도 <오마이뉴스> 유성호 기자가 그것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거칠게 반응해 경찰과 기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경찰 간부는 "시위 진압 시 위협용으로 방패로 땅바닥을 치면서 자연스레 날카롭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그렇다니 듣긴 듣겠지만, 시위참가자들이 그것을 쉽게 믿을지는 모르겠다.

 

욕설 내뱉으며 폭행 시도하던 전경, '기자 명함' 보더니...

 

'사복 경찰 촬영' 당시 전경들의 눈초리가 어째 심상치 않더니, 시위 진압 당시 나도 생명에 위협을 느낄 뻔 했다. 가급적, 나는 시위참가자들의 대열에서 촬영하고자 한다. 그틈에서 이리저리 뛰다 보면 대치 상황에서 극단적인 순간을 맞이할 때도 있다. 지난 1일 아침에도 그랬다. 몽둥이를 들고 뛰어오는 전경과 다섯걸음 이내에 근접해 있다가 기사회생한 적도 있다.

 

이번에는 아예 나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면서 눈을 빛내고 욕설을 퍼부으며 다가오는 전경이 있었다. '사법 경찰 촬영'에 자극을 받았던 것도 같다.

 

하지만, 나로서는 순간 억울했다. 밤 늦게, 이순신 동상 부근 닭장차에서 배가 고프다는 전경의 이야기를 듣고는, 같이 있던 여동생과 함께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핫도그와 맛살핫바를 잔뜩 사다가 전해준 것이 기억났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전경은 그렇게 욕설과 함께 험악한 눈빛으로 뛰어왔지만 이내 기세가 약해진 채 슬그머니 나를 피해 다른 시위참가자들을 향해 등을 돌렸다. 나는 목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을 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살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나는 날카롭게 갈린 방패로 흠씬 두들겨맞고 뻗었을 것이다. 안도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아니, 더러웠다. 시위참가자들을 향해 왠지 모를 미안함이 솟구쳤기 때문일 것이다. 7일 아침에도 2명 이상의 연행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경찰의 '과잉'이 더 많은 시위참가자 불러온다

 

시위를 바라보는 사람들, 특히 바라보다가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경찰의 진압에 분노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게 결정적이다. 왜 모르는가? 강한 행동으로 나올수록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난다.

 

그 이후, 현장에 남은 시위참가자들은 '횡단보도 시위'를 벌이거나 시청 광장과 세종로사거리에 대기하고 있다. 저녁까지 버티면 다시 촛불문화제가 열리면서 주말 시위가 시작될 것이다. 저번 주말 시위는 그야말로 엄청난 열기, 그리고 그를 누르기 위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크게 격화된 적이 있다. 물대포와 소화기를 실컷 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시위가 멈췄는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지칠 줄 모르고 있다. 그리고 몸으로 터득하고 있다. 끊임없이 청와대를 찾아가고자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절규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시도하려는 정책, 그리고 그가 국민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통렬하게 말하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알 때가 됐다. 진압이 그들을 막을 순 없다. 삶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물대포와 소화기를 견뎌내며 그래도 거리로 나오고 있다. 싸움의 끝은 아직 한창 먼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07 17:35ⓒ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촛불문화제 #촛불시위 #미국산 쇠고기 #이명박 #광우병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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