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표한 주민소환투표청구요지.
하남시선거관리위원회
지방권력엔 촛불보다 강력한 '주민소환제'가 현재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는 소환 사유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주민들에게 폭넓은 주민소환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묵과할 수 없는 비리는 1차적 소환 사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적 당위에도 실제로 주민소환이 추진될 지와 실제 선거에서 주민소환이 이뤄질 지의 여부는 하남시의 사례로 볼 때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 전국적으로 주민소환이 추진된 사례는 많지만 실제로 투표까지 이뤄진 것은 하남이 유일하고, 그나마 주 타깃이었던 시장소환은 투표율 미달로 개표 자체가 무산되어 버렸다.
광역화장장 유치라는 주민들의 직접적 이해관계로 인하여 압도적으로 소환여론이 높았음에도 투표율 미달로 소환에 실패한 사례는 직접민주정치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번 서울시의회 김귀환 의장 돈 살포 파문의 경우도 일반 국민들의 정치혐오를 자아내 오히려 정치 무관심을 더 높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95조원이나 되는 예산을 다루는 지방의회의 이런 부패상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중앙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직접적 견제장치가 없는 곳에 촛불이 피어났지만, 직접적 견제장치가 있는 지방권력에 대하여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촛불이 아니라 정치 냉소만이 자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중앙권력에 대한 시민사회의 견제와 제어가 제도적 한계로 어려웠다면,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지방권력에 대해서는 시민사회가 주민소환이라는 견제장치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오만한 지방권력에 멋진 카운터펀치를주민소환은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지만, 역으로 주민소환을 통하여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환기시킬 수도 있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불거진 촛불시위와 이번 지방의회의 의장단 선거 비리 등 대한민국의 대의제 시스템이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 근원에는 제어되지 않은 권력의 오만한 질주가 자리하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는 행정권력에 의회권력까지 개헌선을 넘게 완벽하게 장악한 보수 권력이 있고,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에 금품이 오간 추악한 비리는 다수당이 90% 가량을 싹쓸이한 비정상적 권력 집중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권력의 독주를 촛불이 막았다면 지방권력의 독주는 주민소환제가 막을 수 있다. 제도화된 장치라는 측면에서 촛불보다 더 효과적인 견제 수단이 주민소환제다. 대한민국의 시민사회가 정치 무관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민소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위기라고 생각되는, 87년 6월 항쟁 이후에 차곡차곡 쌓아온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만한 지방권력에게 주민소환이라는 멋진 카운터펀치를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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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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