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귀에 경 읽기'다. 광우병 쇠고기반대 촛불문화제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뾰쪽한 묘안이 없다. 며칠 전 서울에서 열린 72시간 국민릴레이 집회에는 수십만 명(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추산 55만 명)의 인파가 촛불을 들었다고 한다. 참 대단한 일이다. 하기야 '쟁기질 못하는 놈이 소 탓한다'고 정부가 국민 탓만 하고, 내놓은 대책이 '쇠똥에 미끄러져 개똥에 코 박은 격'이니 원….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 지만...
거대하게 타오르는 촛불의 물결을 본 정부 관계자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혹 '얼음판에 넘어진 황소 눈깔'을 하고 있지나 않았었는지 심히 염려스럽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미친 소는 외상으로 줘도 안 먹는다. 아니 거저 줘도 우리 국민들은 안 먹는다.
<뉴시스> 보도에 의하면 '지난 6일 불교계 지도자들과 만난 이 대통령은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 엄청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단지 이 자리를 모면하려고 무책임하게 '재협상을 하겠다'고 얘기할 순 없다"고 못박았다'고 전한다. 사실상의 재협상 불가 발언을 한 것이다.
이런 발언은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보다는 오히려 불을 지핀 꼴이 되고 말았다. '황소 제 이불 뜯어먹기'라 아니할 수 없다. 나오는 대책마다 '쇠털 뽑아 제구멍에 막는다'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경찰의 대응도 그렇다. '홍두깨 세 번 맞아 담 안 뛰어넘는 소가 없다'고 머리채를 낚아채 두드려 패고 물대포로 쏘아대니 어느 누가 그냥 당하고만 있을 건가.
정부 대책 '소가 웃겠다'
'소는 믿고 살아도 종은 믿고 못 산다'는 속담이 있다. 섬기는 정부임을 자처하는 현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섬긴다는 말인가. 온 국민이 다 못 믿겠다며 저마다의 가슴에 촛불 하나씩을 켜고 반대하고 있는데, 일부 국민들은 거리로 나서서 한 달여가 넘게 촛불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자칫 잘못하다가는 '쇠뿔 뽑다가 소 죽인다'고 온 국민 다 죽이게 생겼다. 요즘 정부의 행태가 '홍두깨로 소를 몬다'다. 한국 사람들은 소의 뇌, 내장, 척수 등 모든 부위를 다 먹는다. 심지어 광우병 원인물질인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99.87%가 들어있는 SRM 부위의 비장, 내장, 우족 등까지도. 이런 식습관을 뻔히 알면서도 미친 소를 수입하겠다니 '소가 짖겠다'.
우리의 식습관이 이럴진대, 위험천만인 미국 소를 안전을 담보하는 확실한 대안 없이 수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련한 송아지 백정을 모른다'더니 불을 보듯 뻔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당국자들의 요즘 행태를 보고 '소가 웃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면 때는 이미 늦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데
'소금 먹은 소 굴우물 들여다보듯' 하는 명쾌한 대책 없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검역주권과 국민건강 측면에서 볼 때 쇠고기 재협상이 당연하다고 보는데 정부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설마 '황소 불알 떨어지면 구워 먹으려고 다리미에 불 담아 다닌다'는 이런 속담에 어울리는 행동은 안 하겠지.
고유가에 폭등하는 물가, 뒷걸음질 치는 미친 소에 짓밟힌 경제는 또 어찌한담.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데 그나저나 서민들은 어디 기댈 곳이 있어야지.
'여물 많이 먹은 소, 똥 눌 때 알아본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도, '오뉴월 쇠불알 떨어지기 기다리듯'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이놈의 세상. 언제 나라님 덕에 허리한 번 펴보고 살날 있으려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10 13:4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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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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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판에 넘어진 황소 눈깔' 하고 있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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