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부경찰서 앞에서 열심히 농성하면서 열심히 공부도 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저보고 본업(학생)에 너무 불충실하다고 질타를 해서, 촛불 들러 나가면서 공부도 좀 하고 그러려고요."
경북대학교 지리학과 석사과정 대학원생 김정윤(26)씨가 우스갯소리로 내뱉은 말이다. 그러나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만은 않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놀고 공부하고, 엄마한테 투정부려야 할 중고등학생이 촛불을 들고 거리정치를 시작하지 않았던가.
뒤늦게나마 대학생들도 합류하고 있지만 현실은 순탄치 않다. 취업을 위한 '공부'와 현 시국에서 끓어오르는 '정치 참여',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이러고 보면 촛불에 의지해 공부와 정치참여를 하는 김정윤씨의 노하우가 대안이 되지 않을까?
그녀는 대구에 살면서 늘 촛불문화제가 열리면 밤이건 낮이건 상관없이 촛불하나 들고 현장으로 뛰어 들었다. 10일에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사무실 앞에서 농성하던 시민들이 동부경찰서로 연행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경찰서로 달려가 전원 석방되기까지 시위에 동참했다.
이렇게 거리정치를 몸소 실천하는 김정윤씨는 인터넷상에서 '2MB포맷'이라는 대화명으로 더욱 유명하다.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현 정권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밤낮 없이 거리정치에 나서는 그와 10일과 11일 이틀간 거리인터뷰를 진행했다.
- 어떤 동기와 각오로 '거리 정치'에 합류하게 됐습니까?
"지난 5월 3일 처음 (대구에서) 문화제가 열리는 날 옆에서 친구와 관람 후 중고생들의 열기에 감동하여 이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5월 17일이고요. 그 이후 6월 14일경부터 정반연(정책반대시민연대 대구경북모임) 운영진과 친분을 쌓아 더욱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정치 참여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명박의 대운하 공약에 반대하면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아고라의 이명박 탄핵 청원-안단테(이명박 탄핵 서명을 처음 개설한 고등학생)를 통해 아고라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사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냅니다. 공부해야 하는 시기에 공부는 안하고 시위하러 돌아다닌다는 질타도 받고, 학생회 운동권 학생이었던 친구들조차 '이제 와서 왜 저래?'하는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이런 나라에서 연구원이니 교수니 뭐니 지위를 가진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기도 하고, 유학을 준비중인데 이런 사태가 수습되지 않으면 정말로 돌아오지 않을 생각까지 있다고 모두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사무실 앞에서 농성한다는 소식을 언제 들으셨습니까?
"10일 오후 1시반경 정책반대시민연대 대구경북모임 조 아무개 대표와 대화를 나누던 중 대표에게 '주성영 사무실에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그 후 대표가 현장으로 가보겠다 하여 알게됐습니다."
- 농성 당시에는 동참을 안하셨습니까?
"개인적인 까닭으로 함께 하지 못했는데 인터넷을 하다가 오후 5시경 정책반대시민연대 대구경북모임 카페 메일 확인 후 대표에게 약 2분간 전화통화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했습니다. 9명 연행에 2명이 파티마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고 들었고 정책반대시민연대 대구경북모임 사람들은 다행히 아무도 연행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 연행된 시민들 석방시위에 참여했습니까?
"대표와 전화통화 후 시민들이 강제 연행된 동부경찰서에 가서 합류했습니다. 대표님이 경찰저지선 근처에서 '으쌰으쌰' 한 것 말고는 자유발언 위주로 진행됐습니다. 동성로 대백 앞에서 매일 하던 문화제를 동부경찰서 앞에서 했던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고요. 행사는 평화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그 앞에서 공부하고 있을 정도로 크게 경찰들과 부딪히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간혹 지나가던 사람들 특히 승용차 차주들이 저희를 보고 욕을 해서 좀 언성이 높아졌던 적은 있었습니다."
- 시위 도중에 틈틈이 공부를 하셨다는데?
"대학원생이다 보니 할 일도 많고 학회에 논문발표일정도 잡혀있고 9월에는 토플시험도 쳐야하는 상황인데 촛불시위에 자주 참가하게 되다보니 공부할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 것 같아 의지력 테스트 겸 시도해 보았습니다. 물론 잘될리는 없지만…. 그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습니다."
- 시위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지요?
