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후보 공약에는 왜 진짜 사학개혁이 없나

서울시교육감 재직 기간 동안 끊이지 않았던 사학비리

등록 2008.07.26 19:11수정 2008.07.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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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2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 앞 거리유세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을 하고 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22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 앞 거리유세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을 하고 있다.유성호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사학 비율이 높지만 특히 서울지역의 고등학교는 거의 70%가 사립일 정도로 사학의 비중이 높다. 또한 상문고와 세종대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학분규가 서울에서 발생해 시민들의 사립학교의 비리 척결과 개혁에 대한 요구가 어느 곳보다 높다.

공정택 선거 공약에는 진정한 사학개혁이 없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사립학교와 관련하여 '사립학교 자율성 증대, 노후 시설 개선 지원, 우수교원에 대한 공사립 교원 교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후시설 개선 지원과 교원 상호 교류는 공·사립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라 사실상 사립학교 자율성 증대를 제외하면 사립학교에 대한 공약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하나만 생각해 보자.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서울시민들이 바라는 사립학교의 개혁이 '사립학교의 자율성 증대'일까. 많은 사람들이 사립학교에 대해서 가지는 불만은 자율성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그것보다는 각종 회계 비리와 부정, 그리고 폐쇄적이고 비민주적 운영, 마지막으로 입시 교육을 내세우며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고 탄압하던 관행일 것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공정택 후보는 남서울대학교의 총장(1998~2002) 출신이다. 지금은 여동생인 공정자씨가 총장을 맡고 있고 여동생의 남편(공 후보의 매부)이 이 대학의 이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택 후보 자신이 전형적인 족벌 사학 출신인 것이다.

교육감으로서 사립학교 개혁에 대한 성적은?

 2007년 7월 2일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사학법과 국민연금법 개정 반대집회를 가졌다.
2007년 7월 2일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사학법과 국민연금법 개정 반대집회를 가졌다.오마이뉴스 이종호

2007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 사립학교의 경우 신임교사 전형 과정에서 필기시험으로 교사를 전형한 경우는 37.9%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전국 모든 시도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일뿐 아니라 서울시 교육청의 지침도 어긴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07년 사립학교 교원 채용 때 서류심사로 지원자를 미리 선별하지 못하도록 한 지침을 보낸 바 있다.


또 최순영 전 의원실이 200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서울에서 신규 채용된 1797명의 교사 중 정교사로 채용된 교사는 359명(22.3%)에 불과했고, 비정규직 교사는 1438명(77.7%)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사립학교들이 사립학교법을 어기고 정교사를 채용해야 할 자리에 불법으로 비정규직 교사를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는 휴직 대체, 파견 연수 등 분명한 사유가 있을 때만 채용할 수 있다.

C고, J여고 등에서는 비정규직 교사가 2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정교사가 되는 관문이 좁으니 지원자가 몰려 2007년 서울 사립학교 신규교사 경쟁률은 100.8:1로 단연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교사 채용 과정에서 법에 의무화된 인사위원회 심의도 하지 않은 학교들도 있었다.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에 교원인사위원회를 두고, 교원의 임면 등 인사에 관한 사항은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많은 사립학교들이 방학에 임금을 주지 않기도 하고, 편법으로 계약해 퇴직금을 주지 않기도 했다. 정규직을 채용하거나 기간제교사를 채용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시간강사를 채용해 똑같은 수업을 맡기고도 한달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주는 학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제대로 지도감독하지 않거나 불법을 알고도 제대로 시정하지 않았다. 불법을 알고도 지도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무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사립학교 부정의혹에 대한 교육감의 처신은

200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정택 교육감은 회계비리와 유령이사회 등의 의혹이 제기된 충암학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국정감사 후에 충암학원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결국 올해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올해 학생들과 교사들이 요강을 들고 "똥쌀 권리 보장하라"며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충암고는 교육환경 개선과 학교 비리 척결을 요구한 교사를 중학교로 강제 전보했지만 서울교육청은 사립학교의 문제니 어쩔 수 없다면서 아무런 조치를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편입학 문제나 입시비리 문제가 불거진 서울예고와 국악예고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감사 처분을 내렸다. 지금도 양천고 등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하고 있다.

부패지수 3년 연속 꼴찌는 사립학교 개혁 실패에 의한 필연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택 교육감이 취임한 2005년 이후 서울교육청은 전국의 300여개 모든 공공기관 중에서 3년 연속 꼴지의 청렴도를 기록했다. 바꾸어 말하면 부패지수 1위를 3연패한 것이다.

서울교육청이 이런 부끄러운 기록을 차지한 것은 왜 일까. 서울교육청 자체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사립학교를 비롯한 단위 학교의 부정부패에 대해서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거나 감독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기자가 이번 선거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사립학교 개혁은 사학의 부정부패 척결과 민주화, 그리고 학생의 인권 신장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 공정택 후보는 지금이라도 강력한 사립학교 개혁에 대한 공약을 내놓아야만 할 것이다. 이것만이 지난 임기 동안 하지 못했던 사학 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사죄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행수 기자는 서울의 현직 교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행수 기자는 서울의 현직 교사입니다.
#공정택 #사학개혁 #교육감선거 #충암고 #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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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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