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내에서 천막농성 중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
박형준
- 박 실장이 조계사로 오기 직전에 인터넷매체 <민중의 소리>와 나눈 인터뷰 전문을 봤다. 현재 박원석 실장은 '1급 수배자 신분'이며 경찰의 전담 체포조만 20명, 인터뷰를 주선한 분도 휴대전화를 끄고 교통편을 갈아탔다고 하며, 인터뷰 이후에도 박 실장 본인도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는 부분에서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현재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조계사에서 3일째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에 대한 감회가 있을 것도 같다. "나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정당한 국민의 권리를 '공안 탄압'으로 일관하면서 이명박 정부 스스로도 문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 현재 조계사에서 지내는 데에는 불편한 점은 없는지."지금 한여름 아닌가? 날이 무척 더운 것 외엔 큰 불편함은 없다."
- 사실, 두달여에 걸친 시위 과정에서 시민들이 오히려 대책회의를 불신하거나 규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공동상황실장으로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컸을 것 같은데?"촛불시위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창조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에너지를 보여줬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상황실장으로서 이 에너지를 잘 끌어안고 촛불이 죽지 않으면서 '쇠고기 전면 재협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운동단체나 시민단체의 방식과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 사이의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방식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테니 이견 제기나 충돌이 불가피하지 않았을까."
- 아시겠지만, 경찰은 현재 시국 종교행사를 주관한 종교인들을 대상으로도 '사법처리'의 운을 뗐다. 현재 박 실장은 '1급 수배자' 신분인데, 종교인들에게까지 '사법처리'의 운을 뗀 경찰의 대처에 대해 생각이 많을 것 같은데…."과도한 움직임이다. 그런 대처방식으로 과연 촛불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너무 단순하고 무모한 발상이 아닌가. 우리 시민들은 과거 독재 정권의 탄압을 이겨내면서 민주화를 일궈낸 사람들이다. 20년 전에 그런 일을 해낸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 식의 대처로 과연 국민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 시민들은, '쇠고기' 문제 이외에도 언론사에까지 촛불을 확대시키면서 '조중동'과의 전면전까지 불사하면서 '언론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민활동가로서 어떻게 바라보셨는가?"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역량과 의지를 확인했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 많은 것을 맡겼던 '소극적 국민'이 아닌 '적극적 국민'이 재발견됐다. 국민은 그 자신에 대해 '계몽적 태도'로 일관했던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의 반성을 유도했다. 오히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로 하여금 이러한 국민의 적극적인 의견제기와 행동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담아낼지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같은 '참여연대' 소속이면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조직팀장을 맡았던 안진걸 간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안진걸 간사는 이미 구속됐다. 동료로서 그동안 바라봤던 '안진걸 간사'는 어떤 사람인가?"보기 드문 친구다. 열정적이면서도 혼자만 앞서지 않고 늘 현장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분들이 함께 쉽게 할 수 있는 시민운동 방식에 대해 자주 고민하곤 했다. 후배지만, 훌륭한 활동가다."
- 언론과 누리꾼들은 '앞으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인만큼 '앞으로'에 대해 특히나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혹시라도 생각한 부분이 있는지?"'촛불'은 계속 돼야 한다. 게다가, 정부가 '관보 게재'까지 강행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유통'은 현실이 됐다. 방향이 다소 확산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불매 운동'과 같이 생활 속에서도 참여할 수 있는 운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 어제(7일),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조계사로 찾아오면서 누리꾼들이 많은 걱정을 했다. 끝으로 누리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누리꾼과 시민이 바로 '촛불'의 주역이었다. 지치지 마시고 두려워 마시길 바란다. 서로 믿고 함께 한다면,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강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 과연 '무리수' 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