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협상의 결론은 영원히 미국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

[주장] 추가협상 결과를 보며 '모순'을 떠올리다

등록 2008.06.22 07:00수정 2008.06.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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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추가협상에 대한 결론이 공개됐다. 그야말로 마라톤 협상이라고 호들갑을 떤다. 귀국하려는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측의 요청으로 계속 머물렀다고 자랑했다. 미국이 이 정도로 배려하고 신경을 써준 것에 감동한 것 같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공개한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 '신뢰개선' 때까지 수입금지... 검역주권 강화"

 

이걸 추가협상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정부도 그렇고, 그걸 놓고 박수치며 좋아하는 언론도 그렇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선 위의 문장만 보더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신뢰개선' 때까지 수입을 금지한다는 건 뭔가? 신뢰가 쌓인 이후에는 수입해도 괜찮다는 이야기인가? 신뢰가 쌓인 후에 그것을 계속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영원히) 30개월 이상을 수입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신뢰를 쌓은 이후에는 서로 신뢰를 깎아내릴 행동을 해도 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우리 국민은 이상한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을 신뢰하는 순간 30개월 이상의 엄청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것이다. 미국을 믿는 순간 우리가 우려하던 상황의 악화가 생겨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촛불시위까지 하면서 주장했던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영원히 미국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부는 추가협상 결과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해서는 영원히 미국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를 모르고 지껄이는 사람들을 한심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지금 미국산 쇠고기 중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영원히 미국을 신뢰하지 말자는 것!

 

'모순'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어떤 창도 막는 방패와 어떤 방패도 뚫는 창이 만난 것. 신뢰가 쌓일 때까지 수입을 금지하는 것과 신뢰가 쌓였을 때 30개월 이상을 수출하는 미국의 모습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신뢰를 지키는 행동인지...

 

과연 추가협상에서 말한 '신뢰개선'은 어떤 기준에 의거해야 한다는 것인지... 대충 여론의 분위기를 봐서 반대측 이야기가 조금 수그러들면 '신뢰가 개선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닌가?

 

신뢰개선의 기준이 모호하다. 이러다가 미국이 몇 개월 지난 후에 '신뢰가 개선된 것 같다!'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할 건가? 추가 협상 이전에 120일을 고집하던 미국인데, 신뢰개선의 시점은 당장 내일이 될 수 있고, 다음 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신뢰도에 대해 국민투표라도 해야 한다는 것인가? 협상 이전에 모조리 헌납한 우리 나라 정부의 실력을 본다면 120일 이전에 분위기를 파악해서 미리 알아서 '신뢰가 개선되었다'고 먼저 친절하게 이야기해 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추가협상의 결과로 한 가지는 확실해진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중에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려면 영원히 미국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U포터뉴스,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22 07:0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U포터뉴스,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추가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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