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님! 유엔 사무총장 아들 왔어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금의환향하던 날

등록 2008.07.05 18:42수정 2008.07.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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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머니 신현순 여사와 부친의 산소앞에서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머니 신현순 여사와 부친의 산소앞에서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이화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머니 신현순 여사와 부친의 산소앞에서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 이화영

"영감님! 아들 왔어요. (유엔)사무총장 아들 왔어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부친(명환) 산소에서 아들을 기다리던 90을 바라보는 어머니 신현순 여사는 반 총장과 감격의 포옹을 한 후 남편에게 아들의 금의환향을 이같이 전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반 총장은 5일 오전 11시경 고향인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윗행치마을을 방문했다. 고향을 찾은 것은 21개월 만이며 사무총장에 당선되고 나서는 18개월 만이다.

 

반 총장은 부친과 조부의 묘를 차례로 성묘하고 반씨 사당인 숭모재를 방문해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 이어 '농자천하지대본'이란 휘호에 서명하고 사당 앞마당에 백송 두 그루를 심었다.

 

반 총장은 자신을 환영하기 위해 참석한 1000여 명의 주민들과 친지들에게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아 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아래는 반 총장의 인사말이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사무총장에 당선돼서 1년 6개월 만에 돌아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총장이 돼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세계에는 우리보다 훨씬 어려운 곳이 많고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는 곳이 많습니다. 지역을 벗어나 세계로 가는 기틀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당선되고 나서 유엔 동료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한국인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짧게 왔다가서 아쉬운데 공식 방문이 아니고 휴가차 오게 되면 많은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반 총장은 환영행사가 끝나고 마을에서 준비한 다과회에 참석했다. 이어 마을주민, 친지 등과 기념촬영을 한 뒤 다음 일정을 위해 오전 11시 37분경 청주로 이동했다.

 

"어릴 때부터 크게 될 줄 알았어"

 

 초등학교 3학년 때 반 총장의 담임이었던 정연진(가운데 안경쓴 이) 선생이 반 총장의 소개를 받고 밝게 웃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반 총장의 담임이었던 정연진(가운데 안경쓴 이) 선생이 반 총장의 소개를 받고 밝게 웃고 있다.이화영
초등학교 3학년 때 반 총장의 담임이었던 정연진(가운데 안경쓴 이) 선생이 반 총장의 소개를 받고 밝게 웃고 있다. ⓒ 이화영

반 총장은 초등학교 3학년 재학시절 담임이었던 정연진(75·충북 청주시) 선생의 참석에 "저 때문에 일부러 청주에서 오셨는데 아직도 그 당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계시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정 선생은 "성적이 우수했으며 마음씨가 고왔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학생이었다"라며 "어릴 때부터 큰 인물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반 총장과 초등학교 동창인 안충준(63) 동양대학 교수는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모두 어려웠는데 점심 때 밥을 싸오지 못한 친구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양보할 정도로 남을 위할 줄 아는 친구"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반 총장이 고향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아이와 함께 참석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많은 인파로 반 총장이 안 보이자 아이를 목마 태우는 아빠들이 많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이아와 함께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는 이진구(43·서울시 강남구)씨는 "아이들에게 반 총장님의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큰 인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게 됐다"며 "아이들도 좋아한다. 오길 잘했다"고 만족해 했다.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취재경쟁도 뜨거웠다. 좁은 공간에서 내외신기자 100여 명이 움직이다보니 자리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욱이 반 총장이 국가원수급 경호를 받아 경호원에 막혀있다 보니 사진기자들은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기가 어려웠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기자들
반기문 사무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기자들 이화영
반기문 사무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기자들 ⓒ 이화영

해프닝도 있었다. 좋은 자리를 선점허기 위해 미리 반 총장 부친의 묘에 도착해 있던 기자들은 다시 산을 향해 뛰어야만 했다. 기자들이 자리 잡은 곳이 부친의 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계 대통령인 반 총장을 위해 음성군에서 준비한 선물은 의외로 소박했다. 박수광 음성군수는 환영식에서 반 총장에게 20여 장의 사진이 담긴 사진첩과 수박 한 덩이를 전했다. 겉모양은 초라해 보였지만 고향의 추억과 맛을 전한 속은 꽉 찬 선물이었다.

 

음성군은 반 총장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주기 위해 어렵게 구한 20대 초반 반 총장 모습과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생가를 합성해 사진첩에 담았다. 사진첩에는 이밖에도 고향마을 전경과 마을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 '반기문마라톤대회' 장면도 들어있다.

 

한편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 '아고라'에 촛불문화제와 관련해 '유엔에 직접 항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여러 건의 글이 올라와 출입하는 사람들의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하고 통과시키는 등 경호가 한층 엄격했으나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영감님 사무총장 왔어요" 반 총장의 어머니가 남편에게 아들의 금의환향을 전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영감님 사무총장 왔어요" 반 총장의 어머니가 남편에게 아들의 금의환향을 전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화영
"영감님 사무총장 왔어요" 반 총장의 어머니가 남편에게 아들의 금의환향을 전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화영
 고향마을 어린이에게 물수건을 받아 손을 닦고 있는 반 총장
고향마을 어린이에게 물수건을 받아 손을 닦고 있는 반 총장이화영
고향마을 어린이에게 물수건을 받아 손을 닦고 있는 반 총장 ⓒ 이화영
 한 방송사 이엔지카메라맨의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한 방송사 이엔지카메라맨의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이화영
한 방송사 이엔지카메라맨의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 이화영
 반기문 총장의 고향마을 주민이 2층 창을 열고 반 총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반기문 총장의 고향마을 주민이 2층 창을 열고 반 총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화영
반기문 총장의 고향마을 주민이 2층 창을 열고 반 총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 이화영
 박수광 음성군수(왼쪽)가 반 총장에게 특산물인 수박을 전달하고 있다.
박수광 음성군수(왼쪽)가 반 총장에게 특산물인 수박을 전달하고 있다. 음성군청
박수광 음성군수(왼쪽)가 반 총장에게 특산물인 수박을 전달하고 있다. ⓒ 음성군청
 반 총장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이날 1천여명이 마을을 찾아 반총장의 금의환향을 축하했다.
반 총장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이날 1천여명이 마을을 찾아 반총장의 금의환향을 축하했다.이화영
반 총장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이날 1천여명이 마을을 찾아 반총장의 금의환향을 축하했다. ⓒ 이화영
 반기문 총장이 마을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반기문 총장이 마을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이화영
반기문 총장이 마을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화영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음성군 #유엔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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