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4시 58분, 조계사 경내에 울려퍼진 목소리다. '종교편향'으로 성난 불심을 달래기 위해 서울 조계사를 방문한 한승수 총리를 막아선 한 불자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앞에서 외친 소리다.
오후 4시 30분께 시국법회추진위원회 소속 스님과 불자 20여명은 조계사 내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계단 앞에 삼배를 한 뒤 정좌하고 앉았다. 한 총리가 오후 5시께 조계사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이를 막기 위해 나온 것이다.
지난 1일에도 시국법회추진위원회는 한 총리의 방문을 막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침묵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결국 한 총리는 이 소식을 듣고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후 4시 40분께 조계종 총무원 소속으로 보이는 흰 장삼 차림 스님 6명이, 침묵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는 스님 2명과 불자 4명을 강제로 들어서 빼냈다. 그 과정에서 언론사 카메라 기자들과 심한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흰 장삼 차림의 스님들이 "왜 찍느냐"면서 카메라를 심하게 밀쳤기 때문이다.
연좌시위를 벌이던 6명을 대열에서 빼낸 스님들은 한 총리가 진입할 수 있도록 폭 7m의 파란색 '가이드라인'을 설치했다. 그 옆쪽에는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수배자 6명이 서 있었다.
시국법회추진위는 두 개의 플래카드도 펼쳐 들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국민과 소통하라"
"폭력진압 종교편향 어청수 경찰청장 탄핵하라"
오후 4시 58분경, 한 총리가 조계사에 들어왔다. 한 총리는 흰 장삼을 입고 마중 나온 스님 9명과 악수를 한 뒤 가이드라인을 통과했다. 시국법회추진위원들은 몸싸움을 하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위원이 그 순간 "불교는 죽었다"고 외쳤을 뿐이다.
사진기자들이 한 총리를 잡고 사진을 찍으려 하자, 총리를 마중나온 스님들은 "바쁘니까 잡지마라"라고 고성을 질렀다.
계단에 오른 한 총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총무원장실로 들어갔다. 계단 앞에는 아직도 스님 2명과 시국법회추진위원들 12명이 앉아서 농성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 총리는 오후 5시 19분에 조계사를 떠났다.
계단 앞에서 농성하고 있던 한 시국법회추진위원은 아무말 없이 떠나는 한 총리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습니까."
시국법회추진위원들은 한 총리가 떠난 뒤 잠시 앉아있다가 삼배를 한 뒤 물러났다.
정우식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한 총리가 방문한 것에 대해 "우리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과 수배자 문제 해결을 요청했고, 종교편향 방지대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 총리가 방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래서 반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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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 조계사 방문 막아선 불자 "불교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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