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2월 참여정부의 강태영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이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 e지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진
청와대측 주장대로 봉하마을에 원본이 있을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기록물관리법 등의 실정법을 위반한 게 명백하다. 그러나 원본이 아니라 사본일 경우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을 확대 해석해 실정법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경수 비서관은 대통령 기록물을 봉하마을로 가져온 경위에 대해 "법률상 전직 대통령은 재임중 생산한 기록을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지만, 기록이 내부 전산망인 'e지원'에 전자문서 형태로 남아있어 1년간 열람서비스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국가기록원측 설명을 듣고 취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현재 국가기록원은 전직 대통령 전용 열람시설(성남 대통령기록관 내)을 이미 설치하였고, 방문시 대통령기록물 영구관리시스템을 통해서 열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다만 기록물 생산 당시의 'e-지원' 시스템과는 열람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측은 이어 "전직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가소유의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유출하여 사적인 열람권 등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특권을 누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경수 비서관은 "모든 기록을 'e-지원'을 통해 봤는데, 퇴임 이후에는 다른 시스템으로 보라는 것은 기록물법 취지에 안 맞는다"며 "준비부족으로 안 된다는 것인데, 현재까지는 (열람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사본을 통해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록을 볼 때마다 성남으로 오라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정말 그렇게 요구하는 것인가, 법 취지를 모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과거 정권은 기록을 하나도 안 남기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만 남겼지만 노무현 정권은 모두 남겼다"며 "지정기록물까지 만들어서 남기지 않았느냐"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정작 그것을 만든 사람들이 볼 수가 없는 시스템"이라며 "자기들이 시스템을 만들어서 특허까지 받았는데 못 본다고 생각해봐라, 심정적으로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쟁점 ③] 봉하마을은 청와대에 양해를 구했나위법성 논란을 떠나,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기록물을 봉하마을에 가져가는 것에 대해 청와대측에 양해를 구했는지, 또 양해를 구했다면 왜 이 문제가 불거졌는지도 의문이다.
우선 청와대 측은 "청와대나 국가기록원이 아닌 제3의 장소로 국가 중요기록물을 가져간다는 것은 협의하거나 양해할 사항이 아니며, 이 건과 관련 현 정부는 양해한 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봉하마을의 말은 다르다. 김경수 비서관은 현 청와대측에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인수위 시절 (이명박 정권은) 청와대 업무 인수인계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사본 열람 문제 협의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판단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3월말 정상문 전 정권 총무비서관이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만나서 설명했고, 대책마련을 요청했다"며 "그 뒤에도 잘 처리가 안 되는 것 같아서 문재인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류우익 대통령실장에게 다시 요청했는데, (청와대측은) '무조건 반환하라'는 말만 해왔다"고 말했다.
김경수 비서관은 특히 "어떻게 열람토록 해줄 것인지 대책을 요구했고, 청와대는 그에 대해 설명을 해주겠다고 했다"며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언론을 통해 퍼트리는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청와대의 입장은 강경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금주 내에 국가기록원장을 비롯한 관계자가 봉하마을을 방문하기로 하고 일정을 협의 중"이라며 "다시 한번 무단 반출 자료와 시스템의 반환 청구를 할 것이고, 반응을 본 뒤 대응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럼에도 그동안에 저질렀던 부분은 명백하게 불법"이라며 "(기록물 등을) 반환하더라고 불법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해, 향후 사법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