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종 월평공원갑천지키기주민대책위원회 대표가 메모한 일지. 이 곳에는 박성효 대전시장이 6일 오전 11시 10분경 농성장을 방문, '부시장이 참석해 책임있는 발언을 할 것'이라는 메모가 기록되어 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박 시장은 지난 6일 오전 11시, 농성장을 방문하여 "내일 원로들이 방문할 때에는 제가 출타중이어서 만나지 못하므로, 부시장이 참석해 책임 있는 발언을 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것.
이러한 박 시장의 약속은 농성장에 있던 조세종 대표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함께 들었고, 조 대표가 작성한 농성일지에도 정확히 메모되어 있다.
이러한 대전시장의 약속만 믿고 출타한 시장을 대신해 박찬우 행정부시장과의 면담과 책임 있는 답변을 기대했던 시민사회원로들은, "우리는 그러한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는 비서진의 이야기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실제, 대전시에 확인한 결과, 박 시장의 약속과 관련한 지시를 받은 부서는 아무 곳도 없었다.
결국 '제안서'를 시장 비서실에 전달한 원로들은 발길을 돌려 농성장으로 향해야 했고, 농성장에서는 박 시장을 성토하는 비난이 쏟아졌다.
주민 대표 "하루만에 약속 뒤엎고, 원로들 문전박대"조세종 대표는 박 시장과의 대화를 메모해 놓은 일지를 보여 주면서 "휴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직접 농성장을 방문해 '부시장을 통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하겠다'고 말해 너무 고맙게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하루만에 약속을 뒤엎고, 어렵게 나선 원로들을 문전박대하는 대전시장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선창규씨는 "냉대도 이런 냉대가 어디 있느냐"면서 "이는 주민들을 무시하고, 시민사회를 무시한 처사로,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번 원로 선언을 주선한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정말 황당한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시민들은 이 뜨거운 폭염 속에서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데, 지켜지지도 않을 약속으로 이렇게 실망을 안겨 주고, 힘을 뺄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원로 선언에 참여했던 김조년 교수는 "원로들이 나서서 어렵게 단식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어 대단히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고, 장곡 스님은 "우리 원로들의 무게가 덜 나가서 그런가 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시 "황당하다... 그런 지시 받은 바 없다"반면, 대전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시장비서실 관계자는 "시장님이 그러한 지시를 한 바 없고,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바도 없다"고 말했다. 부시장 비서실 관계자도 "처음 듣는 이야기이고, 부시장님은 처음부터 별도의 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책위와 의사소통을 해 온 도시관리과 관계자도 "시장님의 그러한 지시를 들어 본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부시장과의 면담을 애초에 주선하려고 했으나 환경단체 쪽에서 부시장과는 면담을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며 "이제 와서 갑자기 부시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반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용한 대전환경운동연합 간사는 "부시장과의 면담을 원하지 않은 것은 대전시장의 책임 있는 답변을 기대하기 때문 아니냐"며 "시장이 직접 농성장에 찾아와 부시장을 통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하겠다고 말한 것보다 더 확실한 약속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거짓 약속'과 실무진의 '모르는 일'이라는 태도에 시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