"대학교 1학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사회대학생회장 선배 따라 경찰서 앞에서 경찰들과 대치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땐 이걸 왜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10일 저녁 거기서 그렇게 촛불 들고 있으니 나의 소중한 시간에 여기서 촛불 들게 하는 정부에 대한 강력한 불만이 생겼습니다."
- 이전의 촛불시위에 동참했을 때 소감도 궁금합니다.
"힘듭니다. 시간 뺏기고, 덥고, 저보다 광우병국민대책위원회나 정책반대시민연대 대구경북모임 운영진, 장애인분들 등 매일 참여하는 분들이 더 힘들 것 같고요. 정책반대시민연대 대구경북모임 대표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영화를 두 달 동안 본다면 너는 어떤 생각이 들어? 지겨워서 못 본다!' 이렇게 말할 정도입니다. 사람들도 많이 지쳐 가는 것 같고요.(한숨)
그래도 여기서 나라도 이렇게 지키고 있지 않으면, 그래서 촛불이 꺼지면 저 위에 사람들이 얼마나 더 날뛸지, 그거 생각하면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생각에 소속감이 들기도 하여 문화제에 참가하면 기분은 좋습니다(웃음).
제가 촛불을 내리고 싶을 때마다, 정부는 제 촛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오늘은 쉬어야지' 이러면 서울에서 강경진압하고, '좀 쉬어야지' 이러면 MBC 100분토론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헛소리나 하고, 이번 주는 정말 공부해야지 이러니까 동부서(대구동구경찰서)에서 우리 학생들을 잡아가고, 저도 경북대생인데 경북대학생들이 잡혀갔죠. 제가 촛불을 내리지 않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 대구가 한나라당 텃밭으로 누가 나오든 한나라당 배지 달고 출마하면 당선이 확실시 되기 때문에 주성영 의원이 거침없이 막말을 한 게 아닌가요?
"맞는 말씀입니다. 저는 경북 김천 출신인데요. 이철우 의원이 당선 되었으니 할말 없습니다. 대구경북의 나이 많으신 분들 좀 너무 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게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얼마전 제가 배우는 어학당 토플선생님도 '촛불에는 친북성향의 배후가 있다'하여 싸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구경북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 꿈이 뭔가요?
"고환경분석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자연환경변화에 따른 고대 인류의 생활패턴변화와 같은 고고학과 고환경변화쪽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의 꿈은 제 살아생전에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낙동강 전 지역의 과거 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낙동강 유역의 환경변화에 따른 인류 거주 패턴의 변화를 복원해 내는 것입니다.
얼마 전 발굴했던 창녕 비봉리 유적(가장 오래된 배, 인분 등이 출토되었고, 도토리 구덩이, 내륙지역에서 굴) 등이 있는 패총유적임의 환경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보고서 작업 중에 계시고요. 조만간 그 지역의 환경복원 자료가 나올 지도 모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6000년 전쯤에는 창녕 비봉리 지역이 바다였다는 재밌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말을 하고 싶고요. 그런 작업들을 여러 지역에 걸쳐서 복원해 내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직업에 대한 꿈은 별로 없지만 교수가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말을 드리는 이유와 현 시국과 무관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 국토의 지질을 변화시키면서까지 대운하를 추진할 뜻을 피력했는데, 저는 대운하를 처음부터 반대입장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6000년 전 창녕 비봉리 지역이 바다였다는 사실은 그만큼 자연은 스스로 천천히 풍화작용을 통해 땅이 되기도 바다가 되기도 하는 등 체질개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몇 1000년씩 걸려서 땅의 변모하는 이치에 맞지 않게 임기 내에 산을 갂고 물길을 낸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연파괴적인 발상이며 에너지 환경 외교전을 펼치는 대통령의 모습과도 전혀 반비례하는 이중적인 태도일 뿐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신다면?
"초를 계속 들면서 느낀 것은 저와 같은 많은 인재들이 초를 들려 나오는 이 시간들을 다른데 투자하면 아마도 한국은 더 나은 국가로 나아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촛불에 의한 경제손실액, 그거 맞는 말입니다. 국가적 손해입니다. 그러니 이제 좀 그만하고 (당정청이) 내려왔으면 좋겠습니다."
2008.07.12 12:46 | ⓒ 2008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안녕하십니까?
저는 강원도 동해시에 살고, 강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휴학중인 노형근이라고 합니다.
주로 글쓸 분야는 제가 사는 강원도내 지역 뉴스 및 칼럼 등 입니다. 모든 분야를 아울려 작성 할 수 있지만, 특히 지역뉴스와 칼럼을 주로 쓸 계획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