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이미지들은 7일 아침의 진압 현장에서 내가 주의깊게 살펴보며 따라다니면서 촬영한 '사복 경찰'이다. 내가 이들을 주의깊게 살펴본 이유는 인상착의가 꽤 낯익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복 경찰' 역시 시위참가자들이 대단히 민감하게 인식하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내가 자신들을 촬영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스크 착용과 '고개 숙이기'로 자신들의 얼굴을 가리려 애썼다. 이를 본 일부 시위참가자들이 분개해 고함을 지르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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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과 시위참가자들의 오전 대치 오전이 되자 시위참가자들을 도로로 몰아내기 위해 전경이 소화기 분사를 포함한 '행동'에 나섰다. ⓒ 박형준
▲ 전경과 시위참가자들의 오전 대치 오전이 되자 시위참가자들을 도로로 몰아내기 위해 전경이 소화기 분사를 포함한 '행동'에 나섰다.
ⓒ 박형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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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윗분들께 고한다. 당신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불법 채증'과 '사복경찰 잠입',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전경들의 방패가 날카로워 진압 도중 폭력적으로 활용된다는 이야기가 많다. 7일 아침만 해도 <오마이뉴스> 유성호 기자가 그것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거칠게 반응해 경찰과 기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경찰 간부는 "시위 진압 시 위협용으로 방패로 땅바닥을 치면서 자연스레 날카롭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그렇다니 듣긴 듣겠지만, 시위참가자들이 그것을 쉽게 믿을지는 모르겠다.
욕설 내뱉으며 폭행 시도하던 전경, '기자 명함' 보더니...
'사복 경찰 촬영' 당시 전경들의 눈초리가 어째 심상치 않더니, 시위 진압 당시 나도 생명에 위협을 느낄 뻔 했다. 가급적, 나는 시위참가자들의 대열에서 촬영하고자 한다. 그틈에서 이리저리 뛰다 보면 대치 상황에서 극단적인 순간을 맞이할 때도 있다. 지난 1일 아침에도 그랬다. 몽둥이를 들고 뛰어오는 전경과 다섯걸음 이내에 근접해 있다가 기사회생한 적도 있다.
이번에는 아예 나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면서 눈을 빛내고 욕설을 퍼부으며 다가오는 전경이 있었다. '사법 경찰 촬영'에 자극을 받았던 것도 같다.
하지만, 나로서는 순간 억울했다. 밤 늦게, 이순신 동상 부근 닭장차에서 배가 고프다는 전경의 이야기를 듣고는, 같이 있던 여동생과 함께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핫도그와 맛살핫바를 잔뜩 사다가 전해준 것이 기억났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전경은 그렇게 욕설과 함께 험악한 눈빛으로 뛰어왔지만 이내 기세가 약해진 채 슬그머니 나를 피해 다른 시위참가자들을 향해 등을 돌렸다. 나는 목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을 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살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나는 날카롭게 갈린 방패로 흠씬 두들겨맞고 뻗었을 것이다. 안도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아니, 더러웠다. 시위참가자들을 향해 왠지 모를 미안함이 솟구쳤기 때문일 것이다. 7일 아침에도 2명 이상의 연행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경찰의 '과잉'이 더 많은 시위참가자 불러온다
시위를 바라보는 사람들, 특히 바라보다가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경찰의 진압에 분노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게 결정적이다. 왜 모르는가? 강한 행동으로 나올수록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난다.
그 이후, 현장에 남은 시위참가자들은 '횡단보도 시위'를 벌이거나 시청 광장과 세종로사거리에 대기하고 있다. 저녁까지 버티면 다시 촛불문화제가 열리면서 주말 시위가 시작될 것이다. 저번 주말 시위는 그야말로 엄청난 열기, 그리고 그를 누르기 위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크게 격화된 적이 있다. 물대포와 소화기를 실컷 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시위가 멈췄는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지칠 줄 모르고 있다. 그리고 몸으로 터득하고 있다. 끊임없이 청와대를 찾아가고자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절규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시도하려는 정책, 그리고 그가 국민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통렬하게 말하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알 때가 됐다. 진압이 그들을 막을 순 없다. 삶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물대포와 소화기를 견뎌내며 그래도 거리로 나오고 있다. 싸움의 끝은 아직 한창 먼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07 17:3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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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강경 진압할수록 거리로 나오는 사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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