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어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어른들은 촛불집회 자유발언을 통해 "이제 어른들이 지킬 것"이라고 말한다.
7일 오후 7시부터 울산 남구 신정동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가장 많은 인파인 2500여명이 참석해 촛불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고 "재협상"을 외쳤다.
집회가 끝난 저녁 9시 20분 경,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초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산업도시 울산의 상징이라는 공업탑로터리 주변은 시민 1000여명의 촛불행진으로 넘실 거렸다.
거리 행진에 나선 학생, 어른, 가족, 노동자 1000여명은 "고시철회, 명박 퇴장"을 외치며 공업탑로터리-구 방송국도로-울산시청 남문-공업탑로터리를 행진한 후 재집결해 몇 차례 "재협상" "고시철회" "명박퇴장" 등 구호를 외친 후 자진 해산했다.
6일에 이어 7일에도 경찰은 울산대공원 동문광장 입구에서 차도로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을 막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전경이 서울로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500여명이 모인 촛불집회주변에 온 전경 차량은 5~6대가 전부였다.
거리행진 대오의 절반 이상을 학생들이 메웠다. 이날은 자체 행사를 마치고 온 건설노동자(울산플랜트노조)들이 합류했다. 이들은 빨간 조끼를 입고 참여해 "뒤에서 시민들을 지키겠다"고 했다.
자유발언과 노래패공연이 이어지며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흡사 문화제를 즐기는 것 같이 활기찬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유발언대에서 거침없는 비판 소리가 나오면 함께 함성으로 분노를 나타냈다. 또한 "내가 배후가 되자"며 즉석에서 초를 살 돈을 모금하기도 했다.
울산 촛불집회에서는 부쩍 여중 3년생들의 발언이 늘고 있다. 한 여중생은 "국회를 믿을 수 없어 이제 직접 우리가 나서 보여줘야 한다"며 "힘없는 청소년들이지만 나라를 살리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영광스러운 날"이라고 했다. 자유발언을 하는 학생들마다 "이제 정치를 알겠다"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학생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로 인해 참여정치를 배우고 민주주의의 뜻을 깨쳐가고 있다.
빨간 조끼를 입고 자유발언을 한 건설노동자는 "정부와 경찰이 우리를 폭력집단이라고 말해왔다"며 "가장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인 우리의 행동은 여기 모인 촛불 참가자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아들 딸 동생이 모였는 데, 우리가 뒤에서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실제로 거리행진 때 행진 대오 맨 뒤에서 뒤 따랐다.
이어 나온 여중 3년생은 "서울에서 촛불집회가 굉장한 데, 울산에서도 이렇게 모일 줄은 몰랐다"며 "전 세계에 이렇게 평화적 시위를 하는 나라가 어디있나"고 말했다.
울산시민연대 홍근명 공동대표도 자유발언대에 올라 "시민운동 10년 동안 울산에서 이렇게 많은 시민이 집회에 모이기는 처음"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집회 배후가 누구냐고 하는 데, 저기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이가 바로 배후"라고 말했다.
울산청년회 소속 28세 남성은 "오늘 같은 날은 영화보고 수다 떨 시간인 데 젊음이들이 여기 모여 있다"며 "학생들이 '아닌 건 아니다'고 하는 데 학교에서는 왜 촛불집회에 나가지 말라고 하냐"고 비난했다.
예비군복을 입은 남성이 있어 사회자가 소개했다. 그는 단상에 올라 "'울산촛불문화제' 카페를 보고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을 지켜주자는 마음으로 왔다"며 "많은 예비군이 나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장애인 부모회 소속 학부모가 올라왔다. 그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국회의사당이 아닌 이 광장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를 기업 자율에 맡긴다고 한다"며 "이렇게 유가가 폭등하는 데, 기업이 과연 자율을 지키겠나, 독점기업에는 자율이 아닌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찬물을 끼얹는 말 같지만, '미친소'라고 외칠 때 정신장애인들은 그동안 '미친놈'이라고 해온 사회적 편견으로 자칫 상처를 받을 수 있다"며 "가슴아픈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자와 참가자들이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미친소'라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장애인을 사랑한다"고 함성을 질렀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 7명이 동시에 단상에 올랐다. 이들은 '생태유아공동체'를 실천하는 시설들이라고 소개한 후 "공부해야 할 학생과 잠자야 할 유아가 이 시간에 모여 가슴아프고 미안하다"며 "이제 어른들이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08 00:3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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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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