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너 그거 갱년기 증상이야"

점점 기력 소진... 꼬박꼬박 건강보조제 챙겨먹게 돼

등록 2008.06.21 16:09수정 2008.06.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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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달리 자주 피곤하고 쉬는 시간 늘어

 

장마가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여름기운이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을 받는다. 체질상 여름이 가장 힘들다. 또 한여름에 나타나는 햇빛알레르기가 있어 누군가를 만나거나 모임으로 외출을 하게 되면 치마나 짧은 바지는 의식적으로 피해 입는다.

 

며칠 전, 의료계에 계신 분으로부터 "혹시 빈혈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딱히 빈혈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체력이 달린다고 느낄 때, 어지럼증이 있기는 했다. 그 분은 내 눈 아랫쪽을 살짝 눌러 보더니 "에고, 철분약 좀 드셔야겠네요"라고 했다. 그리고 약을 먹기 전에 병원에서 철분검사를 해보라고 권했다.

 

그동안 내 몸이 아주 건강한 편은 아니라도 일상생활 하는데는 별 지장을 받지 않았다. 유난히 체력을 많이 쓰는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마흔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점점 기력이 소진되는 것처럼 같은 일을 해도 예전과 달리 자주 피곤하고 쉬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날도 빨래를 한보따리 세탁기에 넣고 잠시 쉬고 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비타민제, 백년초, 황기, 씹어먹는 무기질... 나도 이제 이런 것들을 챙겨먹는다.
비타민제, 백년초, 황기, 씹어먹는 무기질... 나도 이제 이런 것들을 챙겨먹는다.한미숙
비타민제, 백년초, 황기, 씹어먹는 무기질... 나도 이제 이런 것들을 챙겨먹는다. ⓒ 한미숙

"얘, 너 그거 갱년기 증상이야. 우리 나이 때는 더 나이 들기 전에 몸에 맞는 보약을 먹어줘야 돼. 보약이란 것도 몸이 좀 괜찮을 때 먹어야 약발이 듣는 거야. 너 집에서 약 먹는 거 없니? 건강기능식품 같은 거 말이야."

 

"건강기능식품? 그런 거 잘 안 먹어. 그런 건 그냥 밥 잘 먹으면 될 것 같아."

 

"근데 그것도 한계가 있는 거야. 신랑하구 애들 신경쓰느라 정작 니가 못 챙겨 먹을 수도 있구. 이제 우리 나이가 오십 가까운데 몸에서 빠져나가면 빠져나가지 약 먹는다고 그게 100% 다 흡수되는 것도 아니잖아."

 

친구는 혀를 끌끌 찼다. 자기는 오래 전부터 비타민제는 기본이고 오메가쓰리니 해조물을 환으로 만든 클로렐라 따위를 먹는다고 했다. 환절기 때마다 찾아오는 감기 정도는 아예 잊어버리고 산다면서 홍삼을 꾸준히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도 한다.

 

나도 이제 이런 것들 챙겨 먹는다

 

그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친구는 학교 다닐 때도 나보다는 아주 건강했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 탓도 있겠지만, 몸에 좋은 약들을 먹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제작년만 해도 챙겨서 먹는 건강제품들이나 비타민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보약 한재 먹는 것보다 고깃국 한끼를 식구들과 기분 좋게 먹는 것이 오히려 몸과 마음에 더 흡족한 보양식이 되리라 여겼다.

 

기력이 달리고 '정말 내가 빈혈인가' 싶어 병원에 갔다. 혈압을 재니 저혈압으로 나온다. 피검사를 해보니 철분수치가 10 이상이어야 하는데 8.4 정도란다. 의사는 계속 질문했다. 밥은 잘 먹는지, 생리혈이 갑자기 많아지지 않았는지, 화장실은 편히 가는지(변은 편하게 보는지). 나는 모두 원만했다. 빈혈의 원인은 그럼 무엇일까? 심전도 검사까지 했는데 특별한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의사는 아직 뚜렷한 원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심한 검사가 필요하니 피검사를 다시 해보자 했다.

 

집안을 한바퀴 휘 둘러보니 우리 집에도 여기저기 들어온 '약'들이 눈에 띈다. 한 달 전, 시동생 친척이 외국여행 가서 사온 씹어 먹는 비타민제를 비롯해서 작은 시누가 챙겨준 황기와 백년초환, 칼슘제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선물로 들어온 멀티비타민과 무기질이 서가의 한 귀퉁이에서 자리를 틀고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유효기간을 보니 올해 연말쯤이거나 내년까지다.

 

섭취방법이나 효능을 꼼꼼하게 읽어보니 피로를 회복하고 허약한 체질에 기운을 돋워준다는 말이 있다. 유해산소로부터 인체를 보호해 준다고도 한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다 써있는 것 같다.

 

요즘은 꼬박꼬박 그런 '약'을 챙겨먹는다. 일주일 분량을 지어 온 철분제도 빠뜨리지 않는다. 꼭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서 먹어야 하는지, 마음 내킬 때 먹다가 다시 잊어버리진 않을지 모르겠다. 피검사 결과가 나왔을 텐데 냉큼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 내 몸이 가장 부담스러운 한여름이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보냅니다.

2008.06.21 16:09ⓒ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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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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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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