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에 대고 전경들에게 편지쓰는 소녀. "국민들 때리지 말아요! 전경도 국민이잖아요? 그리고 어서 길을 열어요!"
강기희
6일 오후 전경버스가 줄을 지어 시청앞 광장으로 향했다. 그들은 을지로를 지나 시청앞 광장에 집결했고, 곧 이어 광장에 있던 천막들이 강제로 철거되었다. 서울시와 경찰의 찰떡 호흡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국민은 '평화' 선택, 대통령은 '폭력' 선택
오늘 광장에는 촛불의 상징인 촛불 교회가 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천주교를 비롯해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의 종교 단체가 릴레이로 촛불을 지켰다. 그러나 촛불 든 시민을 지켜주던 성직자들의 마지막은 '천막 강제 철거'였다. 촛불을 밝히고 있던 목회자들도 천막 철거를 막지는 못했다.
5일 서울 도심은 평화 그 자체였다. 경찰의 강제 진압에 이은 무차별 폭력에도 국민들은 '평화'를 선택했다. 40여 만 명이 모인 촛불대행진에서 국민들은 '촛불이 승리했다, 국민이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경찰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꾸어 '평화의 광장'을 '공포의 광장'으로 만들었다. 광장에 있던 비둘기들이 놀라며 하늘로 날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찼다. 승리를 선언했으나 진 편이 없는 '승리'는 공허했다. 스스로 자축하기엔 국민들이 입은 상처가 너무 컸다.
어젯밤 경찰은 세종로와 태평로 종로 등의 도로를 전경 버스로 막았다. 버스가 움직이지 않게 와이어 줄로 경찰차를 스스로 포박했다. 넓은 대로만 그렇던가. 경찰은 마을 주민들이 다니는 좁은 골목까지 차벽을 설치했다. 차벽 뒤로는 경찰이 숨었고, 숨은 경찰 뒤로 이명박 대통령도 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