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른 나라는 '노'했는데 왜 '예스'했지?"

3일 한인 30여 명 참여 촛불 들어... 천주교 신부와 개신교 목사도 참여

등록 2008.07.05 18:56수정 2008.07.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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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앤젤레스 6차 촛불집회
로스앤젤레스 6차 촛불집회이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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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 시국 미사, 중대한 계기 마련"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7월 3일. 한국의 촛불과 함께 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LA 사람들'의 여섯번째 촛불이 로스앤젤레스의 어둠을 밝혔다. 30여 명이 모인 작은 집회였지만 촛불을 든 한인들은 멀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촛불의 성스러움과 연대할 수 있다는 것에, 역사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순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LA 사람들'의 길잡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LA 사람들'의 길잡이강병화
종교가 한국의 촛불집회에 하나의 변곡점을  마련한 것처럼 로스앤젤레스 6차 촛불집회에는 천주교 신부와 개신교 목사들이 함께 참석해 무시와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다섯차례 촛불을 들어온 한인들에게 커다란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줬다.

토랜스 성 프란체스코 성당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는 이태영 신부는 "민심은 곧 천심"이라며 "성직자들이 나서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국민과 정부의 소통 관계 회복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강조한 이태영 신부는 '광우병 괴담' 운운하며 이를 '사탄의 계략'으로 매도하는 일부 성직자들에 대해서도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라면서 "정의는 항상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0일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라 시에라 대학 교수인 김원일 목사도 7월 3일 6차 집회에 참석했다. 김원일 목사는 "나는 개신교도지만 앞에 앉아 계신 천주교 신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지난 주 한국의 촛불집회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중대한 계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김원일 목사는 또한 사제단의 참여야말로 "기독교적 신앙의 참된 얼굴"이라고 덧붙였다.


 촛불을 밝힌 천주교 이태영 신부
촛불을 밝힌 천주교 이태영 신부강병화

 'Disciples of Peace' 소속 박 사무엘 목사
'Disciples of Peace' 소속 박 사무엘 목사강병화

 라 시에라대학 교수인 김원일 목사
라 시에라대학 교수인 김원일 목사강병화

"먹거리 놓고 한국과 미국이 장난을 치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미주 한인 사회에서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문제에 대해 가장 먼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한인 주부들이었다. 먹거리 문제인지라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유모차까지 끌고 그동안의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한인주부들은 3일에도 윌셔 블러버드와 웨스턴 애비뉴가 교차하는 장소에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엘리자베스라는 딸 아이와 함께 촛불을 든 임나리씨는 "먹거리를 놓고서 한국과 미국이 장난을 치고 있다"면서 "제 딸이 쇠고기를 참 좋아하는데 한국의 아이들도 엘리자베스가 먹는 것과 똑같은 품질의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촛불이 여섯 차례 타오르면서 참여자들 사이의 유대도 더욱 끈끈해졌다. 한 한인은 "이명박 정권으로 인해 5년 동안 이렇게 친하게 지내야 할 판"이라며 "청와대에 고마움의 표시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전달해야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촛불집회에 거의 한번도 거르지 않고 참석했다는 로미오 김씨는 "한국의 지인들에게 <오마이뉴스> 생중계에 도움을 주라고 요청하는 데 국제전화비로만 150달러를 들였다"면서도 "이번 촛불로 인해 다른 것은  몰라도 <조선일보> 하나만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주민족문화예술인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이세방 시인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직접 쓴 시 '가나다라마바사 14'를 들려줬다. 한국의 사회 문제들을 중심으로 연작시를 쓰고 있다는 이세방 시인은 시에서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는 '노'했는데/어쩌자고 조국의 남쪽 정치인들은 '예스'를 했지?/어쩐지 혀 꼬부라진 소리로 '예스'라고 말하고 싶어서?/영어라면 사죽을 못쓰는 대한민국 MB 대통령께서/그 위대한 BUSH 대통령을 즐겁게 해 드리고 싶어서?"라고 꼬집었다.

 알렉산더씨의 촛불집회 지지 연설
알렉산더씨의 촛불집회 지지 연설강병화

한편 이날 집회에는 한인이 아닌 사람들도 참석하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한국의 일제 식민지 경험과 한국 전쟁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있다는 쉐퍼드 피티트(Shepherd Petit)씨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한국민들은 반드시 미국의 제국주의를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해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코리아타운에 살고 있다는 달라 알렉산더(Darla Alexander)씨는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의 촛불에 지지를 표명하는 즉석 연설을 했으며 조지나 노귀에라(Georgina Noguera)씨는 한인들의 요구 사항들을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스페인어로 알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LA 사람들'의 김인수씨
'대한민국을 지키는 LA 사람들'의 김인수씨강병화

 한인 2세 소녀 엘리자베스
한인 2세 소녀 엘리자베스이찬행

가나다라마바사 14
- 이세방 시인

가나다라 마바사 일갈하건데
시방 조국의 남쪽에 먹구름을 드리운
미국 쇠고기 광우병 시시비비를 보건데
결국엔 울분한 수만명이 촛불을 치켜드니
민주주의랍시고 겨우 10문 10답이라?
아니 100문 100답인들 무엇에 쓰랴?

맙소사 아차차 미국인들이 먹는 쇠고기는
미국식품관리국에서 안전을 절대 책임지는
일컬어 미국 내수용 쇠고기 살코기라
미국이 수출하는 쇠고기는 그 절대적 책임없이
내던져지는 쇠고기 그 속에 의심이 뻔히 보이건데
이 어찌 제국의 안하무인격 악성 장사속이 아니랴?

누가 뭐래도 미국은 제국이요 그 민망스런 나체를 보면서
그 나체의 쇠고기를 왜 어떻게 먹어? 맙소사 기가 찬다
미국안의 미국인들에게는 절대적 책임을 지면서
수출하는 쇠고기에는 부분적 책임만으로?
아이고 아이고 맙소사 맙소사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는 '노' 했는데
어쩌자고 조국의 남쪽 정치인들은 '예스'를 했지?
어쩐지 혀 꼬부라진 소리로 '예스'라고 말하고 싶어서?
영어라면 사죽을 못쓰는 대한민국 MB 대통령께서
그 위대한 BUSH 대통령을 즐겁게 해 드리고 싶어서?

맙소사 가나다라 마바사 그 의심적은 걸 왜 먹어?
MB와 함께 새로운 정치를 해보겠다는 사람들
대운하 시대에 감투 뒤집어 쓴 사람들
기껏 한다는 짓이 분노한 시민들에게 삿대질이냐?

맙소사 '좌파세력' 운운하면서 동문서답이냐?
가나다라 마바사 아차차 일갈하건데
시방 조국의 남쪽에 먹구름을 드리운
미국 쇠고기 광우병 시시비비를 보건데는
실은 쇠고기니 살코기니 뼈다귀가 문제는 아니렷다

아예 종주 제국 미국이 하는 짓거리는
이 시대의 한국이라는 나라를 깔보는 짓거리
그동안 미국의 뒤꽁무니를 정신없이 쫓아왔다 치자
허나 오늘날 한국인들은 더이상 바보들이 아님은 물론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이 아는 건 알아버린 지 오래오래
그렇담 가나다라마바사 그 안다는 것이 결국 병인지고?
#미국산 쇠고기 #로스앤젤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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