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사무실에서 나온 나무젓가락들.
김대홍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많이 나왔을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지난 14일(월) 쓰레기 양을 확인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일요일까지 버린 쓰레기가 나오는 월요일은 1주일 중 쓰레기 양이 가장 많은 날이다.
결과는 '0'. 이럴 수가…. 주말에 근무를 하면 틀림없이 음식을 시켜먹었을 텐데, 안 나왔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결과가 '0'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돌리다가 결국 제보를 받았다.
"토요일 음식을 시켜먹었어요. 아마 일회용 나무젓가락 네 개를 썼을 거예요. 증거인멸하려고 분질러서 몰래 버렸어요."그랬다. '0'이었던 이유는 증거 인멸이었다. 그렇다면 월요일 젓가락 사용 갯수는 '4'로 해야겠다. 이튿날인 15일은 9개(안 쓴 젓가락 두 개)가 나왔다. 월요일마다 간부 회의를 하면서 점심을 시켜먹는다. 샌드위치나 김밥 등을 시켜먹는데, 김밥을 먹을 때 젓가락을 쓰게 된다. 그 때 나온 것으로 보인다.
16일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17일엔 2개. 전날 회사에서 혼자 김밥을 먹은 누군가가 젓가락을 썼다고 고백했다. 그 뒤 18일엔 '0'이었고, 이틀을 건너 뛰어, 21일에도 '0'개였다. 주말에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하나도 안 썼다는 말이다.
주말 근무를 쓰면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쓸 뻔한 적은 있었다. 그날 저녁 내가 식당에 음식을 주문하러 갔다. 그 때 주문음식에 종업원이 습관처럼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넣었지만, 빼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사무실에 공용 나무젓가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엔 점심을 싸갖고 오는 도시락파와 외식파가 있는데, 외식파 몇 명을 붙잡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쓴 적이 있는지 물었다. 식당에서 나무젓가락이 나온 적은 없다고 한다. 단 직원 M씨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때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쓴다"고 털어놓았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먹을 때는 대체용품이 없다. 젓가락을 들고 다니지 않는 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안 쓸 도리가 없다.
이 문제는 일주일 사이에 당장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사무실 내부에서 안 쓰도록 하는 게 먼저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팀장은 "주문할 때 나무젓가락을 빼달라고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으니, 한 달 뒤 다시 확인해볼 예정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나무젓가락 재활용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이물질이 묻지 않은 폐목재는 재활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정에서 쓰는 양에 비해 분리수거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선 별도 재활용 봉투가 필요하다. 별도 분리수거를 해야 하며, 지자체에 따로 보관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세척비와 재생 비용을 포함하면 재활용 비용이 꽤 든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관련 시설이 전혀 없다. 국내에서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재활용을 하는 업체가 없다. 환경부에 관련 내용으로 의뢰를 한 곳도 없다. 아직 업체 쪽에서는 나무젓가락 재활용은 관심 밖인 셈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화장지로 만들고 있다. 일본은 연간 나무젓가락 사용량이 262억개이다. 우리나라(25억개)의 열 배가 넘는다.
한국종이팩재활용협회 권혁찬 팀장은 "나무젓가락으로 화장지를 만들긴 사실상 어렵다"며 재활용이 어렵다는 뜻을 비쳤다. 폐목재전문 처리업체인 동화기업의 유성진 차장은 "나무젓가락 재활용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굳이 쓴다면 나무젓가락 에너지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은 가능하다. 만약 나무젓가락 재활용과 관련해서 의지가 있는 업체가 문의를 한다면 고려해볼 순 있다"고 답했다.
아무튼 일회용 나무젓가락 재활용 방법이 지금으로선 없는 법이니, 한 번 쓰고 버릴 수밖에 없다. 수입단가가 5원에 불과하다고 하니, 매일 하나씩 쓴다고 해도 채 2000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때문에 사막화와 황사에 영향을 미친다면, 값싸다고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참고로 녹색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1년 동안 쓰는 일회용 나무젓가락 25억개를 나무로 세우면 남산 26개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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