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의 장봉군 화백은 30일자 만평에서 <PD수첩>을 수사 중인 검사님들을 두고 '푸들 수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검사님들을 '푸들', 즉 개로 표현한 것입니다.
제가 즐겨보는 신문에서 발견한 것만 세 가지니 다른 신문을 뒤져 보면 더 많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누리꾼들의 게시판 글마저 조사하는 검사님들이니 저보다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검사님들을 우롱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셔야죠?
얼마 전에 김경한 법무장관이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검토한다고 발언한 것을 기억합니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언론탄압'이라는 반발마저도 감수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와중에 법을 수호하고 집행하는 검사님들을 개로 표현한 만평이 언론에 게재되고,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것은 정부의 의지를 우습게 여기고, 검사님들을 우롱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검사님들이 허위사실로 인해 고통 받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법무부 장관의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발언 역시 허풍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이 법을 우습게 알 것입니다.
그렇지만 '검사=개' 주장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만평을 그린 화백들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조·중·동 광고중단 수사'에 '삼성 비자금 사건 수사'에 투입한 것보다 더 많은 검사를 투입하고, 기업들에게 누리꾼들에 대한 고발을 종용한 건 오해를 살 만한 일이었습니다. 외국에서는 일상적인 소비자운동으로 여겨지는 일을 한 누리꾼들을 출국 금지까지 한 것은 무리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지난 2월 수사의뢰를 받아 놓고도 아직까지 수사가 지지부진해 검사님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맞짱을 뜨던 검사님들이 설마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수사를 미루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제(29일) 수사가 진행 중인 <PD수첩>건과 관련하여 자칫 '중간 수사 결과 발표'라 여길 수 있는 '공개 자료 제출 요구'라는 이례적인 형식의 발표를 한 것도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실책을 덮기 위해 무리하게 <PD수첩>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자초했습니다.
관련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대부분 사실과 다르게 왜곡·편집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단정적인 발표를 한 검찰에게서 수사 방향을 미리 정하고 상황을 짜맞춰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권의 눈 밖에 난 사건은 신속하게 수사하고, 무리한 법 적용을 통해 관련자들을 압박하면서도 정권과 관련된 인사에 대한 수사는 뒤로 미루는 이러한 행위는 검찰을 두고 정권의 개라 부르는 좋은 근거가 될 것입니다.
'정권의 개'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사실 전 <PD수첩>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는 검사님들을 보고 '검찰이 권력의 개가 되었다'라고 선포하려고 글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포기했습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PD수첩> 관계자들마저 검찰 조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판국에 저 같은 평범한 시민이 어떤 일을 당할지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이 입에 달고 사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동안에도 글을 쓰면서 이런 걱정을 하지는 않았는데, 정권이 바뀌긴 바뀐 모양입니다. 광화문의 촛불을 중계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나우콤 문용식 대표이사의 구속 역시 제가 몸을 사리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검찰을 두고 '정권의 개'라고 표현한 세 명의 만평가들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이 틀렸기를 바랍니다. 검찰이 '정권의 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당당히 증명해 주십시오.
2008.07.30 14:4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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