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없다, 촛불집회" "김일성의 졸개들!"

촛불집회 반대 진영 행사 현장

등록 2008.06.23 11:42수정 2008.06.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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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없다 촛불집회"... "충돌위기" ⓒ 김민석

▲ "버릇없다 촛불집회"... "충돌위기" ⓒ 김민석

 

21일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어르신들이 태극기를 들고 옹기종기 앉아있다. ‘촛불광란의 현장’, ‘어미·애비 없는 놈’ 등의 자극적인 표현이 쓰인 유인물들이 대량 배포되고 있었다.

 

a  거짓촛불반대애국시민연대

거짓촛불반대애국시민연대 ⓒ 김민석

거짓촛불반대애국시민연대 ⓒ 김민석
 

'거짓촛불반대애국시민연대'의 '문화제(?)'

 

a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집회의 유인물이다. 자극적인 표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집회의 유인물이다. 자극적인 표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김민석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집회의 유인물이다. 자극적인 표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김민석

큰 트럭을 무대 삼아 사회자가 촛불 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불순한 세력이 애국시민을 동요시키고 있다며, 지금의 촛불집회는 ‘거짓촛불’이기에 중단해야 마땅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거짓촛불반대애국시민연대가 주최한 ‘애국시민문화제’였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시국안정 및 경제안정”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사회자의 발언 하나하나에 앞에서 이를 듣고 있던 어르신들은 크게 호응했다.

 

이름은 애국시민문화제였으나, ‘종북좌파’, ‘빨갱이’, ‘역적’ 등 ‘문화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의 언사가 범람했다. 집회 반대 연설은 색깔론으로 비화됐고,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에 대한 비방이 이어졌다.

 

“김일성의 졸개들”, “버릇없다, 촛불 집회”

 

행사의 무대인 트럭 위에 여러 사람이 연설을 하러 나왔다. 목사도 있었고, 일반 시민들의 참가도 눈에 띄었다. 촛불집회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의 ‘문화제’가 네거티브 일변도로 변질되자, 촛불집회를 하러 나온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향해, 연설자는 “여러분은 역적”, “김일성의 졸개들” 등의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연설자의 언동에 큰 박수를 보내며, “빨갱이! 빨갱이!”라고 촛불집회 반대자들이 소리치자 연설자는 이를 자제시켰다. 이유인즉슨 “저기 젊은이들 모두를 빨갱이로 논하지 말자”였다. ‘모두를’이라는 말은 ‘일부’는 빨갱이일 수도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촛불집회참가자들은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촛불집회반대세력과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은 상호비방을 멈추지 않았고, 경찰이 그들 중간에 서서 막았지만, 충돌의 위기가 수차례 있었다. 촛불집회반대진영은 “형편없다, 버릇없다, 촛불집회”를 외쳤다. 사회자가 “우리 한마디만 합시다. 버릇없다, 촛불집회. 시작”이라며 구호를 유도했다.

 

“이분들 뒤에도 국민이 있습니다. 그런데 7%뿐”

 

a  촛불집회 고발사진전

촛불집회 고발사진전 ⓒ 김민석

촛불집회 고발사진전 ⓒ 김민석
a  촛불집회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퍼포먼스.

촛불집회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퍼포먼스. ⓒ 김민석

촛불집회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퍼포먼스. ⓒ 김민석

촛불집회반대집회 바로 옆에서는 촛불집회 고발사진전이 열렸다. “거짓의 촛불은 여러분이 꺼주셔야 합니다”라며 “불법시위를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이 전시한 사진은 대부분 전·의경들이 집회참가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진이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들과 끝없는 언쟁을 벌였다. 한 대학생은 촛불집회 고발사진전 관계자에게 “저희는 100번 토론하면 100번 이길 자신 있습니다. 왜냐면 논리적으로 자신이 있으니까요”라 말하며 토론을 제의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서로 각자의 생각이 있는 것이니, 돌아가세요”였다. 대학생은 그러니깐 토론하자는 것이라며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했지만, 관계자는 논리적인 반박보다는 침묵 혹은 무시로 일관했다.

 

a  "이분들 뒤에도 국민이 있습니다. 그런데 7%뿐"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청년.

"이분들 뒤에도 국민이 있습니다. 그런데 7%뿐"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청년. ⓒ 김민석

"이분들 뒤에도 국민이 있습니다. 그런데 7%뿐"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청년. ⓒ 김민석

한편, 이 사진전 앞에서 작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하는 학생이 있어 주목을 끌었다. 그 내용은 “이분들 뒤에도 국민이 있습니다. 그런데 7%뿐”이었다. 그는 “쓰레기를 주워주세요. 이러면(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면) 조중동에게 비판 받습니다”라며 본인 주위의 쓰레기들을 직접 주웠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풍자한 참신한 문구와 쓰레기를 몸소 줍는 행동에 상호비방이라는 ‘진흙’ 속에 핀 연꽃처럼 보였다.

 

좌파, 우파 개념도 정확히 모르면서 무조건 “좌파=절대악”

 

‘친북좌파 KBS, MBC OUT'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지나가던 한 시민이 “좌파가 뭔지 아느냐, 노동자 편을 드는 입장이 좌파다. 나도 좌파인데, 좌파면 다 죽여야 하는 거냐. 또 내 민족 사랑하는 게 죄냐”라며 ‘친북좌파’라는 용어에 문제를 제기했다. 피켓을 든 여성은 ‘좌파’는 반드시 절대악인 것처럼 대응을 해서, 과연 기본적인 논리적 준비를 하고 나왔는지 의구심이 들게 했다. “정부를 반대하면 좌파고, 무조건 문제 있는 것으로 치부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혀끝을 찬 시민도 있었다.

 

a  KBS와 MBC를 비판하고 있는 여성

KBS와 MBC를 비판하고 있는 여성 ⓒ 김민석

KBS와 MBC를 비판하고 있는 여성 ⓒ 김민석

거리의 시민들끼리 언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여기저기서 많이 보였다. 욕설이 난무했고, “너 몇 살이야, 어디서 반말이야”와 같은 고전적인 양태의 시비는 물론, 심지어 “너 어느 쪽이야?”와 같은 극렬한 이분법적 사고와 말이 나와 지금이 1950년대인지 21세기인지 헷갈리게 했다.

 

한 노인이 촛불집회 고발사진전 앞에서 항의하는 시민에게 “좌파는 물러가라”고 공격했고, 그 시민은 “좌파, 우파 그런 거 없다. 양심을 지키는 사람과 양심에 등 돌리는 자만 있을 뿐이다”라고 응수했다.

 

관등성명을 대라며, 극도의 공포감을 보여준 영화 <알 포인트>처럼, 집회는 긴장감이 팽배해 있었다. 사진전 앞에서 한 시민은 “뉴라이트와 같은 관변단체에서 지원한 것이 뻔하다”라고 하자, 관계자는 “뉴라이트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행사와 사진전은 해가 저물고, 촛불집회가 본격화되자 자진 해산했다. 무력충돌을 우려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식의 행보를 보일지 그리고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a  촛불집회 반대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촛불집회 반대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 김민석

촛불집회 반대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 김민석
a  촛불집회 반대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촛불집회 반대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 김민석

촛불집회 반대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 김민석
2008.06.23 11:42ⓒ 2008 OhmyNews
#촛불집회 #촛불집회 반대 #시청 #뉴라이트 #김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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