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긴급담화를 통해 촛불집회를 과격폭력시위로 규정하고 더욱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더 이상 자제하지 않고 '최루액'도 사용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선진국에서도 시위 진압에 최루액을 사용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가 밝힌 '폭력시위'라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일부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망치로 경찰버스를 부수고 쇠줄까지 사용해 경찰버스를 탈취 및 전복하고, 새총 등을 동원해 전경을 공격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황당하다. 폭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부와 경찰이 보기에는 야간에 시청광장에서 촛불을 들고만 있는 것도 불법폭력이니, 시위대를 가로막고 소통을 거부하는 '차벽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 유리창 몇 개 깨고 줄 메달아 차를 빼려 한 것쯤이야 당연히 폭력일 테다.
내가 황당한 것은 '선진국'이라는 말 때문이다. 경찰이 시위진압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몇 나라의 시위 모습을 안다면 저 걸 가지고 과격 폭력시위니 뭐니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한 나라만 예로 들어보자. 프랑스다. 교외의 게토 지역에서 시위가 발생한다. 일단 차가 불탄다. 경찰차가? 아니다. 주변의 승용차들이 불탄다. 유리창이 깨진다. 경찰차 유리창이? 아니면 언론사 유리창이? 아니다. 주변의 상점가 유리창이 깨진다. 상점 안으로 들이닥친 일부 시위대는 유유히 물건들을 약탈하기도 한다. 돌과 화염병, 쇠파이프는 기본이다. 이게 "시위 진압 때 최루액을 쏜다"는 '선진국'의 시위 모습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어제도 10만여 명이 모였다(산수 실력이 부족한 경찰은 만 명이라고 하지만). 10만 명이 모였는데도 주변 상점이 탈취당한 곳이 한 곳이라도 있는가? 불에 탄 승용차가 한 대라도 있는가? 화염병이 하나라도 경찰을 향해 날아갔는가? 아니다.
현재 극도로 '자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시위대다. 경찰이 아무리 군홧발로 짓밟고 곤봉으로 내려쳐도 드러눕고, 구호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맞설 뿐이다. 도망을 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맞서 싸우지도 않는다. 날아가는 건 화염병이 아니라 계란과 까나리 액젓이 전부다. 까나리 액젓 맞고 누가 다치기라도 하는가?
경찰과 정부가 말하는 폭력행위 역시 경찰이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기 위해 쳐 놓은 차벽 바리케이트를 무력화시키려는 행동일 뿐 공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의경 수백 명이 다친다고 하지만 그들을 차벽으로 사용된 경찰차 안 등 위험한 곳으로 몰아넣는 경찰 지휘관들이야말로 전경 부상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다.
게다가 경찰은 진압작전에 나서는 전의경들을 교대도 해주지 않는 등 일부러 그들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 시민들을 향해 규정을 넘어선 폭력을 행사하도록 방기하기까지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우리 헌법이 3·1운동과 임시정부와,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3·1운동과 4·19는 오늘날 촛불시위보다 얌전했을까?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명백히 아니다. 임시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때로는 일제 권력자들에 대한 테러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때로는 폭력적으로 나타나는 민중의 '저항권'을 우리 헌법은 분명하게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노래하는 우리 시민들은 폭력행사를 극도로 자제하면서 밤마다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을 선진국이 어쩌니 하면서 폭도로 몰아가는 정부야 말로 헌법 정신을 반대하는 위헌 정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민중언론 참세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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