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로마제국은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점령지에서 함부로 약탈하지 않았다. 지배계급을 존치시켰고 유화정책으로 제국에 편입시켰다. 심지어는 전쟁 중에도 식량을 현지인들에게 돈을 주고 구입을 할 정도였다.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하던 로마가 대 제국으로 오랜 세월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자세에 있었다.
수많은 전쟁을 통해 정권이 뒤바뀐 중국에서도 현명한 지도자는 전쟁에 승리한 후 약탈을 금지함으로써 민심을 얻어 천하를 얻을 수 있었으나 승리에 도취해 함부로 약탈한 집단은 오래지않아 몰락하였던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현대의 정권교체는 전쟁이 아닌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 오늘날의 선거는 곧 옛날의 전쟁인 셈이다. 금년 우리나라는 선거라는 전쟁을 치렀고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마자 그들은 무자비한 약탈을 시작하였다. 정당한 정권의 교체로는 성에 안차서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 공기업, 공공단체장들까지 자리를 빼앗아 갔다.
과거 정권의 인사에 대해 코드인사라고 공격하던 그들이 코드를 넘어 패거리 인사를 자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래도 냉소적으로 지나칠 수 있다. 그들끼리의 자리싸움이지 국민들과는 직접적인 영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국민을 상대로 약탈적 행태를 보이는 데 있다.
고소영, 강부자로 회자되는 특권층들, 재벌과 보수언론, 그리고 특정 계층들에 의한 제몫 챙기기는 정도를 넘어 약탈의 경지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들은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챙기려한다.
의료보험, 수돗물, 교육 등 서민의 생존과 관계된 사회 인프라를 민영화 또는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누군가에게 넘겨주어 그들의 배를 채워주려 한다. 방송은 자신들의 우군인 보수신문에게 넘겨주려하고 공기업은 재벌들에게 나누어주려 한다. 학교는 사교육시장에 내어주고 수돗물도 물장사에게 넘겨주려 한다.
돈 없는 서민들은 앞으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도 못 받고, 물도 제대로 못 먹고, 교육도 차별받아야 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 뿐 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 걸쳐 패권적 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날로 피폐해가는 지방은 알아서 살아가라 팽개치고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서울과 수도권은 규제를 풀어가며 각종 특혜를 준다. 건설업자들은 대운하 공사가 시작되길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수출기업을 위한 환율정책으로 인플레를 유발해 서민을 울리고 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은 없고 특정 지역, 특정계층을 위한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속셈과 현상이 다른 이중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섬기겠다는 국민은 무시하면서 일방적 주입을 소통으로 강요하고 있다.
잘 살게 해 줄 거라는 기대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은 어렴풋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왠지 모를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구원군인 줄 알았던 그들은 점령군이었고 어느 듯 약탈자가 되어가고 있다.
소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촛불시위는 이 불안감의 표출이다. 국민들이 단지 소고기 때문에 이렇게 분노하겠는가. 희망이 실망을 넘어 절망으로 갈 때 국민은 분노를 터트리는 것이다. 이 분노를 어찌할 것인가?
2008.06.09 09:5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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