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세력', 이명박을 향해 노래 쏘다

[인터뷰] 인터넷 뜨겁게 달군 '확성기 밴드'

등록 2008.06.08 14:02수정 2008.06.0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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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확성기밴드.
누리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확성기밴드.인터넷화면캡쳐


한 손에 빨간 '확성기'를 든 이는 목이 터져라 노래했다.

"이명박이 말을 하지/ 너네 배후 누구냐고/ 난 또 네게 대답하지/ 내가 바로 배후라고."

지난 5일 밤10시께,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밴드가 나타났다. 악기라곤 베이스, 드럼, 기타, 그리고 '확성기' 하나가 전부.

잠시 뒤, 시민들은 이들 주위로 하나둘 몰려들었다. 심상치 않은 가사, 게다가 단조롭지만 신명나는 가락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그리곤 이들은 홀연히 사라졌다. 이들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정확히 아는 이는 없었다. 다만 "연세대학교 학생이며, 정식 밴드는 아니다"는 얘기만 전해졌을 뿐.

이튿날, 이들의 공연 모습을 담은 영상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관련 포스팅이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반나절이 넘게 내걸렸다. 누리꾼들은 이날 이들에게 '확성기 밴드'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6일 오후, <오마이뉴스>는 이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밴드의 흔적을 찾는 일은 마치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우선 누리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통해 밴드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잠시 뒤, 이들은 '사바나의 사자는 아침이 오면 뛰어야 한다'라는 밴드임이 밝혀졌다.


보컬의 한 멤버가 운영하는 블로그도 알게 됐다. '아, 이제 됐구나'생각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댓글로 인터뷰 요청을 하고 연락처를 남겼지만, 깜깜 무소식. 7일 새벽 2시 30분쯤, 이 곳에는 포스팅 하나가 올라왔다. "뜨려고 (공연)한 것도 아닌데 연락해서 인터뷰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 고민된다"는 내용이었다.

"갑작스럽게 주목 받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예상치도 못한 수렁에 빠졌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다음엔 모든 인맥을 동원했다. 친구·동생·형·사돈에 팔촌까지. 학과 사무실에 연락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토요일이라 업무도 일찍 끝난 상황. 앞이 캄캄했다. 오후 3시 50분, 포기하려는 찰나 학과 클럽에 적힌 전화번호 하나를 발견, 수차례 연결 끝에 보컬과 드디어 통화가 됐다. "유레카!"

반가움은 잠시, 이내 원망(?)으로 바뀌었다.

- 왜 이렇게 숨어 다녔어요?
"(웃음) 숨어 다니긴요. 갑자기 주목받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밴드 하는 게 뜨려고 한 건 아닌데. 의도적으로 피한 건 아니고요.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 그래도 좀 전화라도 주시지 그랬어요.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웃음) 죄송해요."

- 시간이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정체(?)가 뭔가요?
"그냥 학생이에요. 모두 연세대학교 다니는. 멤버들은 동아리(학술동아리 JSC) 친구도 있고, 반 친구도 있어요. 베이스 기타·드럼·기타·저(보컬)까지 해서 모두 4명입니다."

보컬인 주영민(22)씨는 사회학과 06학번이다. 음악을 좋아해왔지만, 보컬로 본격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경제학과 사회학을 전공하는 06학번 윤지민(23)씨는 드럼을 맡고 있다. 문영석(21·정치외교학과 07학번)씨는 베이스, 정호찬(21·심리학과 07학번)씨는 기타를 연주한다.

밴드 정식 이름은 알려진 대로 '사바나의 사자는 아침이 오면 뛰어야 한다'. 뭔가 특이한 이름으로 짓자는 생각에 고민하다, 드러머 윤씨의 돌발 제안에 모두들 흔쾌히 동의했다고 했다. 밴드를 처음 꾸린 때는 지난 5월 중순. 이제 갓 한 달 됐다.

"멤버들 모두 취미로 1~2년 정도 악기를 다뤘어요. 그러다가 '연말에 공연이라도 한번하자'고 뜻을 모아 밴드를 꾸리게 됐어요."

