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_주언앉은 상태에서 상체의 힘으로 다리를 끌어당겨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이은희
아이는 생후 100일이 지나도 뒤집기를 못하였다. 뒤집기를 못할 뿐 아니라 목 가누기도 또래에 비해 많이 뒤처졌고 등에는 엄마만 눈치챌 수 있는 아주 작은 언덕도 볼록 솟아있었다.
생후 일주일경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중환자실 신세를 지긴 했지만 거뜬히 이겨냈기에 아이의 움직임에 장애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정기 예방접종을 위해 찾은 소아과 의사가 "운동발달에서 의미있는 지체가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면서 발달지체의 원인을 찾기위한 여러 검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모든 검사의 결과는 지극히 정상으로 판명되었고, 원인불명의 운동발달지체를 극복하기 위한 재활치료가 시작되었다. 그 때가 생후 5개월경이었다.
재활치료를 시작하면서 제일 처음 보인 변화는 울음소리였다. 배에 힘이 모자라서 울음소리마저 가늘가늘 위태했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뒤집기나 기기와 같은 눈에 띄는 발전은 없었으나 혼자 앉혀두면 짧은 시간이나마 구부정하게 앉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돌 무렵이 되었을 때에는 상체의 힘으로 하체를 끌어당겨서 조금씩 움직일 수도 있었다.
처음 재활치료를 시작할 때에는 이렇게 열심히 1~2년 받으면 아이가 다른 아이처럼 걸을 수 있겠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치료가 한달 두달 거듭되면서 주변에 함께 치료받는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 재활이라는 것이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일구어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장애가 심한 경우 9살, 10살이 되어도 제 스스로 일어나 앉지도 못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하고, 초등학교 입학 전에 걷는 것을 목표로 하루하루 운동하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에 대한 목표도 장기적인 것으로 수정해야 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니 아이에게 의미있는 진보가 하나하나 눈에 띌 때마다 육아와 치료 등 힘겨운 싸움으로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 나에게 다음 한 발을 내딛기 위한 새로운 힘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확실한 미래, 실낱같은 희망... 그래도 힘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