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12일 오후 4시 40분]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에 대한 국민적인 저항이 지난 10일 전국 단위의 '100만 촛불 항쟁'으로 번지자, 이틀 만인 12일 정부는 미국과 추가협상을 선언했다. 지난 4월 18일 한미 양국이 새로운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합의한 지 55일 만이다.
들불과 같이 번지는 성난 촛불 민심에 등 떠밀려 나선 추가협상이 과연 대다수 국민들이 요구하는 검역주권과 미 쇠고기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과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설명에도 촛불 민심이 주장했던 전면 재협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에 추가협상이 향후 촛불 민심을 잠재울 만큼의 파괴력을 지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추가협상의 내용과 실행 가능성에 따라 쇠고기 정국의 또다른 변수로는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협상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것처럼,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에 대해 한미 육류업체가 일정 기간 동안 수출입을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양국 정부가 이를 보증하는 수준으로 끝날 경우 국민적 반발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반대 여론을 더욱 거세게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게 하는 실질적, 효과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13일부터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추가협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정부 안일한 대응-뒤늦은 발표... '촛불 반발' 확산
정부가 이처럼 미국과 추가협상에 전격 나선 것은, '촛불항쟁'으로 불리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더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40일 가량 진행돼 온 촛불집회와 국민적 반대 여론에 대해 '배후세력' 등을 거론하며 안일하게 대응해 왔다. 국민적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정부는 지난달 20일 뒤늦게 한미 양국 통상장관의 서명이 담긴 서한을 공개했다.
정부 측 발표에 따르면, 이 서한에서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한국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고,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기준을 미국 내수용과 수출용에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했다.
그 이후 오히려 촛불은 더 넓고 빠르게 번져나갔다.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닌데다,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SRM 부위의 수입을 철저하게 제외하지 못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국민들은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미 육류업체들에는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를 수출입하지 않는 자율규제 방식이 거론됐지만, 이 역시 실효성과 구속력이 없을뿐더러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SRM이라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한미간 추가협상만으로 성난 촛불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그동안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에서는 '고시 철회'와 함께 "전면적인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이를 의식한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추가협상이 "사실상 재협상에 준한다"고 말하지만, 재협상과는 거리가 있다.
30개월 미만 수입소 SRM 제한 조치 등 있어야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정부 스스로 재협상에 준한다고 하면서, 왜 재협상 선언을 하지 않느냐"며 "일단 소나기부터 피하고 보자거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추가협상은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한미 간 추가협상의 내용과 결과물이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 거론되고 있는 한미 양국 간의 협상 내용만으로는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대표단은 미국 쪽에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한미 육류업체 간에 일정기간 동안 수출입을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양국 정부가 이를 문서로 보증해 줄 것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덕배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이 미 농무부에 이같은 한국쪽 요구 사항을 담은 내용을 제시했으며, 미국은 아직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실장은 "만약 현재 이 정도의 수준만으로 추가협상을 마무리하게 된다면 오히려 국민적 반발이 더 커질 수 있다"면서 "한미 양국 정부가 고시를 전면적으로 개정해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 수입금지뿐만 아니라, 30개월 미만의 SRM 등에 대한 수입제한 등 실질적인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간의 추가협상 과정에서 국민들의 광우병 미국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도출되지 않는 한 성난 촛불 민심이 더욱 장기화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의 강도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2008.06.12 11:1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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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촛불에 떠밀려 나선 쇠고기 추가협상 '광우병 뇌관' 제거하지 못하면 더 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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