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총리설'이 다시 떴다.
실제 여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대표를 국무총리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9일 "여러 군데에서 이 대통령에게 '박근혜 총리카드'를 강력하게 제언하고 있다"며 "실제 청와대에서도 (현 사태를 수습할)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시 뜨는 '박근혜 총리' 카드, 왜?
이명박 대통령이 이 시기에 박 전 대표를 총리로 기용한다면 노리는 효과는 세 가지다. ①공천파동, 친박복당 등으로 불거진 당 갈등 봉합 ②'쇠고기 정국'으로 무너진 지지층 재결집 ③내각 전면쇄신 효과를 이용한 국면 전환 등이다.
여당 내에서도 이런 이유로 '박근혜 총리설'에 수긍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은 '박근혜 총리카드'를 민심을 다스릴 첫 단추로 봤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국무총리든 당 대표든 맡아야 한다고 본다"며 "박 전 대표가 (경선갈등, 공천파동 등) 예전의 일은 다 잊고 이 정부와 한나라당을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민적 신뢰회복이 중요한 시점인만큼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에서 박 전 대표에게 제안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으로 사태가 단박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수습의 '시작'은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당장 박 전 대표를 총리에 앉히기엔 여러 무리수가 따른다. 지금은 정부 초기부터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눈에는 이 대통령은 '민심에 등 돌린 지도자'로, 박 전 대표는 '구원투수'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가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정반대에 서있었던 점도 대통령으로서는 걸리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재협상 불가"를 선언했지만, 박 전 대표는 그간 "정부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재협상'을 주장해왔다.
대통령 주변선 우려 목소리도... "정권 초기인데 총리에 힘 쏠리면 안돼"
안국포럼 출신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총리로 기용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며 '권력의 분산'을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대통령이 정치력을 회복해 대선 공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할 시기"라며 "(박 전 대표를 총리로 기용해) 사태는 수습이 될지 모르겠지만, 정국의 주도권이 다른 데(박 전 대표)에 가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을 생각하는 예비주자"라며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방향이 정부나 대통령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래를 위해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해야할 박 전 대표가 마냥 이 대통령이나 이명박 정부를 돕기는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최대 사업인 '한반도 대운하'도 반대한다.
이 의원은 또 "박 전 대표를 총리로 기용한다고 해서 이 사태가 수습이 될지도 의문"이라며 "지금 촛불시위를 하는 대중이 원하는 바는 '재협상'이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신뢰회복'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성난 민심을 잠재울 방법이 '재협상' 뿐이라면 굳이 박 전 대표를 총리에 앉히는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또다시 실체없는 총리설?
3선 장광근 의원도 "어려운 시기에 검토해볼 수 있는 카드중 하나"라면서도 "박 전 대표 문제는 여러 '후폭풍'이 있게 마련이라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박근혜 총리설'이 풍문 수준으로 정치권을 떠도는 분위기도 걱정했다. 지난 1월의 전례를 다시 밟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사이만 틀어질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당시 '친이' 측은 언론을 통해 "박 전 대표가 총리 후보 0순위다", "박 전 대표 측에 메신저를 보내 총리직을 공식 제안했다"며 '박근혜 총리설'을 흘리다 박 전 대표의 미움만 샀다. 박 전 대표는 "그런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친이 측의 '언론플레이'를 노골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장 의원은 "(박근혜 총리설에 대한) 논의가 있더라도 너무 분위기를 띄우는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며 "가설로만 얘기되면 그분(박 전 대표)께도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박 쪽에서도 '반대' 목소리... "지금은 총리할 시기 아니다"
박 전 대표가 총리직을 받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핵심측근들 사이에서는 '불가론'이 강하게 나온다.
한 측근 의원은 "현재 사태는 박 전 대표가 총리를 한다고 해도 수습되지 않을 상황"이라며 "지금은 (박 전 대표가) 총리를 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자칫 '동반책임' 굴레만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총리직 수행이 박 전 대표의 국정운영 경험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 말도 정부가 잘할 때나 통하는 얘기"라며 시큰둥해 했다.
박 전 대표 쪽에서는 '실체 없는 총리설'에 짐짓 불쾌한 감정도 내비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월에도 정식 제안 없이 총리설만 나돌았는데, 또다시 같은 상황 아니냐"며 유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측근 의원도 "(대통령이나 청와대에서) 박 전 대표에게 어떤 제안도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박근혜 총리론'에 대해 말하기는 부적절하다"며 에둘러 불쾌감을 내비쳤다.
강재섭, 불쑥 '조기전대' 주장... 배경에 관심 집중
한편,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6월 중순에 전당대회를 치르자"며 불쑥 '조기전대론'을 꺼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와 함께 '후임 총리'로 거론돼왔다.
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7월 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6월 중순 쯤 최대한 빨리 앞당겨 했으면 좋겠다"며 "새 출발을 하는 데 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당정청이 비슷한 시점에서 모두 인적쇄신을 해서 (새) 출발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갑자기 조기전대 주장을 편 데 대해 강 대표는 "당도 내각,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 '3두마차'가 같이 새출발하자는 뜻에서 최대한 앞당겨 전대를 치르자는 얘기"라며 "(당 지도부나 청와대와 상의 없이) 나 혼자 (결정해서) 오늘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두고 나도는 '총리설'에 대해서는 "나는 그런 데 일체 관심이 없다. 이제 (임기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라며 "나도 (총리직에) 관심 없고 다른 누가 (총리를) 하느냐에도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2008.06.09 18:0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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