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장관 변도윤)가 8월부터 국제결혼을 앞둔 남성들을 대상으로 '성 인지' 교육을 실시한다.
국제결혼을 한 대다수 남성이 ‘비싼 돈을 주고 샀으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의 왜곡된 의식을 갖고 있어 아내폭력이나 이혼 강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여성부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부부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한국인 남편에게 폭력을 경험한 외국인 아내는 응답자의 4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부부폭력 발생률보다 7.4%포인트 더 높았다.
이혼율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07년 이혼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의 이혼은 2007년 5794건에 달한다. 2006년 4010건보다 무려 44.5% 증가한 규모다. 2002년 401건과 비교하면 5년 사이에 무려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결혼기간도 평균 3.3년에 불과했다.
이혼 사유는 더 심각하다. ‘아내가 전화를 잘 받지 못해 직장생활이 어렵다’거나 ‘농번기에 일은 안 하고 수다만 떨었다’는 등의 이유로 외국인 아내에게 이혼을 강요한 것. 아내를 고의로 낯선 거리에 버리고 가출신고를 해 이혼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제결혼의 경우 외국인 배우자가 가출한 후 6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이혼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남성들의 가부장적 의식을 문제로 꼽는다. ‘가난한 나라에서 많은 돈을 주고 사온 여성’이므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순종하기를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이혼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시아 여성을 가부장적으로 상업화하는 국제결혼중개업체도 한몫하고 있다. 국제결혼 알선 과정에서 남성들에게 ‘베트남 여성은 순종적이고 나이 차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몽골 여성은 모성애가 강하고 부모님 모시기를 좋아한다’는 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
변도윤 여성부 장관은 지난 8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결혼이민 여성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언어·신체 폭력은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시급한 문제”라며 “국제결혼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 8월부터 4개 지역에 40명씩 총 160명을 대상으로 예비교육을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여성부는 올해 안에 1000명을 시범교육하고, 법무부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의무화할 방침이다. 시범교육을 통해 1박2일 교육 프로그램 모델을 만들어 지자체별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남성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통비 등도 지급할 예정이다.
2008.07.14 11:33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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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앞둔 남성들, '성 인지' 교육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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