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리병원 막지 못하면, 의료민영화 올 수도 있다

등록 2008.07.14 09:51수정 2008.07.14 09:51
0
원고료로 응원

촛불집회 등으로 모두의 관심이 미국 쇠고기 개방과 서울로 몰려있을 때, 제주도에서는 김태환 제주도지사를 중심으로, 제주 영리병원 설립을 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인 모습입니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9일과 11일 양 일에 걸쳐서 제주영리법인 병원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9일 "고유가와 고물가 등으로 제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교육.의료산업이야말로 제주도 발전에 핵심산업"이라며  "정부가 특별자치도에 특별히 배려한 영리법인 병원설립을 반납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 투데이>

 

김태환 제주특별자치지사는 11일 오후 제주도의회 첫 임시회에 참석, 최근 찬반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영리병원 도입 문제와 관련, 인사말을 통해 “정부가 여건을 만들어 줬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내부의 의사를 모으지 못한다면 특별자치도로 가는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며 “영리법인 허용은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고 영리병원 허용방침을 분명히 했다. <제주 도정 뉴스>

 

사실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설립된다고 한다면, 일단은 의료비 상승으로 인해서 제주도민이 가장 큰 피해를 받게 되겠지만, 영리병원설립이 전국으로 확산되며서 당연지정제 폐지와 같은 결과로 가게 된다면, 의료 민영화라는 온 국민에게 재앙이라고 일컫을 수 있는 문제가 될 것이 뻔합니다.

 

영리병원은 자본을 투자자에게 조달받아서 병원을 운영하고, 그 수익을 나누어서 투자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주식회사의 형태를 띠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좀더 수익을 얻기 위해서 많은 환자를 유치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서 고급 병원을 짓는 등 병원 간 경쟁이 심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병원 간 경쟁이 심화되면 의료비가 낮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병원에 고 수입을 보장해 주는 것은 건강보험진료비의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영리병원에서는 당연히 비급여 항목에 주력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 외과나 흉부외과처럼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지만, 급여항목으로 지정되어서 적은 돈 밖에 받을 수 없는 과들보다는 성형외과나 피부과처럼 비급여 항목이 많은 과가 주로 생긴다든지, 다른 과가 생기더라도 비급여 항목을 주로 진료하는 등으로 병원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영리병원의 이러한 진료 행위는 당연히 근처에 있는 기존 병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서 전체적으로 비급여 항목을 중심으로 진료하는 병원이 생기게 되어서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게 될 것 입니다.

 

제주 지역의 의료비 상승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제주영리병원설립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소위 말하는 의료 민영화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커다란 뚝 전체가 조그만 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 질 수 있듯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예외기관이 하나 생기는 순간, 다수의 의료기관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보건복지가족부와 제주도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서 당연지정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영리병원이 허용되고 건강보험을 대체할 만한 민간의료보험시장이 성숙한다면, 주식회사병원의 주인인 다수 주주들이 당연지정제가 주주들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위헌소송을 제기해 당연지정제를 무너뜨리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온 국민에게는 재앙이 될 일이지만, 투자자들에게는 높은 질에 낮은 의료비를 지출하는 지금의 의료시장이야말로 블루오션입니다. 지금도 민간보험회사나 일부 투기꾼들이 당연지정제 폐지를 바라고 있는데, 영리병원이 설립된 후에는 더이상 이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제주영리병원 설립은 이제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닌 것 입니다. 의료민영화를 막기 위해서 제주도민 뿐만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2008.07.14 09:51ⓒ 2008 OhmyNews
#제주영리병원 #의료민영화 #영리법인병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