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이 일본 후생노동성을 상대로 일본 동경재판소에 제기한 행정소송의 한국 변호인단의 일환으로 일본을 몇 차례 다녀온 적이 있다. 일본 변호사단이, 첫번째 변론기일 전날인 2004년 10월 24일과 패소가 선고된 날인 2005년 10월 25일 소송 당사자인 한센병 환자들과 국민들을 상대로 가진 두 차례의 사건 설명회에 참석하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처음 설명회는 평일 날 저녁 마이니치 신문사 큰 홀에서 가졌는데 1000명 이상의 많은 국민들이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변호사들이 소송 제기 배경과 의미, 사건의 쟁점, 향후 진행계획, 소송 전망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당사자인 한센병 환자들의 소회를 들었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으며, 설명회가 시종일관 자유스럽고 진지하게 진행됐다. 첫 변론기일 때 재판부도 잠깐 동안 촬영을 허용하고 한센병 환자 2명의 생생한 피해 상황을 들어주기도 했다. 

패소 판결일에 한 두 번째 설명회는 법원 근처에 있는 일본 변호사 회관에서 열렸는데 수 백명이 참석했던 것 같다. 당일 유사한 대만 한센병 환자들 소송은 승소판결이 내려졌고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은 패소했다. 그러나 일본 변호사들은 당당하게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당사자들과 참석자들에게 판결의 의미와 향후 항소 계획을 자세하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이어서 변호사들과 참석자들이 후생노동성 정문 앞으로 가서 판결의 근거가 된 고시를 개정하라며 집회 및 연설을 했다. 재판부의 열린 마음과 변호사들의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 국민들의 참여의식과 소통문화를 보면서 일본의 성숙된 사법 문화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사건에 관하여 재판이 진행중일 때 사건의 설명회를 갖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자문해 보았지만 우리나라 법조 분위기에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시 국민적 이슈가 되었던 새만금 사건의 재판이나 판결에 대하여도 설명회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첫 재판 전날 사건 담당 변호사들이 이와 같은 설명회를 한다면 재판부는 여론을 조장하여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고 한다고 부정적인 생각을 할 것이다. 또한 변호사들 스스로도 진행 중인 사건에 관하여 설명회를 하여 괜히 재판부의 심기만 불편하게 하여 재판상 불이익을 입지 않을까 염려되어 심적 부담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에서도 여론의 조장, 압력이라고 부담을 갖거나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당사자나 국민들에 대한 대리인들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올바른 판단을 하면 될 것이다.

변호사들도 재판부를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고 다수 당사자들로부터 사건 수임을 한 대리인으로서 당사자들에게 소송의 의의, 진행 상황, 향후 진행방향 등을 설명하는 것은 소송 대리인들의 의무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많은 국민들의 사회적 핫 이슈가 된 사건에 관하여 국민들에게 소송의 의미, 진행 상황, 법적 쟁점 등을 설명해 주는 것은 변호사들의 공익적 기능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이슈가 된 다수 당사자의 사건에서, 담당 변호사들이 당사자와 국민들에게 진행중인 사건의 설명회를 연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에 처음으로 10만 청구인들의 소송대리인인 민변의 변호사들이 헌법소원 청구인단에게 이번 소송의 의의, 소송 진행상황과 쟁점,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하여 직접 설명을 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고시위헌 헌법소원 청구인단 공개설명회'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