- 엇, 영상에서 봤던 '북' 담당은 없네요?
"아, 동아리 후배예요. 정식 멤버는 아닌데, 그날(5일) 그냥 함께 갔어요. 또 시위는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야할지 잘 모르는 친구들 있잖아요. 그 애들하고 같이 갔거든요."

마이크 대신 '확성기'를 든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편하잖아요. 정식으로 공연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마이크를 가져가면 불편하고. 확성기를 가져가면, 움직이기에도 편하잖아요."

"만들어진 공간 안에서만 노는 게 아닐까"

"Are you from China?"

이명박이 말을 하지 너네 배후 누구냐고
난 네게 대답 하지 내가 바로 배후라고
조중동이 말을 하네 시민들이 불편하대
난 또 네게 대답하지 내가 바로 시민이야
경찰들이 말을 하네 폭력시위 그만 해라
난 또 네게 대답하지 폭력 진압 그만해라

아 유 프롬 차이나 왜 그렇게 사냐
아 유 프롬 차이나 무슨 생각 이냐
워어~

- 누리꾼들이 붙여준 '확성기 밴드'라는 별명,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아요. 부르기에도 좋고. '확성기'를 들고 있으니, 그렇게 붙여주셨나봐요."

- 노래 '아유프롬차이나'(Are u from china)' 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요. 언제, 어떻게 만든 건가요?
"(웃음) 사실 원래는 그런 노래가 아니에요. '아유프롬케냐'(창작곡)라는 사랑 노래가 있었는데, 가사만 살짝 바꿨어요. 원작은 사랑하는 남녀가 헤어지는 장면을 그린 사랑노래거든요."

- 누리꾼들에 따르면, 이 노래를 '공연 4시간 전에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네, 맞아요. 멜로디는 있으니까, 거리 시위에 어울리게 가사만 살짝 바꿨죠. 연습도 제대로 못하고, 공연 당일(5일)에도 딱 한번 맞춰보고 갔었어요."

- 이 노래에서 특히 중국(china)이라는 부분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중국 비하하는 것이다, 정부를 비꼬는 말이다' 등 의견이 양쪽으로 엇갈리고 있는데요. 진실이 뭔가요?
"둘 중에 굳이 꼽자면 후자가 맞아요. 민주적인 시위를 탄압하는 정부가 티베트를 다루는 중국 태도랑 너무나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특히 장관 고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던 때라, 중국이란 코드도 맞았고요. 게다가 '차이나'라는 말이 뒤에 이어지는 '왜 그렇게 사냐'와 라인하고도 맞고요."

활동 기간이라고 해봐야 한 달여 남짓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만든 곡은 모두 5곡이나 된다. 그 중 창작곡은 3곡이나 된다. 이미 유명세를 탄 '아유프롬차이나'를 비롯, 가수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가사를 바꿔 만든 '너의 군홧발이 보여', '넌 정말 미쳤어'(노브레인)가 있다.

창작곡 '6월 1일'은 밴드가 처음 시위에 참여했다가, 모처럼 차려 입고 간 옷이 찢겨지는 등의 사연을 담아 만든 노래다. 창작곡 '니 이름은 명박이'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넌 정말 미쳤어/ 미친 소 수입하려하는 이명박/ 이젠 제발 물러나줘/ 넌 정말 미쳤어/ 시민들 폭행하는 폭력 경찰들/ 이젠 제발 물러나줘/ 물대포 곤봉으로 진압하려해도/ 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 말~내년 초에 군대 안 간 멤버들이 모두 입대를 할 것 같아요. 8~9월 정도 가까운 친구들끼리 조촐하게 공연 한 번 하고 해체할 것 같아요."

- 촛불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촛불 시위가 축제처럼 즐겁게 가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다만 너무 즐기기만 해서도 안 될 것 같아요. 경찰이 시민들을 완전히 차단해놓고 내부에서 만들어준 공간에서 우리가 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거든요. 즐겁게 즐기기는 해야 하겠지만, 시각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이기자 이야기](goster.egloo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이기자 이야기](goster.egloo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확성기 밴드 #주영민 #윤지민 #문영석 #정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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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내가 밉습니다. 화가 나도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내가 너무나 바보 같습니다. 돈이, 백이, 직장이 뭔데, 사람을 이리 비참하게 만드는 지 정말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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